카풀 서비스 논란과 공유경제시대 생존법
카풀 서비스 논란과 공유경제시대 생존법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8.12.17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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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공유경제(Sharing Economy)'란 무엇인가? 아직까지 공유 경제의 정의에 관해 통일된 견해가 확고하다고는 할 수 없다. ‘두 사람 이상이 한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의미의 사전적 ‘공유’의 의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유경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전망은 지배적이다.

지금은 ‘공유경제’라는 용어가 대세가 되었지만 세계적인 공유경제 전문가들은 ‘협력경제’ ‘대중 자본주의’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2015)의 저자인 앨릭스 스테파니는 “공유경제는 활용률이 낮은 자원을 찾아내 온라인상의 접근성을 통해 공동체에 자원 활용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원 소유의 필요성을 감소히키는 데 그 가치가 있다”고 정의했다.

‘공유경제’를 ‘대중자본주의’로 정의한 아룬 순다라라잔은 저서 ‘4차 상업혁명 시대의 공유경제’(2018)에서 공유경제의 특징을 ▲시장 기반성, ▲고효율적 자본 이용, ▲중앙집권적 조직이나 위계 조직이 아닌 대중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 ▲사적인 일과 직업적 업무의 경계 모호화, ▲정규직과 임시직·종속적 고용과 독립적 고용·일과 여가 활동 등등 간의 경계 모호 등 다섯 가지 특징으로 정리했다.

이 특징들 중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이나 국가와 같은 중앙집권적 제3자가 아니라 분산된 개인 집단 또는 대중 장터가 교환 활동을 매개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적인 일’로 치부되던 일들이 공유경제에서는 개인 대 개인 간의 ‘P2P(peer to peer)' 거래로 직접적인 네트워크가 이루어진다. 이런 만큼 그 대세를 인위적으로 막기 어렵다.

그동안은 다른 사람을 차에 태워주는 것이 그저 ‘사적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공유경제에서는 중요한 경제활동 수단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고용과 일자리가 창출되지만 그 정의는 모호해진다. 어쩌면 기존 유사 산업과의 충돌을 태생적으로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 카풀과 관련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사진= 카카오 T 카풀 앱 캡처]
카카오 카풀과 관련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사진= 카카오 T 카풀 앱 캡처]

 

지난 한 주 국내 경제의 최대 화두는 승차공유 서비스인 카카오 카풀 찬반 논란이었다. 카카오 카풀은 지난 7일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오는 17일 정식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는 법인택시 기사 최 모(57)씨가 분신해 세상을 떠나는 비극적인 일이 생겼다.

지난 10월과 11월 대규모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여는 등 카카오 카풀 도입에 결사반대해온 택시업계는 법인택시 기사의 안타까운 선택 이후 결의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고인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카카오 불법 카풀 영업을 저지하겠습니다.” 택시업계는 지난 12일 국회 앞 추모 분향소를 차리고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고, 14일에도 택시종사자 100여 명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카풀 규탄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같은 택시업계의 완강한 반발에 부딪힌 카카오는 결국 지난 13일 “택시 기사님들은 물론 이용자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더욱 경청하고 반영하기 위해 고민 끝에 카풀 정식 서비스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정식 서비스 개시 시점을 잠정적으로 미뤘다.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 사업에 대해 택시업계, 정부, 국회 등과 적극적으로 논의를 진행해왔다"며 "앞으로도 계속 열린 자세로 이 문제를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카풀 베타 서비스는 변함없이 진행하면서 ”정식 서비스 등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는 결정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택시업계의 반발에 국토교통부는 카풀을 1년 동안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하루 2번만 손님을 태우도록 제한한다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택시업계는 결사반대의 입장을 견지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카풀 서비스는 현행법상 합법의 테두리에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제1항에는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대해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 운송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업계가 여객운수법 개정을 촉구하는 이유다.

카카오 카풀앱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랭하다. 택시 서비스에 불만이 컸던 소비자들은 카풀 서비스 도입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지난 10월 CBS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카카오의 카풀앱 서비스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민 편익 증진에 도움이 되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이 56.0%로 집계됐고, ‘택시기사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28.7%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모든 지역과 연령, 이념성향, 정당지지층에서 찬성 여론이 우세했다. 카풀앱 서비스의 잠재 고객이 많은 경기와 인천, 출퇴근 택시 이용이 잦은 30대와 40대, 사무직과 노동직에서 찬성이 60%를 넘었다. 특히, 사무직에서는 찬성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택시 업계의 승차거부와 불친절이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최근 서울시 등 지자체가 택시 요금 인상을 확정 또는 추진 중인 상황에서 카풀 서비스까지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카풀 서비스는 요금이 기존 택시요금보다 20∼30% 저렴하다. 실제로 14일 서울 택시 기본요금을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리는 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인상안에는 심야 시간대 기본요금을 3600원에서 4600원으로 올리는 내용도 담겼다. 인상액은 이달 말 열리는 물가대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카풀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빚어지고 있는 현 사태를 어떻게 봐야할까?

 

카카오 카풀 반대 분신 택시기사 유서 [사진= 연합뉴스]
카카오 카풀 반대 분신 택시기사 유서 [사진= 연합뉴스]

 

택시업계의 불친절한 서비스 배경에는 열악한 근무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의 중심에 불합리한 사납금 구조가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인 택시 승객들 사이에 환영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하더라도,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 보장 요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매일 사납금 넣기에도 빠듯한데 카풀 서비스까지 생기면 생존 문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택시 기사들의 목소리는 절실하다.

카카오의 카풀앱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고조되고 있는 택시업계의 반발에 당황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택시업계를 달래기 위한 지원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당정은 14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협의회를 개최하고 택시업계의 월급제 전면 도입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해 도입은 돼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월급제의 정착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회의 후, 민주당 카풀·택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은 "당정은 월급제 도입을 포함해 다양한 택시 지원책과 발전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며 "법적으로 월급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당정이 즉각적인 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택시기사의 사납금제를 실질적으로 폐지하고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렇다고 카풀 서비스 도입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카풀 서비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세로 떠오른 신사업의 한 축인 ‘공유경제 활성화’의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인 경제정책이다. 하지만 국내 공유경제는 선선진국에 비해 출발이 늦은 상태다. 미국 뉴욕시 등 해외에서 이미 널리 퍼진 우버는 2013년 8월 한국시장에 상륙했다가 2015년 철수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처음 생겨난 용어인 ‘제4차 산업혁명’은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내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포괄한다. 모바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초연결화’와 ‘초지능화’를 특징으로 한다.

이런 만큼 제4차 산업혁명은 기존 제1~3차 산업혁명에 비해 영역이 광범위하고 진행속도가 빠르며 미치는 영향도 크다. 그 도도한 흐름을 인위적인 규제나 저항 등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고,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한국 경제가 세계적인 흐름에서 뒤처질 수도 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는 ‘미래고용보고서’를 통해 로봇과 인공지능의 확산으로 인해, 향후 5년간 전세계에서 일자리 700만 개가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210만개 가량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체적으로 500만 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사업기회의 무한한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기회를 제공하지만, 한편으로는 단순 제조업 등 기존의 많은 일자리에 유례없는 위협이 되고 있다.

공유경제는 아직 시작단계라 그 부작용도 지금부터 하나둘씩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공유경제는 분산경제를 가속화하며 개개인에게 새로운 기회와 경제적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그간 사회·경제적 고정된 틀이나 조직에 의해 정해진 룰대로 살 수밖에 없었던 개개인이, 정보비대칭에서 벗어나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점을 조정하며 당당히 경제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그 파고를 거부하기 보다는 잘 헤쳐나가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공유경제 정착의 핵심 요건은 기존 업계와의 이해조정을 어떻게 원만하게 이뤄내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정부와 정치가 해야할 몫이다. 이번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두고 빚어지고 있는 비극적인 사태는 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의 나태한 문제의식과 큰 그림없이 대처해온 준비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택시업계의 호소에 미온적으로 대처했을 뿐만 아니라, 제4차 산업혁명의 도도한 흐름으로 여겨지는 ‘공유경제’라는 파고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함께 고민하고 방안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한 탓이다.

당국과 국회는 더 이상 미적대지 말고 관련 업계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뒤늦게 나마 당정이 택시기사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해 사납금 폐지, 월급제 실시 등의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안을 내놓은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사납금 폐지, 월급제 전면실시’는 말은 쉽지만 사전에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그동안 때만 되면 언급됐지만 제대로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현 상황을 카풀 서비스 사태에 한정해 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센 물결 속에서 ‘구산업’과 ‘신산업’ 간 불가피한 브랜드 시프트라는 산업구조조정 측면에서 거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의 거센 흐름 속에서 유사한 갈등은 언제든지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한민국 전반의 미래를 큰 청사진을 갖고 그물망처럼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 급하다고 여론의 눈치만 보며 오락가락하거나 땜빵식으로 접근해서는 한국경제의 미래가 없다. 거기에는 여당과 야당, 정부와 지자체가 따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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