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4차산업혁명 시대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대명제
[데스크칼럼] 4차산업혁명 시대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대명제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9.01.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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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육십갑자로 기해년은 황금돼지해에 해당한다고 하니 말만 들어도 오랜만에 마음이 윤택해지는 것 같다. 올해는 우리 모두의 곶간이 가득 차는 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지난 2018년 무술년 한 해도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촛불혁명 후 맞이한 두 번째 해여서 한층 더 큰 기대감을 갖고 시작한 해였지만 그 끝은 시작과는 너무 달랐다. 개인과 기업, 사회와 국가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내야했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그 끝은 너무 미약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다’라는 해묵은 화두가 이명처럼 귓전에 울린 한 해였다.

 

2019년 새해가 밝았다. 항공 화물 적재로 분주한 인천국제공항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 너머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19년 새해가 밝았다. 항공 화물 적재로 분주한 인천국제공항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 너머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을 지닌 ‘임중도원(任重道遠)’. 교수들이 2018년을 아우르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는 논어 태백 편의 이 고사성어는 우리나라 무술년에 해결하지 못한 숙제와 기해년에 풀어야할 과제를 한마디로 함축한 듯하다.

굳이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지난 12월 한 달 동안 발표된 각종 경제 통계들은 2018년 한 해 얼마나 무거운 경제적 짐이 한국경제를 짓눌렀는지를 잘 표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작년 9월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개의 축으로 사람 중심 경제가 이뤄진다”며, “소득주도 성장이 수요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라면, 공급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 혁신성장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3대 경제정책 기조 중 맨머리에 두었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여러 가지 일을 벌이고 애도 많이 쓰긴 했지만 납득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투자가 줄고 자금을 풀어도 성장을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일본의 90년대 초반과 유사하다는 우울한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가속페달을 밟은 최저임금인상이 발목을 잡으면서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의 우선순위에 뒀던 저소득층과 중소 자영업층을 강타, 일자리 감소와 실업이라는 실존적 아우성으로 변하고 말았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최저임금인상안은 속도조절을 시작했고 기업과 노동계 모두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쌍두마차 격인 혁신성장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출범 직후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혁신성장 방안으로 중소기업 성장 동력화를 위한 협력·혁신 생태계 구축, 4차 산업혁명 대응태세 강화, 포용적 대외개방 확대 등을 내세웠다.

허나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이같은 방안은 여전히 청사진에 머물러 있다. 아마존,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등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미·중 양국의 혁신기업들이 게걸스럽게 글로벌 시장을 삼키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 구조조정, 인프라 구축,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 그 어느것 하나도 제대로 진척하지 못하고 제자리만 맴돌고 말았다.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공유경제의 시작을 알릴 것으로 여겨졌던 카카오 택시의 도입이 택시업계의 반발로 지연된 사례는 그 대표적이다.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생존권과 혁신성장 모델이 충돌을 빚으며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또 다른 경제기조인 공정경제도 흔들리긴 마찬가지였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가 성과에 맞게 보상받는 공정경제가 선결조건이다.

정부는 공정경제 실현 방안으로 불공정 거래 관행 근절, 담합행위 근절, 동반성장 축진 및 골목상권 보호 강화, 사회적 경제활성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어느것 하나에도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 지난해가 저물기 직전,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이른바 ‘김용균법’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출범 3년차를 맞는 2019년, 정부는 경제활력 제고를 경제정책방향의 전면에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앞서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웠지만 올해는 기업투자 촉진을 포함한 경제활성화를 강조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정책의 큰 틀을, 현 정부 출범 시 표방한 '사람 중심 경제'의 맥을 큰 틀에서는 이어가되 앞으로는 투자·혁신·구조개혁 등에 더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산업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혁신 성장과 혁신적 포용 국가를 이루기 위한 산업발전 전략은 제조업 혁신이 핵심 기둥이 되어야 한다"며 "우리 경제의 강점이 제조업에 있는 만큼 우리가 잘하는 분야를 계속해서 잘해나가는 것이 산업정책과 경제정책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혁신은 근본을 완전히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존 산업발전전략을 완전히 새롭게 하는 제조업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 성장 엔진을 다시 뛰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혁신성장을 경제정책 기조의 서두에 두고 추진 할 것임을 읽히는 대목이다.

혁신성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혁신성장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인 대명제다. 성균관대 최재붕 교수는 ‘4차산업혁명 시작된 미래-포노사피언스 시대의 시작’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문명 교체가 본격화되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35억 인류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최 교수는 어릴 적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살아온 세대들에 의해 소비문명이 새로운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하며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기술이 아니라 인류문명의 변화”로 해석했다.

현재 시가총액 세계 10대 기업의 면면을 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혁신성장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대명제임을 직감할 수 있다.

10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4차 산업혁명과 직결돼 있는 기업이다. 미국 기업인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그 기업들이다. 애플과 아마존은 각각 시가총액 1천조원을 넘어섰다. 더 놀라운 일은 이들 7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5000조원을 넘었다.

우리나라 코스피와 코스닥 등록 기업가치를 모두 합한 가치가 2000조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입이 쩍 벌어진다. 더 기겁할 일은 지난해까지 이들 7개 플랫폼에 몰린 자본이 3000조원 언저리였다는 점이다. 1년 사이 코스피와 코스닥의 기업가치를 넘어선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그동안 축적된 자본으로 미래까지 선점하고 있어 그 격차는 나날이 커지고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들 7개 기업들이 하고 있는 영업 영역의 절반 정도는 우리나라에 오면 모두 불법이다. 혁신성장에 맞는 규제개혁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한 이유다.

조엘 모키르는 ‘성장의 문화- 현대 경제의 지적 기원’이라는 저서에서 ‘왜 중국에서는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았을까?’라는 화두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여러 학자들의 주장과 역사적 근거를 토대로 그 이유를 분석한 끝에 ’성장의 문화‘라는 결론을 얻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 중국과 유럽의 기술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성장과 정체를 반복했다. 1700년을 기준으로 어느 쪽의 기술이 더 발전했는지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분야에서는 유럽이 중국을 앞질렀고, 다른 분야에서는 중국을 따라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170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유럽은 중국의 기술을 멀찌감치 추월했다.

조엘 모키르는 “중국엔 새로운 사상을 검증하는 아이디어 시장 같은, 조정을 위한 단일 메커니즘이 없었다. 유럽은 비록 정치적으로는 분열했지만 새로운 사상이 진입해 기존의 사상에 도전하는 등 아이디어 시장이 원활하게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아이디어 시장은 덜 논쟁적이었고 지식인 커뮤니티는 자율성이 없었다. 아울러 지적 소비자가 그들의 문화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경쟁적인 아이디어 시장도 없었다”는 것.

반면 송나라 이후 중국은 경쟁적인 아이디어 시장을 갖지 못했고 기득권층은 정치적 현상에 도전해 문화적 사업가가 될 잠재력이 있는 진입자들을 차단하기 위해 장벽을 높이 세웠다. 중국에서 과학은 여전히 정부가 통제하고 규제하는 활동이었다. 조엘 모키르는 유럽이 나머지 세계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계몽주의였고, 그 계몽주의가 과학과 기술 발전에 끼친 파급력이었다고 봤다. 때마침 유럽사회를 감싼 계몽주의가 다원주의 문화와 아이디어 경쟁을 촉진시켰다고 본 것이다.

혁신을 멈춘 기업과 국가에 누가 투자하겠는가? ‘성장의 문화’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명의 변혁을 앞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과 중국 대륙의 거대한 문명이 대변혁을 이끌고 있다. 좌고우면할 겨를이 없다. 문명 교체기에 실기하면 역사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역사가 그것을 잘 대변하고 있다.

다원주의를 인정하고 아이디어로 자유롭게 경쟁하는 사회, 4차산업혁명의 대변혁기에 서 있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성장의 문화’다. 2019년 기해년 한 해는 대한민국 전체가 혁신성장의 제대로 된 성장 문화를 싹틔우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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