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폭로 진실공방 '사실관계 규명이 우선이다'
[데스크칼럼]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폭로 진실공방 '사실관계 규명이 우선이다'
  • 유원형 기자
  • 승인 2019.01.03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가경제 유원형 기자] 청와대의 KT&G 사장교체 지시와 적자국채 추가발행 압박 논란을 둘러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33·행정고시 57회)과 기재부의 공방에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고 있다. 3일에는 신재민 전 사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고 잠적했다가 반나절 만에 발견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신 전사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에 신고한 신 전 사무관의 친구는 이날 오전 7시 신 전 사무관으로부터 ‘요즘 일로 힘들다’ ‘행복해라’는 내용의 예약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수색 끝에 이날 낮 12시40분께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신 전사무관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극단적 행동을 시도한 상태였지만 다행히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신 전 사무관은 전날인 2일 기재부가 이번 폭로와 관련해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자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과 기재부 간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3일 급기야 신 전 사무관의 극단적인 선택 시도 사실이 알려지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과 기재부 간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3일 급기야 신 전 사무관의 극단적인 선택 시도 사실이 알려지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신 전 사무관은 전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국고채 발행계획 보도자료 취소를 요구한 인물로 차영환(현 국무조정실 2차장)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목하는 등 기재부의 반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 터라 이날 극단적인 선택은 더 큰 충격을 줬다. 

신 전 사무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에서 직접 국·과장에게 전화해서 (적자 국채를 추가발행하지 않기로 한 2017년 11월 23일)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재부가 2017년 11월 23일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같은 해 12월 4조6천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이 담겼으나 적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는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신 전 사무관의 설명과 기재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적자 국채 추가 발행 요구는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런 보도자료가 배포된 이후에도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도록 무리하게 압박했다는 게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 전사무관은 자신은 국채업무의 담당자였고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보고하러 4번이나 들어갔다며 부총리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을 의식해 적자 국채 발행을 계속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차영환 전 비서관이 당시 기재부에 연락한 것은 12월 국고채 발행계획을 취소하거나 보도자료를 회수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12월 발행규모 등에 대해 최종 확인하는 차원에서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언급했다는 국가채무비율 39.4%는 적자국채 추가 발행 규모 시나리오에 따라 국가채무비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검토하는 과정에서 논의됐던 여러가지 대안에 포함되었던 수치 중에 하나"라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또 "신 전 사무관은 수습기간을 제외하면 기재부 실제 근무기간이 만 3년 정도의 신참 사무관으로서 접근할 수 있는 업무 내용에 많은 제한이 있었을 뿐 아니라 실무담당자로서 정책결정 과정에서 극히 일부만 참여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주요정책의 전체 의사결정 과정을 아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크게 왜곡시키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기재부는 덧붙였다. 

기재부는 KT&G와 관련한 동향 보고 문건을 외부에 유출한 행위, 적자 국채 추가발행에 대한 정부 내 의사결정 과정이나 청와대와의 협의 등 관련 정보를 외부에 공개한 행위를 수사해 처벌해달라며 신재민 전 사무관을 2일 검찰에 고발했다. 

형법 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공공기록물관리법 51조는 공무원 신분으로 취득한 공공기록물을 무단 유출하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는 신고가 들어온 3일 과학수사대원들이 신 전 사무관이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건물 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는 신고가 들어온 3일 과학수사대원들이 신 전 사무관이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건물 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신 전 사무관의 폭로가 처음 공개된 것은 구랍 29일부터였다. 이날 신 전 사무관은 유튜브와 고려대 인터넷 커뮤니티인 '고파스' 등에 올린 동영상과 글에서 청와대가 KT&G 사장을 교체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정부가 기업은행을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KT&G 사장은 외국인 주주 등의 반대로 교체되지 않았다.

신 전 사무관은 또한, 2017년 11월 대규모 초과 세수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적자 국채 발행을 요구하는 등 무리하게 개입했으며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1조원 규모의 국채매입(바이백)을 갑자기 취소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에 기재부는 적자 국채 추가발행과 관련해 청와대도 의견을 제시했으나 강압적 지시는 전혀 없었고,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기재부가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적자국채는 국가가 세입부족을 보충하기 위하여 발행하는 국채를 말하며, 바이백은 무엇을 팔았다가 다시 되사들이는 행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국채에 있어서는 만기 전 조기상환을 뜻한다. 국채발행과 바이백은 기재부와 청와대가 연간계획 내에서 대내외 상황을 보며 신축성있게 하는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신 전 사무관이 폭로한 내용들은 실제로는 실행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KT&G 사장도 결국에는 연임됐고, 적자 국채 발행이나 국채매입(바이백)도 이뤄지지 않았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에 대해 긍정과 부정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양심적인 공익제보자라고 보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과거 많은 정부에서처럼 청와대가 압력을 제대로 넣었다면 모두 성사됐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폭로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진실공방 양상을 띠고 있는 이번 신재민 전 사무관 폭로 사태를 어떻게 봐야할까? 우선은 양측 모두 아쉬움이 남는다. 

신 전 사무관은 정부의 중요한 정책결정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자칫 오해를 살만 했다. 과거 공익제보자들과 달리 폭로 동기가 불명확했다.  유튜브를 이용하면서 공개 폭로의 이유로 '먹고 살기 어려워서'라고 했고 유튜브에 개인 계좌 번호는 물론 고용계약을 맺은 고시학원 이름까지 올렸다. 나중에 유튜브에서 이와 관련해 해명했고 2일 기자회견에서도 진정성을 강조했지만 본인 의도와는 달리 의심받을 여지가 컸다.  

신 전 사무관은 2일 긴급기자회견에서 “(저는) 딱히 다른 의도가 없다. 정치적 세력도 없고. 정말 단 하나, 제가 이렇게 나섬으로 인해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합리적이고 조금 더 나은 공무원 구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의 대응은 미숙하기 그지없다. 신 전 사무관의 기재부 내 위치나 능력, 행동 등을 무분별한 개인주장이라며 ‘풋내기’로 폄하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의 국회 기재위 소집 요구를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3일 공식 논평을 통해 “범법자 김태우 수사관에 놀아나다 된서리를 맞은 한국당이 풋내기 사무관의 방자한 행동에 또 다시 춤을 추려 하는 꼴이 참으로 사납다”고 비판했다. ‘풋내기’라는 표현이 여당 논평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반면, 한국당은 3일 신 전 사무관을 '양심선언을 한 공익제보자'라고 규정해 공세의 정당성 확보에 주력하는 동시에 '나라 살림 조작 진상조사단' 가동을 통해 정부·여당을 향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신재민 전 사무관이 청와대의 개입으로 국채매입을 돌연 취소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죄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고, (고발을) 심각하게 검토하겠다"고까지 말했다.

기재부 반대에도 청와대가 적자 국채를 발행하라고 압박했다는 주장은 사실관계나 의도를 좀 더 면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국채를 되사들이면 국가부채와 이자가 줄어 재정에 도움이 될 텐데, 청와대는 오히려 기재부에 예정됐던 1조원의 국채 매입(바이백)을 취소하고 4조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국채매입은 실제로 취소됐고 4조원은 적자 국채가 아니라 국고채로 발행됐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과 기재부의 해명이 맞서고 있는 만큼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특히 시장 혼란까지 야기한 국채매입 취소 부분이나, 적자국채 추가발행 강요 주장에 대한 기재부의 해명이 명쾌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석연찮은 의혹을 해소하고 사실관계를 좀 더 명확히 밝힐 필요도 있어 보인다.  

정부나 정치권이나 모두 사실관계를 차근차근 따져보는 게 우선이다. 정부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행위라며 발끈해 막말을 퍼붓는 식의 접근 방식이나, 앞뒤 없이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을 위법이니 위헌이라고 몰고가는 쪽도 모두 문제다.  

특히, 청와대와 여당은 좀 더 여유있게 대응해야 한다. 

소통의 시작은 경청과 배려다.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 공적 조직에서 내부고발이 더 이상 나오기 어렵다. 공익제보자가 숨어다니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비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직은 진정한 공익제보자로 봐야할지, 아무런 문제 없는 공무상 비밀을 무단으로 유출한 개인의 무분별한 행위인지 속단하기에 이르다. 

경위야 어떻든,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는 과거 정부와 뭔가 달라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 ‘말도 안된다’며 말을 막기에 앞서 한 번 더 귀 기울이고 경청하며 그같은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과 원인이 무엇인지 찬찬히 찾아보는 게 우선일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 정책의 결정과정에 비민주적인 요소가 있다면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굳이 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 그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얽힌 실타래는 당기면 더 얽힐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