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탐구] '한국 CES'가 남긴 반가움과 아쉬움
[트렌드탐구] '한국 CES'가 남긴 반가움과 아쉬움
  • 유원형
  • 승인 2019.01.3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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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복합 문화공간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2009년에 착공하여 2014년 3월에 개관했다.

이 자리는 서울운동장이라고도 했던 동대문운동장이 위치했던 자리였다. 옛 동대문운동장은 일제강점기 시절이던 1925년 5월에 착공하여 같은해 10월에 준공한 종합경기장으로, 조선시대에는 훈련도감의 분영이었던 ‘하도감(下都監)’ 자리로, 구한말 임오군란 때에는 청나라 제독 오장경이 진을 쳤던 자리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이름은 ‘경성운동장’이었고, 광복 후 ‘서울운동장’으로 바뀌었다.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이 개장하기 전까지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의 홈구장이자 한국 축구의 성지로서 자리했었다.

 

CES 2019에서 화제를 모았던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제품들을 전시한 '한국 전자 IT산업 융합 전시회'가 29일부터 사흘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논란 속에 개최됐다.   [사진= 스포츠Q DB]

 

동대문운동장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지역간 더비였던 경평축구대항전을 비롯해, 한국 프로축구 수퍼리그의 역사적인 원년 출범 경기,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 1988년 하계 올림픽 당시 브라질 대 아르헨티나의 8강전 등 역사적인 이벤트가 열렸다.

동대문운동장은 2007년 12월 18일부터 철거를 시작하여 폐장되었다. 부지에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 2009년 10월 27일 개장하였고, 5년 후인 2014년 3월에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가 문을 열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지금은 과거의 흔적을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초현대식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지만 한국인에게는 근대와 현대사에 잊혀질 수 없는 추억의 장소다.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A1 알림1관에서는 매우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전시회인 ‘CES 2019’에 참가한 우리 기업의 혁신 기술과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였다.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매년 초에 개최되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주관으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로, 매년 세계 160개국 45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1967년 뉴욕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성장을 거듭하며 가전전시회의 최고 무대로 자리잡았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개최된 CES 2019는 5G통신, 인공지능(AI), 로봇,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초연결 ·초지능'을 실현한 최첨단 혁신 분야 제품과 기술들이 선봬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모든 제품에 인공지능이 탑재되고 5G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세상이 행사를 관통한 트렌드였다.

 

[사진= 스포츠Q DB]
'한국 전자 IT산업 융합 전시회'에는 중견·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등도 참가해 눈길을 모았다. [사진= 스포츠Q DB]

 

올해 CES 2019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이번 ‘한국 전자 IT산업 융합전시회’는 CES 2019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혁신성을 뽐낸 기업들의 제품과 기술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자리였다.

삼성전자, LG전자, SKT, 네이버랩스 등 대기업의 혁신제품을 비롯, 혁신상 수상 등으로 주목 받은 중견·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35개사가 참가했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헬스케어, 스포츠엔터, 스마트홈시티, 로봇, 핀테크 같은 주제의 혁신제품들이 전시됐다.

‘한국 CES'에서 역시 가장 시선을 집중시킨 제품은 LG전자의 ’롤러블TV‘였다. CES 2019 당시 해외 매체들은 LG전자가 공개한 세계 최초의 롤러블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에 경찬과 찬사를 보냈다.

롤러블TV는 세계 최초로 화면을 둥글게 말았다 펴는 것이 가능한 TV로, 마법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CES의 공식 어워드 파트너인 '엔가젯'으로부터 '최고 TV'로 선정됐다. 하지만 한국 CES에서는 롤러블 TV를 개장 첫날에만 볼 수 있었고 그 자리에는 다른 제품이 놓여 있어 방문객들의 아쉬움을 샀다. LG전자 부스에서는 TV 뿐만 아니라 이번에 처음 공개한 캡슐 맥주제조기 'LG 홈브루'도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모듈을 이어붙여 화면의 모양을 다양하게 하는 동시에 무한대로 늘릴 수도 있는 베젤(테두리) 없는 모듈형 디스플레이 ’더 월 TV‘, 차량 내·외부에서의 확장된 연결성과 안전 운전을 지원하는 솔루션인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UHD보다 4배 이상 디테일한 화질을 구현한 QLED 8K 등을 소개해 경탄을 자아냈다.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체험은 방문객들에게 남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더 월'은 2018년 2월 B2B시장을 겨냥해 처음 공개된 이래 다양한 상업용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어온 모델이다. 2019년 모델은 219형의 압도적인 크기와 생생한 화질을 자랑하는 마이크로 LED 스크린으로 다채로운 형태의 현장감 넘치는 영상을 선사했다. '디지털 콕핏'은 시트에 앉으면 새로운 공간이 펼쳐지는 혁신적인 정장기술의 경험을 선사했다. 방문객들은 직접 시트에 앉아 다양한 기능을 체험할 수 있었다. 

SK텔레콤 부스의 전시관 테마는 5G가 가져올 실감형 콘텐츠였다. CES 2019에서 호평을 받았던 옥수수 소셜 VR, 홀로박스, 인공지능 미디어 기술 등을 전시했다. ‘옥수수 소셜 VR x 에브리싱’은 SK텔레콤의 가상현실 플랫폼 '옥수수 소셜 VR'과 SM엔터테인먼트의 노래방 플랫폼 '에브리싱(everysing)'의 콜라보레이션 콘텐츠이고, '홀로박스'는 차세대 미디어 기술인 홀로그램에 SK텔레콤의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를 결합한 서비스다.

네이버의 연구개발 자회사인 ’네이버 랩스‘는 지능형 로봇팔 '앰비덱스(AMBIDEX)', 모바일 매핑 시스템 R1, 3D AR HUD 어헤드(AHEAD) 등을 선보였다. 네이버가 국내 최고의 포털사이트를 넘어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일익을 담당하는 혁신기업임을 과시했다. 

이외에도 스마트가전과 연동되어 음성으로 제어 가능한 인공지능 ‘홈 로봇’, 높은 곳에서 추락 시에 에어백이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에어백 조끼, 3D AR 헤드업 디스플레이 제품, 헬멧 크기의 휴대용 뇌영상 촬영장치,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결제시스템, AI 기반의 헬스케어 제품, 3D초음파 태아 얼굴 촬영 VR 제품 등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핵심 제품들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개막일인 2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행사장을 찾아 부스를 돌며 혁신제품들과 관련한 설명을 듣고 직접 체험하며 “굉장한데” “상상상의 끝” 등 탄성과 함께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판 CES’는 논란과 아쉬움도 남겼다. 이 행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 참여를 압박했다는 논란에 휘말렸고, 조급한 일정에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짜임새와 규모 등 여러 면에서 엉성한 구석이 여기저기 엿보였다. 

 

LG전자는 제품 일정 등이 맞지 않아 개막 첫날 롤러블TV가 있던 자리에 이틀째부터 다른 제품을 놓았다. [사진= 스포츠Q DB]
LG전자는 제품 일정 등이 맞지 않아 개막 첫날 롤러블TV가 있던 자리에 이틀째부터 투명 올레드 사이니지를 놓았다. [사진= 스포츠Q DB]

 

산업부 설명을 종합하면 이 행사는 CES 2019와 비슷한 행사를 한국에서 하면 기업 홍보에 도움이 되고 소비자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에 CES 폐막 직후에 추진됐다. 결국, 지난 11일 CES 2019가 끝난지 18일만에 부랴부랴 개최되는 바람에 기업들은 제품 준비 등에 흡사 007작전을 펼쳐야 했다. 일반적으로 전시회는 준비기간만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데 약 2주만에 행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주도로 행사가 추진됐으며 청와대가 행사 개최 방침을 갑자기 통보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며 "CES에 참가한 국내 기업과 협회, 단체가 CES에서 선보인 기술을 확산시키고 싶다고 생각해 준비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급박하게 개초한데다 평일 낮에 개최하다 보니 홍보도 부족했다. 주말을 끼고 홍보기간이 좀 더 길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혁신제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행사로 기획돼 기업에게는 별다른 유인요인이 없었던 점도 아쉽다.

하지만 행사장을 찾은 많은 시민들은 한국 기업들이 이룬 성과에 놀라워하며 자랑스러워했다. 한 방문객은 “우리나라 기업 제품들이 CES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소식을 언론에서만 보았는데 직접 보게 돼 가슴 뿌듯하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물론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롤러블TV도 없고 규모도 생각보다 단촐한 느낌이다"며 아쉬움을 표하는 방문객도 있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말도 있고 ’늦더라도 하는 게 안하는 것보다 낫다’는 말도 있다.

'한국 CES'라는 별칭으로 첫발을 뗀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 준비부족과 홍보부족 등 아쉬운 점이 많기도 했지만 한국 혁신산업의 현주소를 알렸고 국민들에게 자부심도 안겼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4차산업혁명의 흐름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는 추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펼쳐져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올해의 경험을 삼아 내년 이후에는 보다 더 ‘갖춰진’ 행사로, 많은 국민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행사로 거듭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들은 물론 해외 바이어까지도 몰려오는, 그런 부가가치 높은 빅이벤트를 기대해 본다.

경제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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