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탐구] '총성없는 전쟁' 표준전쟁의 서막...수소차·5G·롤러블TV·폴더블폰

유원형 / 기사승인 : 2019-02-23 12: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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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유원형 기자] '수소자동차, 5G기술, 롤러블TV, 폴더블폰'


올들어 혁신산업과 정보통신(IT) 분야에서 널리 회자되어 온 대표적인 화두들이다. 이들 화두를 꿰뚫는 공통점은 바로 대한민국이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초부터 수소자동차 홍보모델을 자처할 정도록 수소자동차 붐 조성에 앞장서고 있고,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국내 통신업계는 쉼없이 5G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19'에서 세계 최초로 둘둘 말리는 롤러블TV를 공개했고,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9’에서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를 공개했다.


5G와 폴더블폰은 오는 25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여는 세계 최대 모바일박람회 ’MWC 2019‘에서도 최대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센터에서 진행된 ‘삼성 갤럭시 언팩 2019’에서 삼성전자 IM부문장 고동진 사장이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센터에서 진행된 ‘삼성 갤럭시 언팩 2019’에서 삼성전자 IM부문장 고동진 사장이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


수소자동차, 5G, 롤러블TV, 폴더블폰...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도적 위치에서 이끌고 있는 분야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정부와 해당 기업들이 알리는 홍보 문구들만 보면 이들 제품의 미래에는 넓고 쭉 뻗은 신작로만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서막이라고 입을 모은다. 바로 ‘국제 표준화’ 전쟁의 시작이다.


이것들은 모두 기존 해당 품목의 패러다임을 바꿔놓는 ‘종전과 다른 차원’의 혁신기술들이다. 수소자동차는 종전 내연기관의 자동차 산업의 틀을 완전히 바꿔놓는 것은 물론, 4차 산업혁명시대 자동차 주류 산업으로 부상한 전기자동차와도 또 다른 영역이다. 수소자동차가 확산하면 원유고갈이나 환경오염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G(5세대 이동통신)는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특성을 앞세우는 혁신기술이다. 5G를 선도하는 국가가 20세기 산업패권을 쥘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LTE 대비 20대 빠른 속도를 제공하고, 데이터가 휴대폰-기지국-휴대폰을 오가는데 지연시간은 단 0.001초에 불과하다. 보고 듣는 것 뿐만 아니라 느끼는 촉감까지도 실시간으로 전달 가능하다. LTE대비 10배 이상 단축된 지연시간이다.


여기에 1km 반경 내에서 LTE보다 10배 많은 100만대의 기기 연결이 가능하다. 시간과 공간의 벽을 뛰어넘는 신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롤러블TV는 OLED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이 본명이다. 디스플레이를 돌돌 말아 보관할 수 있는 신개념의 TV로 CES 2019에서 혁신적인 TV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CES 공식 어워드 파트너인 IT매체 ‘엔가젯’으로부터 ‘최고 TV’로 선정됐으며 오는 7월 상용화 예정이다. 롤러블TV는 설치 공간의 효율적인 이용을 극대화 수 있는 TV라는 평가다.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는 제품을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으로, 반으로 접은 상태에서도 얇다고 느낄 수 있게끔 디스플레이 두께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20만번을 접었다 펴도 제품이 변형되지 않는 내구성을 갖췄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폴더블폰은 휴대폰 역사에 또 한 번의 ‘폼팩터(Form Factor)’ 혁신으로 기록된다. 지난 10여년 간 이어진 직사각형 형태의 스마트폰에 이어 접히는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이미 보조금까지 투입하며 보급에 나선 수소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세 개 제품은 모두 올 여름까지는 상용화가 이루어진다. 2019년은 이들 제품이 본격적으로 세상과 만나는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1월 29일부터 사흘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된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에 전시된 롤러블TV 모습. [사진= 스포츠Q DB]


이들 혁신 제품에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을까? 하지만 이들 제품들은 당장 가장 중요한 약점을 안고 있다. 비싼 가격이다.


왜 상대적으로 싼 내연기관차나 전기차를 놔두고 충전소도 제대로 없고 가격이 비싼 수소자동차를 타야하는지, 화면 하나짜리 스마트폰과 꽤 넓은 화면의 태블릿PC가 있는데 왜 200만원 넘는 비싼 돈을 지불하고 폴더블폰을 사야하는지, 아무리 공간활용이 중요하다지만 집안의 중요한 세간인 TV를 굳이 말았다 폈다하며 번거롭게 써야하는지, 영화 한 편을 1~2초 안에 다운로드 받기 위해 왜 비싼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는지...


아직 소비자들을 이같은 단순한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듣지 못했다. 이같은 가격 장벽을 넘는다고 해도 더 큰 산이 남아 있다. 바로 ‘국제표준화’ 과정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국제표준’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시간과 공간, 국경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더 옅어졌다. 그래서 1등만이 대부분을 소유하는 승자독식의 독점경제가 심화하고 있다.


정부도 국제표준 선점의 중요성을 알고 주요 정책 방향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잇따라 혁신기술과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그만큼 새롭게 개척하고 확보해야 할 국제표준도 많아지고 중요해졌다.


수소자동차, 5G기술, 롤러블TV, 폴더블폰은 고가와 시급성 약화에 따른 소비 저항의 벽도 넘으면서, 동시에 국제표준에서도 성공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시대 표준화의 가장 큰 특징으로 표준 개발의 복잡도 심화를 꼽는다. 예전에는 단일 제품이나 서비스 중심의 표준화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시스템 간, 산업 간 연결과 융합이 이루어지면서 표준화 과정도 그만큼 복잡다난해졌다. 반면 표준화가 한 번 이뤄지면 그 효과 또한 클 수 밖에 없다.


국제표준은 여러 국가가 각 국의 이해관계를 회의 형식으로 조정하여 국제적으로 적용되도록 제정한 표준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하는 공업 및 농업 부문의 ISO 규격과 전기 관련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제정하는 IEC 규격이 대표적인 예다.


국제표준은 ‘총성없는 전쟁’으로 통한다. 어렵게 국제표준에 성공한다고 해도 장기간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1990년대부터 1980년대 초기까지 벌어졌던 비디오카세트 레코드(VCR) 표준전쟁은 마케팅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표준전쟁으로 꼽힌다.


VCR은 이제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추억의 기술이됐지만 30여년 간 안방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만든 획기적인 영상저장 기술이었다. VCR 표준전쟁은 소니의 ‘베타맥스’와 JVC사의 ‘VHS'의 대결에서 종국에는 VHS가 승리한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VHS는 베타맥스에 비해 화질이 떨어진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역전에 성공했다. 소니의 회장이었던 아키오 모리타는 표준 기술을 배타적 운용했던 것을 경쟁에서 패한 주된 패착으로 분석했다. 소니는 다른 회사가 베타맥스 테이프를 상영하는 비디오 플레이를 만들어 팔지 못하게 한 반면, JVC는 약간의 수수료만 내면 다른 회사들도 VHS 기계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VHS의 승리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DVD라는 또 다른 획기적인 저장장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후 소니의 블루레이는 고화질 비디오 표준을 두고 도시바의 HD-DVD외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VCR 표준전쟁에서의 쓰라린 패배를 거울로 삼아 또 다른 표준전쟁에서는 승리한 것이다.


국제표준은 제품과 기술의 시장 파편화를 막아 시장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고, 산업의 미래 선점 효과를 가져옴으로써 장기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과거 표준전쟁의 역사에서 보듯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또한 기술의 우위만으로 표준전쟁에서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다.


정부와 기업이 보다 장기적인 플랜과 유연성을 가지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표준전쟁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수소자동차, 5G기술, 폴더블폰, 롤러블TV가 세계 표준전쟁에서 당당히 이기고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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