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5G 서비스, '그들'만의 잔치여선 안 돼
[기자의 눈] 5G 서비스, '그들'만의 잔치여선 안 돼
  • 강한결 기자
  • 승인 2019.04.06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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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중위소득은 총가구에 소득순으로 등위를 매긴 다음, 정확히 가운데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평균소득과는 다른 개념이다. 중위소득 가구라 해서 반드시 중산층 가구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 사회의 빈부 격차 정도에 따라 중위소득 가구의 위상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중위소득을 활용해 한 사회의 중산층 구성비를 따질 때는 대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을 따른다. 그래야 각 사회의 중산층 구성비에 대한 상대평가가 가능해진다.

대한민국의 2019년 기준 4인가구 중위소득은 월 461만3536원이다. 1인가구 기준은 170만7008원이다. OECD 기준에 따르면 중위소득의 50% 미만이면 빈곤층, 50~150%에 해당하면 중산층, 150%를 초과하면 상류층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4월 3일 밤 11시. 국내 이동통신 3사가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쟁사인 미국 버라이즌이 상용화 서비스를 앞당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통사와 삼성전자 관계자들을 소집해 서둘러 5G 상용화를 추진했다. 정부와 이통사, 단말기 제작사의 협력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얻었다.

국내 이동통신사가 5G 상용화 시대를 세계에서 처음 연 것은 기념비적 성과다. 정부 역시 한껏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민·관이 합심하여 달성한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정보통신 최강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5G 상용화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이통 3사가 제시한 5G 서비스가 비상식적인 수준으로 비싸다는 것이다. 이통 3사가 내놓은 5G 최저 요금제는 5만5000원으로 동일하다. LTE 최저요금 구간보다 2만원 이상 비싸다.

SK텔레콤과 KT는 월 5만5000원에 데이터 8GB를 제공하는 ‘슬림’, ‘5G슬림’ 요금제를 각각 선보였다. 데이터를 다 소진한 뒤에는 1Mbps 속도로 제어된다. 해당 속도는 모바일 메신저는 무리 없이 쓸 수 있는 정도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보다 1GB의 데이터를 더 준다.‘5G 라이트’는 월 5만5000원에 데이터 9GB(속도제어 1Mbps)를 제공한다.

하지만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5G 콘텐츠를 즐기려면 8~9GB의 데이터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5G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고용량 데이터가 필요하다. 최저가 요금제를 선택할 경우 2GB 영화 4편밖에 볼 수 없는 데이터 용량이기 때문이다.

결국 5G 콘텐츠를 무리없이 즐기기 위해서 소비자들은 100GB 이상 데이터를 제공하는 7만원대 이상의 고가 요금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통 3사는 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대대적으로 광고하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무제한 요금제의 가격은 1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제공한 무제한 요금제는 정식 요금제가 아닌 프로모션 상품이다. 프로모션 미가입의 경우 요금은 10만원을 넘어선다.

4인 가구 기준 구성원들이 모두 5G 무제한 요금을 사용한다면 한달 통신비는 40만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5G 전용 기종 스마트폰 할부값까지 더해진다면 통신비는 더 오른다.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의 10%를 통신비가 차지하는 셈이다.

통신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의 정책을 따라야하는 실정이다. 요금제를 비롯한 통신 서비스 관련 선택권을 사실상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과거 3G에서 LTE로 시장이 바뀔 때 통신업계는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3G를 배척하고 소비자들에게 LTE 가입을 강요했다. 대리점에서는 3G 단말기가 없다며 가입을 받지 않았다. 단말기 제조사들도 3G폰 생산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LTE에서 5G로 통신시장이 옮겨가는 지금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이 5G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통신강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통신업계가 수익성 향상에 치중하면서 5G 역시 요금 논란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세계 최초’라는 영광의 이면에서는 통신비 부담을 걱정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5G 서비스 상용화가 서민층의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도구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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