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론] 수소차·전기차에 대한 과도한 환상들
[메가시론] 수소차·전기차에 대한 과도한 환상들
  • 박해옥
  • 승인 2019.05.0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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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수소경제 띄우기에 발벗고 나섰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에서 열린 수소경제 전시행사장을 방문해 수소차 홍보 모델을 자처한 것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수소경제에 대한 관심은 유별난 측면이 있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을 때 문 대통령은 현대자동차가 만든 수소차를 시승해 보이는 한편 수소차 충전소 설치 문제 등에까지 세세한 관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새해 업무보고 당시엔 수소차를 거론하며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이 움직이니 총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 주 전북 완주의 수소연료전지 지역혁신센터를 찾아가 간담회를 한 뒤, 수소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모두 수소경제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새롭게 하려는 일련의 시도들이다.

수소경제는 수소를 주요 에너지로 삼는 경제를 지칭한다. 언젠가 닥칠 화석연료의 고갈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데다 친환경이란 선의까지 더해지면서 모두에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개념이다.

자주 회자되는 것에 비하면 수소경제는 아직 우리의 일상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나마 현실감 있게 와 닿는 게 수소차다. 현실적으로도 수소차는 수소경제 구현의 선봉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요즘 들어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면서 수소차에 대한 예찬론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수소차가 미세먼지 흡입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수소경제의 미래는 미세먼지에 찌든 사람들에게 상상만으로도 즐거움을 안겨준다. 당장 전국의 모든 자동차가 수소차로 바뀌었다고 가정해보라. 얼추 잡아 2300만대가량의 거대한 이동식 공기청정기가 대한민국 전역을 누비며 대기중의 미세먼지를 흡입한다면…. 제아무리 짙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날아든다 한들 대기중에 머물 틈도 없이 모조리 전국의 수소차 필터 속으로 빨려들지 않겠는가.

수소차만 열심히 만들면 정말 그런 세상이 구현될까. 그렇게 믿는다면 그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선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수소차가 무공해를 넘어 대기정화 기능까지 갖춘, 환경적으로 유익하기만 한 이동수단으로 기능하려면 만만치않은 기본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동력원인 수소연료의 생산 과정에서 환경파괴 물질의 배출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수소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환경파괴 물질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 현재 수소연료 생산엔 주로 화석연료가 이용된다. 화석연료 기반의 수소 생산 방법 중 가장 경제성 높은 것으론 천연가스 개질(改質)이 꼽힌다. 이 과정에서는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얻는 수소의 양보다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훨씬 더 많다 하니 소탐대실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를 사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도 있다. 그러나 전기는 또 어떤가. 전기차와 만나 ‘청정무구’를 가장하곤 하지만 사실 몹시 ‘더러운’ 에너지가 전기다. 발전으로 인해 우리가 들이마셔야 하는 미세먼지의 양은 측량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하긴, 우리나라가 주로 쓰려고 하는 ‘부생수소’ 채집 방식은 예외일 수 있겠다. 철강이나 석유화학산업의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채집하는 이 방식은 수소를 얻기 위해 추가로 대기를 오염시킬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 방식은 생산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실상이 이러니 수소차가 과연 친환경차가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전기차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물질과 미세먼지 등을 생각하면 전기차는 결코 친환경적일 수 없는 이동수단이다. 이는 많은 전기공학자들이 오래 전부터 지적해온 바다. 오염물질 배출 단계가 앞당겨져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환경 파괴의 산물인 전기를 탐욕스럽게 잡아먹는 대표적 발명품이 전기차다. 전기차가 착하디 착한 친환경 발명품이라면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대부분의 가전제품들 역시 착하기 그지없는 물건들이다. ‘선행’의 공을 전기차가 독차지할 이유나 근거는 전혀 없다.

사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소차 역시 전기차라 할 수 있다. 수소를 연료로 삼아 차량 자체에서 발전을 한 뒤 그렇게 만들어진 전기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종 에너지인 전기를 수소연료를 통해 생산한다는 것이 수소차가 전기차와 구별되는 유일한 차이점이다. 유럽의 자동차 강국들은 동력을 얻는 과정이 더 복잡하고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소위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이 더 많이 든다는 이유로 수소차 개발을 전기차보다 후순위에 두고 있다.

여기선 그 차이가 중요한 논점은 아니다.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수소차든 전기차든 진짜 ‘착한 차’가 되려면 대기오염 또는 온실가스 발생 혐의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청정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눈가리고 아웅식이 아닌, 명실상부한 친환경차가 될 수 있다.

국내에 있는 수소충전소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국내에 있는 수소충전소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수소차·전기차 등에 대한 많은 이들의 기대에 짓궂게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따질 건 제대로 따짐으로써 이면의 문제점들을 있는 대로 들춰내면서 실리적인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수소차와 전기차에 대한 그릇된 환상부터 접는 게 옳다. 그 유용성을 최대한 살리도록 노력하고 연구하되 가치를 과장하지는 말아야 한다. 연후에야 헛심쓰는 일 없이 실용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환경 문제를 정말로 진지하게 고려하자면, 수소차·전기차에 몰두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다. 그것은 현실 속에서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일이다. 첫째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인 전기를 최대한 깨끗한 방법으로 생산하는 일이다. 발전 비용까지 낮출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뿐인가. 실용적 선택은 그 자체로써 정책비용을 줄여주는 효과까지 덤으로 누리게 해준다. 해답은 하나 원자력 발전이다. 원자력 같은 청정 에너지원을 외면하면서 착한 미래차를 논한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프랑스와 스웨덴 국민들은 독일인들보다 더 싼 값에 전기를 사용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쾌적한 환경을 누리고 있다.”

최근 미국의 대학교수 두 명과 스웨덴의 에너지 전문가가 뉴욕 타임스에 함께 기고해 국내에도 소개된 ‘원전은 세계를 구할 수 있다’라는 칼럼의 일부다. 마음먹기에 따라 청정한 환경 속의 행복한 삶이, 당장 현실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프랑스·스웨덴 국민들의 삶이 부러울 따름이다.

박해옥 업다운뉴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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