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계획, 올바른 주택정책인가
3기 신도시 계획, 올바른 주택정책인가
  • 이동구
  • 승인 2019.05.15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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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주요 정책은 현재를 반영하면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교육, 인구, 주택, 경제 등 단기간에 정책 효과를 예단하기 어렵고 복잡한 분야일수록 더욱 더 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 각 부처가 정책 결정을 앞두고 예비조사와 함께 전문가 집단 등에 조사 용역을 의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다수 국민들이 지향해온 정책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3기 신도시 정책’은 여러가지 의문점을 낳을 수밖에 없다.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표한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 방안 제3차 신규택지 추진 계획에는 고양 창릉지구와 부천 대장지구 등 28곳에 11만 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이 추가됐다. 이로써 지난해 9월 1차 때 수도권 17곳에 3만5000가구를 공급하는 안 및 12월에 발표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 41곳 15만5000가구 공급 계획안과 함께 수도권 86곳에 총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3기 신도시 정책이 모두 짜여졌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번 신도시 정책의 목표는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폭등을 막는 데 있다. 특히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했던 서울 강남권과 성남 분당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 안정을 1차적인 목표로 삼아 만들어진 정책이다. 정부의 예상대로 지난해 9월 1차 신도시 계획안 발표 이후 강남권을 비롯해 서울 전역의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가격 또한 약보합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여기엔 강력한 대출 규제와 보유세 인상 등 다른 주택 관련 정책도 큰 역할을 했다. 일부 정책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울 집값, 그것도 강남권의 집값을 제대로 잡는다는 명분으로 수도권에 신도시를 마구마구 만들어내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발목을 잘라내는 필요 이상의 처방은 아닌지, 부작용 등 뒷일은 나중에 생각해보자는 식의 무책임 행정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당장 고양 일산, 파주 운정, 인천 검단지구 등 2기 신도시 주민들이 집단 반발에 나서고 있다. 일관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정부가 오랫동안 추진해왔던 수도권 과밀 해소 정책과 상충된다. 아직 교통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의 2기 신도시 지역 주민들은 서울과 좀 더 가까운 곳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할 경우 집값 하락이 불보듯 뻔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하라며 연일 시위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일산은 2017년 8·2 부동산 대책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후 아파트 값이 2% 넘게 하락한 지역이다. 서울에 직접 공급되는 주택 공급량은 1만 가구로, 전체의 9% 수준에 그쳐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문제다.

3기 신도시 건설로 인해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의 그린벨트가 대거 축소되는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될 만하다. 고양 창릉지구에 편입된 토지는 97.7%가 그린벨트 지역이다. 부천 대장지구는 99.9%인 데다 6개 신도시 건설을 위해 사라지게 될 녹지공간은 3429㎡로 여의도 전체 면적의 11.8배나 된다. 비록 서울시 경계의 그린벨트는 박원순 시장의 반대로 신도시에 편입되지 않았지만 서울과 맞대고 있는 수도권 경계지역의 그린벨트가 줄어든 것이라 실상은 서울의 그린벨트가 축소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울이나 수도권의 도시 환경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악화일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3기 신도시 정책은 국토 균형발전이나 정부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수도권 과밀 해소 정책과도 거리가 멀다.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역대 정부는 한결같이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노무현 정부가 행정수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일명 세종시법(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으로 대못을 박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번 수도권 3기 신도시 정책은 오히려 수도권 집중화를 초래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30만 가구를 건설하니 한 가구당 3명이 거주한다면, 어림잡아 90만명 규모의 도시가 수도권에 추가되는 셈이다. 신도시를 자족도시로 만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인 만큼 각종 일자리도 만들어질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쪽에서 수도권으로 이주할 주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얘기다. 그만큼 지방인구는 더욱 빠르게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서울 집값 잡겠다고 지방도시 소멸을 부추기는 셈이 되고 있다.

물론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현상을 정부가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이번 3기 신도시 정책처럼 공급 확대에만 주력한다면 수도권 과밀화는 영원히 해결 못 할 과제로 남게 된다. 더구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급하다고 대단지 아파트만 계속 늘려갈 수는 없다. 주택정책 또한 30년, 5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을 찾아야 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주택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정책을 찾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행정수도 건설을 위해 대못을 박았던 이유를 되새겨 볼 필요도 있다.

이동구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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