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탐구] 연료전지는 배터리가 아니다 "수소경제의 심장이다"
[트렌드탐구] 연료전지는 배터리가 아니다 "수소경제의 심장이다"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9.05.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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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와 함께 수소경제의 '양대 축' 글로벌 경쟁 치열
수소가 산소를 만나 신성장동력의 꿈을 품다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올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발표되면서 수소차와 더불어 '수소연료전지(Hydorogen Fuel Cell)'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다. 하나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연료전지는 생소한 개념이다. 언뜻 건전지같은 배터리로 이해하기 쉬운 용어부터 혼동을 준다.

하나 원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전세계 이산화탄소양을 줄임으로써 온실가스에 신음하는 지구환경을 지키려는 인류의 노력은 그 속도와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원의 개발과 활용 필요성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시스템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시스템 [출처= 현대자동차]

미국의 경제학자로 '수소경제'의 저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탈탄소화’를 석탄, 석유, 천연가스 순으로 단위 질량당 탄소의 수가 적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이 탈탄소화의 최선책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를 이용한 발전양에 한계가 있고 간헐적 발전의 약점 역시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의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연료전지는 국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기후기술로 분류되어 있어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녹색에너지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5년 기준 세계 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약 36억 달러에 이른다. 2015년 기준 전세계 연료전지 시스템의 판매는 전년대비 약 12%나 증가했다.

연료전지는 배터리가 아니다

연료전지란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원을 일컫는다. 수소나 에탄올 같은 연료가 갖는 화학에너지를 전기화학 반응을 이용하여 직접 전기와 열을 생산하기 때문에 전기를 충전하는 방식의 일반 전지와 다른 일종의 발전장치다.

정부는 올해 1월 17일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사진은 '수소경제 개념도'.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올해 1월 17일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사진은 '수소경제 개념도'.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연료전지 발전은 수소의 가장 중요한 이용방법 중 하나다. 전기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반응의 역반응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수소가 전자와 수소이온으로 분리된 후 산소와 화학반응하여 물과 전기로 전환된다.

전지는 화학전지와 물리전지로 나뉘고, 화학전지는 다시 1차전지, 2차전지, 연료전지로 구분된다. 1차 전지는 충전이 불가한 일반적인 건전지를 말하고 2차전지는 자동차 납 축전지처럼 방전이 되면 충전이 가능하다. 반면 연료전지는 충전이 필요 없다. 연료만 공급된다면 지속적으로 발전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따라서 연료전지는 말만 '전지'지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는 배터리와는 다르다. 기존의 배터리는 전기를 저장해서 사용하지만 연료전지는 연료의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배터리보다는 발전설비에 가깝다.

연료전지의 전기생산량은 2.8메가와트 기준 시간당 2800킬로와트를 생산하고, 연간 35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기존 발전기는 연료를 태워서 전기를 생산하지만 연료전지는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물질없이 전기를 생산한다.

연료전지의 대표적인 주요 특징은 고효율, 무공해, 무소음이다. 이외에도 연료전지는 모듈화로 건설과 증설이 용이하고 다양한 용량이 가능하다. 수소는 물론, 석탄가스, 천연가스, 메탄가스 등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고온연료전지의 경우는 폐열을 이용한 열병합이 가능하다.

 

'2019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두산의 연료전지 스택. [사진= 메가경제DB]
'2019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두산의 연료전지 스택. [사진= 메가경제DB]

연료전지는 기존 발전방식 대비 에너지 변화가 적어 발전효율이 높다. 수소차(수소연료전지자동차·수소전기차)같은 자동차용 동력원 외에도 분산용 발전과 사무용 건물·호텔·쇼핑몰 같은 건물용이나 가정용 전원 및 냉·난방, 정보통신 장비를 위한 이동용, 잠수함 동력원 같은 군수용, LNG선·유조선·컨테이너선 같은 선박용, 병원과 소방서 같은 곳의 무정전 비상전원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근래들어 연료전지는 ‘분산 발전’의 장점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전기가 필요한 곳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송전손실이 없고, 송전설비 건설에 필요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양질의 전력을 적재적소에 공급할 수 있다.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수소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이 없으며, 전기차와 달리 전기공급 없이 내부에서 전기를 생산한다. 수소차는 충전소에서 충전한 수소를 고압으로 저장하는 ‘수소탱크’, 수소와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연료전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 연료전지에서 생성된 전기로 자동차 바퀴를 구동하는 ‘모터’로 구성된다. 수소연료전지자동차가 ‘수소전기차’로 불리는 이유다.

연료전지의 연료 '수소'의 가볍지만 무거운 매력

석유가 내연기관의 연료이듯, 수소는 연료전지의 연료다. 수소가 있어야 연료전지는 그 생명을 갖는다. 전지구적인 이산화탄소 감축 노력과 맞물려 수소는 2100년 경에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전지의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는 원자번호 1번의 원소로, 우주질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지만 물이나 유기화합물의 형태로 존재해 사용하기 위해서는 분해과정이 필요하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수소연료전지 원리 [출처= 2015 '수소차보급 및 활성화방안']

 

수소의 단위부피당 발열량은 탄화수소 등에 비해 낮지만 단위 중량당 발열량은 약 3배 정도로 높다. 공기중 산소와의 단순한 전기화학 반응으로도 열과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부산물도 물밖에 없어 친환경적인 원소다.

수소를 연료전지를 통해 이용할 경우, 이산화탄소가 최대 50%까지 저감되며, 수송 부문의 경우 에너지 이용효율을 최대 3배까지 개선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원유(탄소)는 난방, 발전, 수송 등 연료 부문과 섬유, 플라스틱, 합성고무, 비료 등 원료 부문에 폭넓게 이용돼 왔다. 하지만 수소는 원유 등 탄소가 담당해 오던 원료 부문을 대체할 수는 없다. 또한 누출시 안전문제 등의 우려도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수소가 가진 특성으로 인해 향후 수송 부문은 원유를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꼽힌다. 정부가 수소차에 정책을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료 부문 중 ‘난방’과 ‘발전’ 분야는 가스 열병합발전과 석탄 IGCC(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등 석탄과 천연가스가 신기술을 이용해 상당기간 담당할 전망이다. 반면 원료 부문은 탄소성분이 필요한 분야여서 수소가 담당할 수가 없다. 앞으로도 원료 부문에서는 원유가 주된 원료로 쓰일 전망이다. 물론 원료 부문도 일정 부분 천연가스와 석탄 등이 대체하게 될 전망이다.

연료전지는 수소가 포함돼 있는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연료는 LNG(액화천연가스)다. LNG는 수소를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얻을 수 있는 청정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유기질 폐기물에서 생산되는 바이오가스(메탄가스), 천연가스를 액체상태로 보관하는 과정에서 외부열에 의해 증발되어 발생하는 증발가스, 제품 생산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부생가스 등을 연료로 사용한다. 부생가스는 주로 철강의 생산 공정에서 발생한다.

연료전지발전단지 [사진= 동서발전/연합뉴스]
연료전지발전단지 [사진= 동서발전/연합뉴스]

수소의 안전성은 어떨까? 정부는 “수소는 그동안 석유화학, 정유, 반도체, 식품 등 산업현장에서 수십년간 사용해온 가스로서 이미 안전 관리 노하우가 축적된 분야”라며, 전문연구기관의 말을 빌려 “수소의 종합적인 위험도 분석 결과 도시가스보다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연료전지의 쓰임새

연료전지는 전해질의 종류에 따라서 운전온도가 결정된다. 이에 따라 연료전지는 전해질의 종류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된다. 이름 역시 전해질의 종류나 연료의 종류에 따라 불리는 게 일반적이다.

전해질의 종류에 따른 분류로는, 알칼리 연료전지(AFC), 직접메탄올 연료전지(DMFC),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 인산형 연료전지(SOFC),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고체고분자 연료전지(SPFC),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 등이다.

'2019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기차 '넥쏘'의 연료전지 스택. [사진= 메가경제DB]
'2019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기차 '넥쏘'의 연료전지 스택. [사진= 메가경제DB]

연료전지 종류에 따라 발전효율과 작동온도가 달라 사용처도 달라진다.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는 분산발전용이나 건물용으로서의 활용도가 매우 높다. 전기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반응열은 건물용으로서 냉·난방에 유용하다.

분산발전용 연료전지는 대규모 공장이나 주택단지 등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연료전지를 설치하면 분산발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연료전지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급이 확산하고 있다. 학교, 기숙사, 호텔, 박물관, 농장 등 공해에 민감한 환경에 적합한 친환경 발전소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국내 최초의 상업발전용 연료전지인 분당복합화력(250kW)을 시작으로 전남 여수의 MPC율촌전력(10.4MW), 대구성서공단의 TCS1(11.2MW), 부산 화전산업단지의 부산연료전지발전(5.6MW), 경기도 화성의 경기그린에너지(58.8MW) 등 전국 여러 곳에 설치돼 운용중이다. 2013년 말 기준 총 125MW의 연료전지가 국내에 설치완료됐다.

연료전지 발전은 보통 발전에 비해 제약조건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발전의 주력인 석탄화력 발전과 원자력은 용량은 크지만 입지선정과 송전선로 설치, 민원해결 등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많아 기획부터 전력 공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연료전지 발전은 일반 발전소 건립과 달리 설치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포스코 연료전지 발전원리 [출처= 포스코]
포스코 연료전지 발전원리 [출처= 포스코]

연료전지의 안전성은 어떨까? 연료전지는 천연가스로부터 분리된 수소가 산소와 반응하여 즉시 전력을 생산한다. 따라서 수소저장 과정이나 연소과정이 없다. 비연소과정인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므로 연료전지 자체로는 수소폭발의 위험성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수소는 공기 중에서 연소 시 생성되는 극소량의 질소 물질을 제외하고는 공해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아 궁극적인 에너지원으로 손꼽힌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사용하는 만큼 오염물질을 만들어내는 연소과정이 없어 유해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연료전지의 파워, 우주시대를 열다

연료전지는 1839년 영국의 물리학자인 윌리엄 로버트 그로브(1811~1896)가 발명한 가스전지를 그 시초로 보고 있다.

이후 연료전지는 발전이나 산업 분야보다 우주 분야를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우주선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대단히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했다.

'2019 서울모터쇼'에서 소개된 자동차부품연구원(KATECH)의 듀얼셀 스택 [사진= 메가경제DB]
'2019 서울모터쇼'에서 소개된 자동차부품연구원(KATECH)의 듀얼셀 스택 [사진= 메가경제DB]

우주 공간에 로켓을 쏘아올리려면 제한된 공간에서 다량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야하고, 이 과정에서 오염물질의 발생도 없어야 한다. 이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키는 장치가 연료전지였다.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연료전지를 우주선 프로젝트에 응용했다.

이처럼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을 키우는 최첨단 기술의 일부분으로 여겨지던 연료전지는 1970~80년대 에너지 위기와 환경문제에 맞닥뜨리면서 산업과 발전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개발에 활기를 띠게 됐다.

연료전지는 2000년을 전후로 미국 등 에너지 선진국을 중심으로 상업화가 빠르게 이뤄졌다. 2013년 기준 전세계적으로 410메가와트의 연료전지가 설치되고 시장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

현재 연료전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차량용 이외에도 발전용, 건물용, 가정용 중심으로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선박이나 항공 등의 분야로까지 넓어질 전망이다.

연료전지, 대체에너지원으로서의 꿈을 키우다

우리나라는 1984년부터 연료전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사업 초기에는 선진국의 기술 도움을 바탕으로 발전했지만 이후 직접 시스템을 만들고 운전하면서 독자적인 연료전지 사업 능력을 키워왔다. 국내 기업들이 연료전지 사업에 투자하면서 노력한 결과, 이제 연료전지 시스템의 대부분을 우리 스스로 만드는 단계에 와 있다.

2005년 9월 노무현 정부는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출처= 2005 '수소경제 마스터플랜']
2005년 9월 노무현 정부는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사진은 당시의 수소경제체계도. [출처= 2005 '수소경제 마스터플랜']

연료전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 취약성 극복과 에너지원 다양화, 청정에너지 개발, 화석에너지 고갈에 대비한 미래 에너지 개발의 일환으로 본격 기술개발이 추진됐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연료전지는 태양광, 풍력과 함께 화석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할 3대 대체에너지원으로 지정돼 집중적인 관리를 받으며 정책지원이 이뤄졌다. 이후 신재생에너지원 산업육성과 신성장동력 산업기반 확충 전략에 원천기술개발, 표준화전략, 부품·소재·장비 개발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정부는 2000년 12월 ‘대체에너지 기술개발·보급 종합대책’을 세운 데 이어, 2001년 3월 ‘대체에너지 기술개발·보급 기본계획’을 수립·발표하면서 태양광, 풍력과 함께 연료전지를 3대 중점개발 분야로 선정했다.

2001년 12월 당시 산업자원부는 이 기본계획에 의거해 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등 대체에너지 3대 중점개발 분야에 대한 지원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대체에너지 보급의 당면문제인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으로 기술개발 투자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3kW급 가정용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 열병합발전시스템이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5월 수소연료전지 분야의 기술개발 속도를 가속화하고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한 ‘수소연료전지사업단’을 정식 출범시켰다. 이 사업단은 2008년 말까지 5년 간 가정용·상업용 연료전지를 비롯해 수송용, 발전용 등 수소연료전지 분야 과제들을 총괄했다.

◆ '수소경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수소경제’라는 큰 틀 안에서 연료전지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올해 1월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비전과 목표.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올해 1월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비전과 목표.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5년 산업자원부는 연두업무보고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구현 등을 목표로 수소경제 종합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보고했고, 2005년 9월에는 “‘친환경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발표됐다. 이 마스터플랜에는 ‘연료전지산업 및 중장기 신·재생에너지 개발비전’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마스터플랜은 수소경제가 ‘석유,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신·재생 에너지 등을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하고 연료전지 등을 통해 활용하는 고효율 저탄소 경제사회’라는 광의의 개념으로 정의했다.

당시 마스터플랜에는 미국, 일본, EU, 캐나다 등 선진국들의 수소연료전지 개발경쟁 현황을 소개하고, 안정적 에너지의 공급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장기적인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수소 및 연료전지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수소·연료전지 기술개발에 착수하여 기초기술은 일정 수준을 확보했으나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미흡했으며 특히, 시스템과 소재기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마스터플랜에는 본격적인 수소경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연료전지기술개발 및 산업화와 함께 수소의 제조·저장 등 전반에 걸친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 이후 정부에서는 수소경제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면서 수소경제로의 전환은 멈칫했다. 그러다 2015년 말 ‘수소차 보급 및 시장 활성화 계획’이 발표됐다. 이 보급계획에는 수소차는 2020년 9000대에서 2050년 700만대, 충전소는 2020년 80개소에서 2050년 1500개소로 늘리겠다는 목표와 함께, 차량의 구매보조금 지원과 충전소 설치 지원 등의 세부추진 내용을 담았으나 노무현 정부 당시의 마스터플랜과 같은 큰 그림은 보이지 않았다.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은 문재인 정부 들어 수소경제 로드맵으로 다시 큰 비전을 갖게 됐다.

 

수소차 구성 및 기능 [출처= 2015 '수소차보급 및 활성화 계획']
수소차 구성 및 기능 [출처= 2015 '수소차보급 및 활성화 계획']

 

정부는 지난해 8월 '혁신성장전략투자방향'에서 수소경제를 3대 전략투자 분야 중 하나로 선정하고 '수소경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한데 이어 2019년 1월 17일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을 목표로 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은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수소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수소차 분야에서는 누적 생산량을 2018년 2000대에서 2040년 620만대(내수 290만대, 수출 330만대)로 확대하여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설정됐다.

아울러 수소충전소를 2018년 14개에서 2022년 310개로 늘리고 2040년에는 1200개소로 확대하겠으며, 2040년까지 수소택시 8만대, 수소버스 40만대, 수소트럭 3만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 함께 발표됐다.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발전용 연료전지와 가정·건물용 연료전지의 활용 및 보급 계획이 로드맵에 담겼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고 도심지에 소규모로 설치가 가능하여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분산전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발전용 연료전지를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소 생산과 연계하여 2040년까지 15기가와트(수출 7기가와트 포함) 이상으로 확대하고 수출 산업화를 추진하겠으며,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는 2040년까지 약 94만 가구에 2.1기가와트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 로드맵에 담겼다.

이니셔티브를 잡으려는 수소경제 선진국들 

수소경제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석탄, 석유, 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일본, 호주 등 국가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발전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어 우리나라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은 2000년대 초중반 일찌감치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경제 실현을 적극 추진해왔다.

수소경제 국제파트너십(IPHE) 회원국들의 2030년 목표. [출처= IPHE 홈페이지]
수소경제 국제파트너십(IPHE) 회원국들의 2030년 목표. [출처= IPHE 홈페이지]

미국의 ‘수소경제-2030까지와 이후(A Hydrogen Economy-To 2030 and Beyond)’에 따르면, 미국은 부시 대통령 당시인 2003년 ‘수소는 미국의 청정에너지 대안’이라는 비전 아래 4단계 로드맵을 수립했다. 수소와 연료전지 기술의 보급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총 에너지사용량의 10%를 수소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미국은 국제적 리더십 확보를 위해 2003년에 ‘수소경제 국제파트너십(IPHE)’을 창설하는 등 국제협력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IPHE는 수소경제 조기 구현을 위해 미국 주도로 결성된 국제협력 파트너십으로, 수소와 연료전지 기술을 사용하여 깨끗하고 효율적인 에너지와 이동체계의 전환을 촉진하고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19개국과 EU가 활동 중이다. 한국은 창립 원년부터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NEDO(신에너지개발기구) 2004년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수소연료전지를 인식하고 연료전지자동차와 가정용 연료전지 산업화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2020년까지 연료전지자동차 500만대, 가정용 연료전지 570만대 등 목표치를 일찌감치 정하고 매진해왔다. 일본은 ‘수소 사회’ 구현을 위해 3단계 로드맵을 설정하고 추진중이다. 수소충전소는 2025년까지 1000개소, 2030년까지 3000개소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연료전지를 활용한 가정용 분산발전에서 가장 큰 성과를 보이는 대표적인 국가다.  

캐나다는 수소·연료전지의 조기 산업화를 목표로 연료전지 상업화(2003년) 및 수소개발(2004) 로드맵을 발표했다. 초기보급의 제1단계(2000~2005)와 제2단계 보급기반의 확대(2005~2010)에 이어 제3단계인 시장확대(2010~2020)를 추진중이다.

현대자동차 연료전지 실증연구동 모습.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연료전지 실증연구동 모습. [사진= 현대자동차]

아이슬랜드는 세계 최초의 ‘수소경제 국가’를 표방하고 국력을 집중시켜왔다. 아이슬랜드는 1999년 일찌감치 ‘북구의 쿠웨이트’를 표방하며, 수력과 지열 등 풍부한 자원여건을 고려한 세계 최초 수소경제 국가비전을 수립했다.

아이슬랜드는 2040년까지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완료한다는 목표 아래 수소자동차 공급 및 인프라 구축, 수소생산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중이다. 미국과 함께 수소경제 국제파트너십(IPHE)을 주도하며 선발주자의 이익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2003년 ‘EU수소행동계획 및 로드맵’을 작성하여 범유럽차원에서 연료전지와 수소를 전략적으로 개발해왔다.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V) 비중을 2020년까지 신규등록차량의 5%, 2030년까지 25%, 2040년까지 35%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중이다.

EU는 2050년까지 ‘탈탄소 수소경제 확립’의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이다. 연료전지의 경우 2050년까지 항공부문의 수소 수요 창출도 일궈내겠다는 구상도 들어 있다.

유럽 각국은 국가별 수소·연료전지 확대목표를 설정하였으며 전역에서 점진적으로 수소충전소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2020년까지 독일은 400개, 프랑스는 40개, 네덜란드는 20개, 영국은 70개소의 충전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환경친화적 신경제대국’을 꿈꾸고 있다.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초고속 경제성장을 견인할 에너지 대안으로 수소를 주목하고 투자하고 있다. 특히, 수송 부문의 공해저감대책으로 수소·연료전지자동차 개발에 상당한 관심과 투자를 경주하고 있다.

대한민국, 수소경제 선도국을 꿈꾸다

한국은 수소차·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이미 상당부분 확보한 상태이고, 부생수소 등 수소 생산과 산업기반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울산시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타운도 조성되었다.

여기에 완비된 LNG망 등을 활용한다면 수소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올해 1월 발표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출처= 통상자원부]
올해 1월 발표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발전용 연료전지'와 '가정 건물용 연료전지'의 목표치. [출처= 통상자원부]

 

올해 정부가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경제를 선도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잠재력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보인 배경이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비전은 “수소차·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것”이다.

그 추진방향으로는 민·관 역할 분담을 통해 크게 네 가지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수송, 에너지(전기·열) 등 수소활용 확대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달성, △그레이(Grey) 수소에서 그린(Green) 수소로 수소생산 패러다임 전환, △안정적이고 경제성있는 수소 저장·운송 체계 확립,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 및 전 주기 안전관리 체계 확립 등이다.

◆ 수소경제와 연료전지산업 "일관성과 실행력 갖춰야"

세계 선진국들은 수소·연료전지 예산배정과 정책을 통한 미래에너지 비전을 확고히 하고 이를 위한 로드맵을 일찍이 마련한 뒤 역량을 결집시켜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속적으로 수소차와 연료전지 개발에 노력을 경주해 왔지만 큰 그림에서의 로드맵은 단속적이었고 눈에 보이는 실행력은 부족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는 등 수소경제의 밑그림에서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지원했지만 그후 다시 흐릿해졌다.

'2019 서울모터쇼'에서 소개된 수소충전소의 모습. [사진= 메가경제DB]
'2019 서울모터쇼'에서 소개된 수소충전소의 모습. [사진= 메가경제DB]

문재인 정부 들어 수소경제 로드맵이 발표되고 다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여전히 로드맵의 실행력에 의문을 갖고 있다. 분야별 수치 등 보급 목표가 현실성이 있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부 정책이 강한 신뢰를 얻으려면 일관성과 실행력이 겸비돼야 한다.  

국민들의 수소경제에 대한 인식 역시 매우 부족하다. 아직 많은 국민들이 수소경제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정부가 제대로 알리지 않은 탓도 크다. 수소차의 유용성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큰 비전을 이루려면 국민적인 차원에서의 합의와 여론형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럼에도 수소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메가트렌드다. 이산화탄소를 줄여서 지구온난화를 막고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겠다는 전지구적 염원과 지향점은 불변이다. 그 방편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수소차와 연료전지가 있다.

정부가 수소차를 앞세워 수소경제를 알리다보니 연료전지산업이 종속적인 산업처럼 여겨지기 쉽지만 오히려 수소경제를 견인하는 산업이다. 수송용은 물론 발전용과 가정·건물용 등 활용 영역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자연재해와 인공재해 등 예측불허의 크고 작은 재난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탈중앙식 분산전원이 가능한 연료전지 발전은 향후 더 큰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전기와 열을 모두 사용하는 일본의 가정용 연료전지의 성공적 확산은 그 대표적인 모델이다. 

정부는 정권과 관련 없이 수소경제 로드맵을 가다듬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도중에 어떤 돌발변수가 생기더라도 큰 비전을 갖고 문제점과 단점을 보완하며 뚝심있게 추진돼야 한다.

수소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수소는 자연상태에서 수소폭탄에 사용되는 중수소나 삼중수소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24일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공장에서 수소탱크 3기가 폭발해 8명의 사상자를 낸 강릉 수소탱크 폭발 사고에서 보듯 수소 폭발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큰 파괴력과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경기그린에너지 연료전지 발전원리 계략도 [출처= 경기그린에너지]
경기그린에너지 연료전지 발전원리 계략도 [출처= 경기그린에너지]

 

이번 사고는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삼고 도심 내 수소충전소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수소경제를 펼치려던 과정에서 발생, 자칫 정부의 로드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유례없는 폭발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수소 관리를 위한 보다 촘촘하고 체계적인 안전기준의 마련이 시급하다.

그렇다고 전지구적인 수소경제 발전의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의 후퇴는 없어야 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구를 지키기 위한 청정에너지원은 현대의 과학과 기술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 참고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친환경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마스터플랜-연료전지산업 및 중장기 신·재생에너지 개발비전’(2005년 9월), 산업자원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2019년 1월), 관계부처 합동 ‘수소차 보급 및 시장 활성화 계획’(2015년 12월), 녹색기술센터 정책연구부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해법 수소에너지 연료전지의 기회, 성장 그리고 과제’, 포스코에너지 ‘만화로 보는 연료전지’, '연료전지공학'(여영구 이성철 김진국 문승재 공저), 수소·연료전지(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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