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View] '인보사 사태' 같은 혁신사기극을 뿌리뽑으려면
[Our View] '인보사 사태' 같은 혁신사기극을 뿌리뽑으려면
  • 류수근
  • 승인 2019.05.3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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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의약품은 전례없는 연구와 개발, 임상실험 과정을 동반하는 혁신기술 산업이다. 아무리 시스템이 좋고 주의를 기울여도 일종의 ‘혁신사기극’은 생겨날 여지가 있다. 그 첨단성 때문에 제대로 된 검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연히 검증단체도 개발자나 개발회사의 자료나 홍보에 의존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실리콘 밸리의 연인’으로까지 불렸던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스 사건이었다. 홈스는 혈액 한 방울로 200여 가지 질병을 테스트하는 만능 진단키트를 개발했다고 밝혀 기업가치 10조원에 육박하는 ‘혁신의 아이콘’이 됐으나 창업 15년만에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실험 결과는 조작됐고 만능키트는 존재조치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에게 줄기세포에 대한 희망과 환상을 심어줬던 황우석 사태도 잊지 못할 사건이다. 'PD수첩‘의 폭로로 시작된 논문조작 논란이 사실로 밝혀지며 전 국민에게 충격과 허탈함을 안겨주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과학계의 최대 불명예 사건으로 남았다.

 

코오롱그룹이 '인보사 사태'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전경. [사진= 연합뉴스] 

 

허위자료 제출에 사실 고의은폐 정황까지…. ‘인보사 사태’가 또 다시 우리를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일반인들이 들어도 화가 치미는데 고통에서 해방될 희망을 안고 한 번에 700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주사를 맞았는데 치료는커녕 발암 가능성까지 걱정해야 하는 환자들의 분노는 오죽할까.

지난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를 발표한 이후 그 충격파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와 임상계획승인 취소는 다음 달 18일, 의약품 회수 및 폐기는 다음 달 19일에 의견 진술이 각각 예정됐다.

식약처 발표 이후 환자들은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고 소액주주들도 이미 집단소송에 들어갔거나 준비중이다.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티슈진은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 끝나지 않는 미·중무역전쟁과 화웨이 사태, 제조업 부진 등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한국 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의 미래에 대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보사케이주 제조방법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게 의혹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되는 가운데 인보사 사태까지 터지면서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 업계는 인보사 사태가 정부의 바이오산업 규제 강화의 계기를 제공하게 되지는 않을지 애태우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은 주식시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인보사 사태의 여파로 두 달간 코스닥 제약업종의 시가총액이 2조8천억원 가까이 증발했다. 인보사의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는 70% 넘게 쪼그라들었고 시가총액은 1조5천억원 넘게 줄었다.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시점에 전례없는 대형사건이 터지자 규제완화 기조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한숨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출처= 코오롱생명과학 홈페이지]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입장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출처= 코오롱생명과학 홈페이지]

 

지난해 8월 정부는 혁신성장 8대 선도산업을 선정하고 재정투자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미래자동차, 드론, 에너지신산업,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핀테크와 함께 바이오헬스도 당당히 자리잡았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는 올들어서는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3대 중점육성 산업’으로 선정되며 대한민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잔뜩 꿈에 부풀었다.

하나 이번 인보사 사태가 터지면서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첨단바이오법)의 입법마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바이오의약품의 심사·허가 기간 단축 등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첨단바이오법이 또 다른 인보사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아예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부정적인 기류와 관련해 업계와 식약처에서는 첨단바이오법에는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세포 채취 과정의 철저한 관리, 인체 사용 후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도록 하는 내용들도 담겼다며 법의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지난달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세포 채취를 더욱 엄격히 관리하는 내용의 첨단바이오법은 인보사 사태 재발을 막는 데 오히려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보사케이주 2액 제조공정 흐름도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지금 정부나 산업계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사후약방문이라지만 사후에라도 빈틈없는 대책을 세워 제2, 제3의 사태를 막아야한다. 소를 잃었다고 외양간의 문을 닫아버리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글로벌 제약시장 전문 조사기관인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2017년 바이오의약품의 전 세계 시장규모는 2080억 달러로 전체 의약품 시장(8250억 달러)의 25%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업종인 메모리반도체의 2017년 전 세계 시장규모가 1240억 달러(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 통계)인 것을 감안하면 바이오의약품의 시장규모가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삼정KPMG가 발표한 ‘M&A로 본 제약·바이오산업’의 수치도 주목할 만하다. 2018년 제약·바이오산업에서 진행된 M&A 거래건수는 1438건이었고 거래액은 3396억 달러로 거래건수와 거래액 모두 최근 10년 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보고서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M&A 거래건수와 수십억 달러를 상회하는 다수의 메가 딜(Mega Deal)의 성사는 R&D의 효율성을 높이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제약·바이오 업계의 최근 트렌드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최근 증가추세 배경을 분석했다.

바이오제약 산업은 위험요인과 기회요인을 동시에 안고 있는 분야다. 신약개발 소요 기간 및 매출 대비 R&D 비용 증가, 복제약 등 경쟁약의 출시가 빨라지면서 생기는 신제품의 수명주기 단축 등은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세계적인 고령화의 빠른 진행과 신흥국의 경제성장으로 인한 의약품 수요의 지속적 증가 등은 기회요인이다.

자동차와 선박, 철강 등 수십 년간 우리나라를 지탱해온 주력산업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혁신성장 산업이 필요하다는 데 산업계나 학계, 정부 모두 동의한다. 인보사 사태를 계기로 바이오제약 산업의 인·허가 과정과 신약 검증체계롤 점검하고 보완하되 관련 산업을 위축시켜서는 안되는 이유다.

 

인보사케이주 [출처= 코오롱생명과학 홈페이지]

 

인보사의 개발부터 허가취소까지 전 과정에 걸쳐 사태를 유발시킨 요인들은 시간과 인력이 들더라도 철저히 파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그룹 측의 고의은폐 여부를 명명백백히 가려야 하고 그와 연관된 인물은 전·현직을 막론하고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식약처도 이번 인보사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실허가 논란이다. 1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안정성과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음에도 일부 위원을 교체하고 2차 심의까지 열면서 허가를 밀어붙였다. 세계 최초라는 상징성과 바이오제약 산업육성이라는 강박 때문에 인보사의 심의를 제대로 못하고 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이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드시 재검증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차제에 식약처의 역할과 조직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식약처는 바이오의약품 등의 허가권과 육성업무를 둘 다 갖고 있다. 이해충돌이 불가피한 구조다.

특히, 업계와 학계에서는 식약처의 전문성과 전문인력의 태부족 현실을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식약처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모델로 해서 출범은 했지만 여전히 그 조직과 역할, 인력구조 면에서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FDA에 비해 식약처 인력은 10분의 1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 바이오의약품 허가심사 인력은 식약처 인력 중 소수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최첨단 의학과 과학 지식에 전문기술을 요구하는 분야다. 부족한 인력과 전문성의 부족은 업계가 제출하는 자료에 의존해 검증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시간이 생명인 최첨단산업의 인·허가 기간이 쓸데없이 늘어져 적절한 산업화의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물론 이번 인보사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바이오의약품의 인·허가 과정의 투명하고 분명한 절차를 가다듬어 갖은 외풍이나 정부 정책방향에 좌우될 수 있는 여지를 근본부터 배제해야 한다.

 

대표필자 편집인 류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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