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론] '병참기지장' 역할론 공염불 아니기를
[메가시론] '병참기지장' 역할론 공염불 아니기를
  • 유원형
  • 승인 2019.06.29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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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제라인이 전격 교체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각각 임명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윤종원 전 경제수석에 대한 문책성 경질 시각에 선을 그었지만 1년도 채 되지않아 교체됐다는 점에서 경제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청와대 경제정책 투톱인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은 각각 장관급, 차관급 자리로 내각의 경제부총리와 호흡을 맞추며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자리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역시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이다. 참여연대 활동 시절부터 대표적 재벌 개혁론자였던 김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직하며 재벌개혁의 선봉에 서면서 '재계 저승사자'라고까지 불렸다.

고 대변인은 “김 신임 실장은 학계·시민단체 경력이 있어 민생에서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잘 알아 이를 잘 챙길 수 있는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지난 21일 오후 청와대 브리핑실에서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21일 오후 청와대 브리핑실에서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격적인 김상조 정책실장 발탁은 두 가지 면에서 특히 주목받았다. 하나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 3대 경제정책의 한 축인 공정경제 실현의 수장으로서 한창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재벌 지배구조 개선, 총수일가 사익편취 근절, 하도급 문화 개선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내긴 했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아보였다. 

또 하나는 김광두, 조윤제 교수 등과 더불어 문재인 캠프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린 주역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런 연유로, 이번 청와대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교체는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의 변경보다는 집권 초반 굳힌 기조를 계속 이어가되 세부 정책을 다듬고 보강하여 실질 성과로 이어가겠다는 대통령의 메시지로 읽혔다.

특히 김 실장이 이론과 소통 능력을 겸비한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메신저 역할도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간 김수현 윤종원 체제는 정부의 정책을 알리고 대응하는데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던 터였다.

김 실장의 임명을 두고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적재적소 인사'라고 높게 평가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실패한 경제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재벌개혁과 양극화 해소 등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 분"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 비전을 현실화해나가길 기대한다"고 김 실장의 임명을 반겼다.

반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총체적 경제실패를 가져오고도 청와대는 기존의 경제정책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참으로 안타까운 인사"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에서 "'그 나물에 그 밥' 인사이자 '갈 데까지 간' 인사"라며 "소득주도성장의 실험을 완수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삐뚤어진 의지가 두렵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경실련은 “경제정책기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마저 잃어버린 회전문 인사”라는 성명서를 통해 “별다른 경제정책 성과를 내지 못한 김수현 정책실장과 윤종원 경제수석의 교체는 의미가 있지만, 경제정책 운용에 책임이 있는 인사를 후임으로 내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며 “이번 인사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구조개혁 의지는 뒷전임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가시적인 경제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야의 상반된 논평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제 청와대 경제정책의 최고 컨트롤타워를 맡은 만큼 어떻게 빈사상태인 경제 분위기를 일신하고 체감 성과를 내놓느냐의 문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상조 실장은 통화연결음을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으로 바꿨다.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셨다'로 번역되는 이 노래는 아일랜드 출신 그룹 ’웨스트라이프‘의 2005년 곡으로 '당신'이 있어 어떤 고난과 역경도 극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실장이 공정위를 떠나 청와대에 입성한 시점에서 통화연결음을 바꾸자 다양한 해석이 잇따랐다.

김 실장은 통화연결음 바꾸기로 주변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메시지 알리기를 즐겨하는 것으로 알려져 ‘당신(You)'의 대상을 놓고 설왕설래했다.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김 실장은 “오늘 아침 통화연결음을 바꿨다"며 "당신, 그러니까 국민이 저를 일으켜 세우실 때 저는 혼자의 모습보다 더 강해진다는 의미"라고 답했다고 한다.

정책실장으로서 첫 걸음을 내디디며 ‘국민’을 우선 생각했다니 각오가 남달라 보인다. 중요한 건 이같은 초심을 정책실장으로서 쭉 잊지 않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로 출발하기 위해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로 출발하기 위해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른 바 ‘어공’이라는 말이 있다. ‘어쩌다 공무원이 된 정치인’을 지칭한다. 이른 바 ‘늘공’(늘 공직자였던 직업공무원)의 상대적 개념이다.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하며 쌓은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일을 하는 공무원이 ‘늘공’이라면, 어공은 한정적인 기간만 공직에 머무른다. 늘공과 어공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대응 방식이 상이할 수밖에 없다.

두 조어에는 세상의 부정적 시각도 함의돼 있다. ‘어공’에는 '철새 같아서 떠나가면 그만'이라는 '무책임‘ 성이, '늘공'에는 '새로운 것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려 한다’는 '매너리즘'에 대한 냉소적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럼에도 흔들림 없이 같은 자리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늘공’이 있어야 국가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듯, ‘어공’도 필요한 이유가 있다. 정책수립과 집행과정에서 필요한 ‘정무적’ 판단에 대한 소구성이다.

‘관료적’은 ‘관료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는 뜻으로, '혁신적' '도전적' ‘진취적’의 대척점에 있는 단어다. 어공에게는 관료적 시야의 한계를 극복하라는 미션이 주어진 셈이다.

여기서 유의해야할 대목이 있다. ‘어공’에게 따르는 위협 요인이다. 바로 등에 업은 ‘권력’의 존재다.

권력은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 휘두르면 자신만 좋을 뿐 국가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어공’이 되는 사람은 평소 어떤 철학과 책무성을 지니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늘공이든 어공이든 ‘공복(公僕)’임은 매한가지다.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이다. 심부름꾼이라는 철학 없이 공무에 임한다면 국가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정책 결정권을 가진 고위직 ‘어공’은 짧은 시간에도 국가나 사회에 큰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오직 국가와 국민만 바라보며 일하겠다는 확고부동한 자세가 요구된다.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은 25일 기자들과의 첫 만남에서 스스로를 '어공'으로 표현하며 유연한 사고의 경제학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여기서 언급한 ‘어공’은 자리나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국가의 대계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소임을 다하겠다는 굳은 다짐의 표현이었기를 바란다.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이 통제불능이라고 할 만큼 급변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퇴보하고 경상수지 적자까지 닥쳤다. 기업 의욕은 가라앉고 폐업으로 내몰리는 자영업자들은 부지기수다. 청년은 취업난에 허덕이며 희망을 잃어가고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 호르무즈 해협 긴장고조 등 대여 여건의 불확실성도 가중되고 있다.

국민들의 마음이 더 돌어서기 전에 경제의 희망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난제들의 실타래를 하나둘씩 풀면서 체감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이 27일 오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예방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이 27일 오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예방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청와대 참모진의 임무는 대통령의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만들어 주고 대통령의 의지대로 행정부를 원활하게 이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참모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특히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지근에서 총괄·보좌하는 정책실장의 책무는 더없이 막중하다.

아무리 높아도 정책실장은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자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통령의 정책수립과 수행을 돕고 정책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처 간 갈등이나 이견을 원활하게 조정해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목표와 개혁의지 등을 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고민하고, 기업과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대통령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가는 방향이 잘못됐다면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서라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이러려면 자신의 자리에서 ‘권력’을 내려놓고 ‘국가’와 ‘국민’만 보고 일해야 한다. ‘공복’으로서 낮은 자세로 임하며 국민 경제에 밀알이 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책실장은 내각의 도우미도 되어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리더라도 협의와 조정의 묘를 살려야 한다. 정책 실행은 실무 부서가 앞장서서 추진하고 그 공도 그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정부 경제사령탑을 말할 때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 ‘투 톱’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실은 타당치 않다. 경제부서 수장인 경제부총리 ‘원톱’이어야 한다. 그간 심심찮게 흘러나온 경제부총리 정책패싱 논란은 다시 없어야 한다.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일관성있게 경제정책을 펼치게 되면 국민의 불안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정책실장은 국가의 큰 그림을 보고 가는 거시적인 자리다. 어떤 특정 분야에 매몰돼 전체적인 경제지도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임명 후 첫 주간의 행보는 일단 이런 우려들을 다소나마 불식시켰다. 임명 당일 "정책실장 업무 범위를 보니 솔직히 상상을 초월했다"고 밝힌 김 실장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대한민국의 경제정책 콘트롤타워는 홍남기 부총리"라고 강조하고 "각 부처 장관들이 야전사령관이라면 청와대 정책실장 역할은 병참기지장"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리고 25일에는 언론 및 사회 각계와 '스킨십'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신임 실장은 27일 취임 인사차 국회를 방문해 여야 지도부와 차례로 인사하고 면담하는 자리에서도 야당의 조언을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요구한 경제청문회의 대안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시한 경제원탁회의와 관련, "형식과 일정 등에 관해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을 따르도록 하겠다"고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말하며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 ‘재계 저승사자’로까지 불렸던 김 실장이 임명되자 청와대 정책을 총괄하면서도 공정경제에 힘을 쏟으며 강력한 재벌개혁 드라이브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첫 행보는 원칙에 얽매이기보다는 경제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처를 하겠다는 입장을 선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련의 발언들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책 운용, 학자로서의 냉철한 현실 진단에 따른 유연한 상황 대처 등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지난 2년 간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으로서 일하며 기업으로부터도 예상보다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은 고무적이다.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정책과 성과다. 향후 실질적인 체감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소통 노력도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현대전에서 병참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우려를 불식시키는 길은 스스로 말했듯이 경제의 ‘병참기지장’이 되어 치밀한 전략으로 경제회복 작전의 성공을 후방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일이다. 성과가 나면 ‘적재적소의 인사’였다는 평가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총괄부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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