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미·중 무역전쟁 불씨 여전 "중장기 대비해야"
[ME분석] 미·중 무역전쟁 불씨 여전 "중장기 대비해야"
  • 김기영 기자
  • 승인 2019.06.3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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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치킨게임처럼 극단으로 치닫던 미국과 중국이 29일 무역전쟁의 ‘휴전’을 선언하고 공식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 세계 경제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오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무역담판을 벌인 결과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잠정중단과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이날 합의는 지난달 초 양측의 고위급 협상이 성과없이 끝난 지 한 달 반 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두 경제 대국의 벼랑끝 대치에 숨죽이던 세계 경제도 당분간 한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무역 협상에 나서는 양국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려 안심하기는 시기상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양자 정상회담 시작 전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양자 정상회담 시작 전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이날 담판에서 무역 갈등을 포함한 미·중 관계 발전의 근본적인 문제는 물론 국제 및 지역 관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어 다음 단계의 관계 발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조율과 협력, 안정을 기조로 하는 중미 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국 정상은 평등과 상호존중 기초 아래 무역 협상을 재개하고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양국 실무진들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0분여분 간에 걸친 시 주석과의 담판 직후 "시 주석과의 만남이 훌륭(excellent)했다"고 만족해한 뒤 중국과의 협상이 "다시 정상궤도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당분간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6개월 전과 달리 협상 기한을 설정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그들은 우리의 농가 제품들을 구매할 것"이라며 "중국이 구매했으면 하는 제품 리스트를 중국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장비를 판매할 수 있다"며 "국가 안보와 관련해 큰 문제가 없는 장비들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도록 일부 허용하겠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두 경제대국의 정상회담에는 세계적인 시선이 쏠렸다. 그 최대 쟁점 중 하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여부였다.

미국은 이미 2천500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날 담판에 실패하면 추가로 3천250억 달러 규모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터였다.

또한 미국은 그동안 대중국 압박을 위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고 동맹국에도 거래 제한 조치에 동참하라며 압박 강도를 높여왔다.

하지만 이날 양국 정상이 일단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함에 따라 추가 관세조치는 보류되고 화웨이 관련 제재 압박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시진핑 주석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는 중·미 관계가 양자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하고 경제본질은 호혜공영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미 양국에 갈등이 존재하지만 양국 이익이 고도로 융합돼 있어 서로 촉진하고 공동 발전해야지 충돌과 대항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양측은 양국 정상이 확립한 원칙과 방향에 따라 각급 교류를 유지해야 하고 조율, 협력, 안정을 기조로 하는 중미 관계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미국은 중국 기업과 중국 유학생을 공정하게 대하길 바란다"면서 "양국 기업의 무역 투자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양 국민들이 정상적인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이는 화웨이(華爲) 사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혔다.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을 한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을 한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양 정상이 G20 정상회의에서의 무역담판을 통해 추가 파국은 면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일단 관세 전쟁을 자제하기로 합의는 했지만 양국간 무역갈등의 핵심 장점을 타결할 구체적인 실행방안이나 돌파구가 마련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고율 관세를 주고 받는 무역전쟁을 멈추기로 하고 고위급 협상을 이어왔다. 하지만 미국이 불공정 행위 재발 방지책과 관련한 합의 사항을 법률 개정을 통해 반영할 것을 요구하면서 행정조치를 통해 이행하겠다는 중국과 주권침해 논란 속에 국가간 자존심이 걸린 싸움으로 번졌다.

급기야 지난 5월 9∼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이 합의 없이 끝나면서 미중 무역분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 속에 빠져들었다. 급기야 미국 정부가 지난 5월 10일 0시 1분(현지시간) 이후 중국에서 출발하는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크게 올렸다. 그러자 중국은 사흘 뒤 미국산 6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5∼10%에서 10∼25%로 인상하겠다면서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나아가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로 최고 25% 관세부과를 할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는 두 나라에 한정되지 않는다. 두 나라의 국내 산업생산이 감소하면 양국과 교류하는 세계 각국의 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내년 세계 총생산이 530조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은 상태였다.

한국은 전체 수출액 중 4분의 1을 중국으로 수출한다. 지금까지의 미·중 무역분쟁만으로도 한국의 수출 타격은 가시화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중국에 추가관세마저 부과한다면 한국에 미칠 영향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이미 4월에 -2.0%였던 수출 감소 폭은 5월에 -9.4%로 커졌다. 특히 대중 수출 감소 폭은 5월 -15.9%에서 6월 1~20일 -20.9%로 확대됐다.

협상이 재개돼도 난항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미·중 무역협상 재개 소식이 우리 경제에는 가뭄의 단비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하지만 미·중 무역협상 재개는 확전을 보류한 말그대로의 ‘휴전’에 불과하다. 양국 간의 무역분쟁은 단순히 무역 차원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세계 유일 강대국 지위를 위협하는 세력은 누구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자존심과, 장차 미국까지도 넘어서는 슈퍼파워가 되겠다는 중국의 야심이 충돌하며 강대강 패권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도 중국의 거침없는 기술 굴기를 막으려는 일례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경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 역사가들이 작금의 한국 처지를 빗대 조선시대 명·청 교체기를 자주 떠올리는 이유다.

양국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깔끔하게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언제든지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협상이 잘 진척되더라도 양국의 패권다툼은 오히려 이제부터 본격 라운드에 접어드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경제가 살 길은 장·단기 대응책을 병행하는 길 뿐이다. 단기적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출 지역 다변화와 수출·제조업에 편중된 산업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기류는 경제 강국들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다. 외부 리스크는 예측 가능한 것도 있고 불가능한 것도 있다. 보호무역주의와 미·중간 패권경쟁은 현재 진행형이고 향후에도 예측가능한 리스크다. 지금부터라도 외부 리스크를 견딜 수 있는 내성을 키우고 그에 걸맞는 경제 체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필수 원자재의 수입국 다변화와 첨단 부품소재 산업 육성을 통해 보호무역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제조업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침체된 내수시장을 활성화해 대외적 여건에 강한 체질을 키우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이 시급히다.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 현저히 열위에 있는 서비스 산업의 규모와 경쟁력을 배양하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 방안과 실행계획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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