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문재인 케어' 시행 2년의 성과와 과제
[집중분석] '문재인 케어' 시행 2년의 성과와 과제
  • 유원형 기자
  • 승인 2019.07.03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보험은 질병발생에 따른 예기치 못한 위험부담을 사회적 연대책임 하에 분산시켜 질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는 사회적 장치이다. 1963년 제도 도입 이래 약 5000만명 이상이 가입되어 있을 정도로 국민생활과 가장 밀착된 사회보험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8월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목표로 제시하면서 의학적으로 필요하지만 환자가 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했던 비급여 진료를 급여화(건강보험 적용)하고, 노인·아동·여성·저소득층 등의 의료비는 대폭 낮추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선택진료비 폐지, 상급병실(2·3인실) 건강보험 적용, MRI(자기공명영상)·초음파 급여화 등이 차례대로 시행됐다. <편집자주>

 

[메가경제 유원형 기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한 ‘문재인 케어’ 정책 시행 2년을 맞아 그간 성과에 대한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국민건강권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달리하는 측은 없겠지만 핵심은 충분한 ‘재원 마련’과 관련된 논란이다.

보건복지부는 초고령사회 등 급변하는 미래를 대비해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다양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종합적이고 지속가능한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 등은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른 보장 확대로 지출이 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적신호가 켜졌다며 현상태대로라면 결국 국민의 부담을 늘릴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미래 세대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재원 논란은 2일 정부가 문재인 케어 정책 시행 2년을 맞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2주년 대국민 성과 보고' 행사를 개최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2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날 보건복지부는 문재인 케어 2년의 성과를 자세히 열거했다. 지난 2년간 우리 국민 3600만명(복수 집계)이 총 2조2천억원의 의료비 경감 혜택을 봤으며, 특히 중증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최대 4분의 1로 줄고, 건강보험 보장률은 중증환자가 주로 이용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더 올라갔다는 게 골자였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7년과 2018년을 비교하면 상급종합병원은 65.6%에서 68.8%로, 종합병원은 63.8%에서 65.3%로 상승했다. 복지부는 2023년까지 전체 국민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올린다는 목표다.

보건복지부는 2년간 성과를 토대로 남은 과제들도 차질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척추 질환(2020년)·근골격(2021년) MRI, 흉부·심장(2020년) 초음파 등 필수 분야의 비급여에는 건강보험을 모두 적용할 계획이다. 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와 신포괄수가병원을 확대하고, 공(公)·사(私) 의료보험을 연계하는 등 의료비 경감 대책도 다각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그래픽= 보건복지부]
[그래픽= 보건복지부]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열린 성과보고 행사에서 ‘문재인 케어’의 확대와 지속적인 추진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에 전체적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높인다는 게 '문재인 케어'의 목표"라며 "의료비 때문에 가정 경제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출범 당시 건강보험 보장률은 60% 초반 수준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80%에 크게 뒤떨어졌다"며 "집계가 가능한 종합병원 이상으로만 보면 2016년의 62.6%에서 2018년 67.2%로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OECD 회원국 중 전 국민 의료보험을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18개국에 불과하다"며 "국민건강보험 하나만 있어도 국민 한 분 한 분이 모두 건강을 지킬 수 있고, 가족의 내일을 지킬 수 있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정부의 약속은 굳건하다"며 "2022년까지 정부 계획대로 추진해나가면 국민 한분 한분의 건강을 보장하면서 의료비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래픽= 보건복지부]
[그래픽= 보건복지부]

 

하지만 ‘문재인 케어’에 대한 야당과 의료계의 반발은 크다. 일부 주요 언론도 성과 보고 행사가 자화자찬식 홍보로 가득했지만 재원 마련 대책은 빠져 있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3일 "문재인 케어가 아니라 문재인 푸어 정책이고, 지금 대한민국이 복지푸어 국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건강보험 보장률을 늘리려면 재원이 필요하지 않나. 그런데 핵심적 문제인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올해 건강보험료를 4.49%나 인상했는데도 건강보험 적자가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계속 이런 인상률을 유지한다고 해도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는 건강보험 적립금이 반 토막이 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대통령 장담대로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려면 최악의 경우 2023년에 적립금이 바닥날 수도 있다"며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든 국고지원금을 확대하든 국민의 부담을 늘리지 않고 불가능한 것이 문재인 케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문재인 케어’에 대한 비판의 서두에는 ‘재정 건정성’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건강보험은 국민들이 부담하는 보험료 수입과 기타 수입, 정부지원금으로 운영된다. 재정규모는 2018년 지출액 기준 62조 2937억원으로 8종의 사회보험 중 지출규모가 가장 컸다

건강보험은 수입과 지출이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 하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자체 회계로 운용된다. 이는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타 사회보험 재정이 기금으로 운영되면서 정부 통합재정에 포함되고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도모하고 전국민 의료이용 보장을 위해 건강 보험 재정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당해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일반회계 14%, 국민건강증진기금 6%)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강보험 재정에 지원한다.

2019년도 정부지원금은 2018년도 대비 7930억원 증가한 7조8732억원(일반회계 5조9721억원, 국민건강증진기금 1조9011억원)이다.

한데 '문재인 케어'의 보장 확대로 지출이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적신호가 켜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문재인 케어가 본격 추진된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1천778억원 적자를 보이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건보 재정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3조원 안팎의 당기 흑자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2010년 이후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적자는 보험급여로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서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져 생긴 일이었다.

건강보험의 당기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말 누적적립금은 20조6천억원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1조1천억원을 풀어 보장성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의료계와의 협의 지연으로 정책 시행이 일부 늦어지면서 계획한 만큼 돈을 쓰지 못했다.

국가는 법적으로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국고보조금을 매년 지원해야 하지만, 2007∼2019년 지원율은 평균 15.3%에 그쳤다.

보험료를 직접 부담하는 근로자와 경영자는 내년도 건강보험료율 결정을 앞두고 국민 부담 완화와 지속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국가가 건강보험 재정의 20%를 확실하게 책임지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래픽= 보건복지부]
[그래픽= 보건복지부]

 

지난 4월 강원도 원주시 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문재인 케어' 재정 추계와 추진 속도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당시 야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소요되는 비용이 정부의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했고, 여당은 문재인 케어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예산 문제는 재정 효율화 방안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우려를 인식한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보험료인상률이 지난 10년간 평균(3.2%)을 넘지 않을 것이고, 2022년 말에도 누적적립금이 10조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정을 관리하겠다고 2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대로라면 건보 적립금이 머지않아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적신호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 결과에 따르면, 건보 재정적자 폭은 올해 2조2천억원, 2023년 3조8천억원, 2027년 7조5천억원 등으로 불어난다. 이렇게 되면 현재 20조원가량 쌓여있는 건보 적립금도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는 11조5천원으로 줄어든 뒤 2026년에는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그래픽= 보건복지부]
[그래픽= 보건복지부]

 

‘문재인 케어’ 보장 확대에 대해 의료계에서도 강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일 성명서를 통해, 7월 1일부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한 상급병실료 급여화와 관련, “상급병실료 건강보험 적용을 전면 철회하고 필수의료부터 급여화할 것”을 요구했다.

협회는 그러면서 “(문재인 케어가) 대형병원 쏠림현상에 따른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고 있다”며 “국민의 피땀 어린 건보재정이 투입되는 보장성 강화는 필수의료, 즉 의학적으로 검증이 완료되고 비용효과성이 입증된 항목부터 점진적·단계적으로 급여화하는 것이 원칙이다”고 주장했다.

향후 총인구 감소 시기는 빨라지고 초고령 사회가 일찍 도래하는 등 인구구조의 급변으로 의료비 부담능력은 점점 더 취약해질 전망이다. 가장 주된 배경에는 의료 수요가 큰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가 있다.

'문재인 케어' 2년은 성과도 많았다. 결국 문재인 케어의 성패는 얼마나 건보 재정을 적절히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케어가 무리없이 정착하려면 불필요한 의료를 막고 노인 진료비를 감소시켜야 하며, 효과 없는 의료기술 퇴출, 초음파·MRI(자기공명영상) 남용 방지 심사체계 구축, 신포괄수가제 확대, 대형병원 쏠림현상 완화방안 등을 담은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