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대(對) 한국 수출규제는 일본에 부메랑 될 것"
[ME분석] "대(對) 한국 수출규제는 일본에 부메랑 될 것"
  • 김기영 기자
  • 승인 2019.07.13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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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 “국내 반도체 생산 2개월만 중단돼도 반도체 가격 폭등”
니혼게이자이 “수출규제, 국제 공급망 혼란…일본 존재감 저하"

[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현대의 글로벌 공급망은 세계 각국의 산업과 세계인의 삶에 그물망처럼 얽혀 있다. 힘의 우위를 가진 나라가 취하는 일방적인 무역규제라고 해도 다자간 무역체제 아래서는 피해가 쌍방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일본의 대(對)한 수출규제가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 감소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또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차 국제 공급망에 혼란을 초래해 일본의 존재감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12일 서울 사무실에서 연 '하반기 한국 주식시장 전망' 미디어 브리핑에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완제품 재고가 많은 상황이어서 단기적으로는 일부 감산을 하는 것이 반도체 가격에 긍정적일 수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해 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열린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 모습. 일본 측은 사실상 창고같은 회의실에서 '손님' 격인 한국 측과 만나 악수나 인사도 하지 앉은 채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일본의 이 같은 의도적인 홀대는 회의 형식을 의견 교환을 위한 '양자협의'가 아니라 자국 조치에 대한 일방적 브리핑 성격의 '설명회'라고 주장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사진= 연합뉴스]

 

정 센터장은 "반도체는 필수재이기 때문에 가격이 수급에 따라 탄력적"이라며 "과거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불이 났을 때 삼성전자 등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 이번에도 이미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도체 완제품 재고는 기업들이 IR(기업설명회)에서 6주 정도의 공급분이 있다고 얘기하는데, 실제로는 조금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달 정도는 가동이 중단돼도 큰 영향이 없을 테고 (공급이 줄어)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너무 많은 반도체 재고가 이익 회복의 걸림돌이었는데, 일본이 수출 불허까지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만 아니면 이번 이슈가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센터장은 낸드 메모리 감산 가능성도 내다봤다. 그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재료가 부족할 때 이윤이 남는 품목을 만들고 적자가 나는 품목은 안 만들려고 할 것"이라며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는 낸드 메모리가 적자가 많이 나는 품목이어서 업체들이 감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향후 일본의 반도체 규제가 어디까지 미칠지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향후 방침이 한국에 대한 수출 불허까지 갈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 근거로 “이란에서 정치적 불안이 있으면 유가가 오르는데, 디지털 시대에는 D램이 원유만큼 중요하고 만약 이런저런 이유로 생산을 못 하게 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불편해지는 회사들, 나라들이 엄청 많아져 파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또 "한국이 가진 D램이 전 세계 시장 점유율 75%로 파워(영향력)가 굉장한 제품"이라며 "일본의 주요 소재 수출 규제에 따라 국내 반도체 생산이 2개월여만 중단돼도 지구적 상황이 발생하고 그렇게 되면 반도체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한국이 가진 D램이 전 세계 시장 점유율 75%로 파워(영향력)가 굉장한 제품"이라며 "일본의 주요 소재 수출 규제에 따라 국내 반도체 생산이 2개월여만 중단돼도 지구적 상황이 발생하고 그렇게 되면 반도체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13일에는 일본 언론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기업의 ‘탈일본화’와 국제 공급망의 혼란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본의 대표적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는 이날 "한국 반도체 생산에 지장이 생기면 반도체를 사용하는 일본 등의 가전제품 제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대한(對韓) 수출규제, 세계에 리스크', '일본의 존재감 저하도'라는 부제가 붙은 관련 기사에서 "일본 기업은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해 왔지만, 한국 기업의 조달 분산 움직임이 확산하면 '일본 이탈'을 부를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삼성 등 한국 기업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폭넓은 제품의 기억장치에 사용되는 반도체 메모리 시장에서 50∼70%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갖는다"며 "공급이 지연되면 스마트폰 등의 생산도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진행중인 수출규제 상황도 전했다. 수출규제 대상 품목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제조사인 모리타화학공업은 이번 조치가 시작된 지난 4일 이후 수출허가가 나오지 않아 한국으로의 공급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 이 회사의 홍보 담당자는 "해외 생산 등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제조사의 입장에서 '고객 기업'이 떠날 우려도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기업들은 불화수소에 대한 투자를 급속하게 확대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결국 한국 기업의 경우 일본 이외의 국가에서 조달받기가 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과거 사례도 들었다. 2010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분쟁 당시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규제를 가했을 때 일본 기업은 제3국에서 개발을 강화하거나 희토류를 절약하는 생산방법도 개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러시아는 12일 불화수소를 한국 기업에 공급할 수 있다고 한국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신문은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한일은 최종적으로는 타협할 것"이라는 일본종합연구소의 무코야마 히데히코 수석 주임연구원의 전망도 전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개시했다.

3개 품목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웨이퍼에 칠하는 감광액인 포토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들 품목의 한국 수출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조치를 취해왔으나 4일부터 한국을 우대대상에서 제외해 수출 계약별로 90일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 당국의 승인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출규제를 가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더해 한국에 대한 통신기기 및 첨단소재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대책도 검토 중이다. 한국을 우대대상인 '화이트(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빼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전기차 배터리 산업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백색국가 제외 방침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수출제한 조치 후 처음 도쿄에서 열린 12일 첫 한일 ‘양자협의’ 자리에서 기존 북한 유출의혹 제기에서는 한발 물러났지만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방침은 재확인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이호현 무역정책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일본은 불화수소 등 3대품목이 개별허가 신청대상으로 변경된 것은 북한 유출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일본 측은 그러면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자기네 기업의 법령준수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3대품목 통제강화를 자국 수출기업 귀책으로 설명했고, 또 3대 품목이 최종적으로 순수한 민간용도라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허가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일본 측의 발언은 자국 수출기업 문제를 들어 우리 기업 옥죄기는 계속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일본은 또 여전히 한국 수출통제체제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백색국가 제외 방침을 우리 정부에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를 위해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각의 결정 후 공포하고, 그로부터 21일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는 것.

이 정책관은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제외방침과 관련, 캐치올(catch all) 규제 등에서 한국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할 뿐 그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면서 "앞서 3년 동안 한국과 관련 회의를 못해서 신뢰가 부족하다는 기존 주장만 되풀이 했다"고 말했다.

캐치올 제도는 대량살상무기(WMD)나 재래식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민수용품에 대한 수출통제 규제를 말하며, 일본은 구체적으로 '한국이 재래식무기 캐치올 제도에서 불충분하다'고 얘기할 뿐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가 오사카 G20총회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원칙을 선언한 지 이틀만에 돌연 대(對)한 수출규제 조치를 들고 나왔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혼란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그 피해는 한국만이 당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일본에게 치명적인 화살이 되어 되돌아간다는 사실을 일본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노무라금융투자의 브리핑 내용과 니혼게이자이 신문 보도는 그 근거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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