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View] 페이스북의 '리브라' 도입과 중국의 가상화폐 개발이 몰고올 위협
[Our View] 페이스북의 '리브라' 도입과 중국의 가상화폐 개발이 몰고올 위협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9.07.21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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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리브라(Libra)' 도입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페이스북이 내년 상반기 중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물건을 구매하거나 돈을 송금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 리브라를 출시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한 이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재무장관들이 잇따라 우려를 표하고 미국 의회가 도입을 강력히 성토하면서 일단 리브라 도입 계획은 잠정 중단을 선언하는 등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리브라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잇단 개인정보 유출을 막지 못한 페이스북의 신뢰성을 어떻게 믿느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디지털 화폐가 돈세탁이나 인신매매, 테러 지원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현재 운용되고 있는 세계 통화시스템에 걸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자 두 가지에 대한 우려는 지난 16, 17일 진행된 미국 상·하원 청문회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리브라 로고 [그래픽= 로이터/연합뉴스]
리브라 로고 [그래픽= 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리브라를 발행하겠다는 페이스북을 질타했다. 양당 의원들은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계획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마커스를 상대로 질의하면서 페이스북이 자체 디지털 통화를 운영할 만큼 신뢰할 만하지 않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셰러드 브라운(민주·오하이오) 상원의원은 "페이스북은 위험하다"며 "페이스북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스캔들을 통해 우리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은행위원회 마이크 크레이포(공화·아이다호) 위원장도 "우리는 페이스북을 믿을 수 있느냐는 것 이상을 따져봐야 한다"며 "우리는 어떻게 미국에서 데이터 보호를 조직할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열린 미 하원 청문회의 비판에서는 더욱 강한 비판이 나왔다.

브래드 셔먼(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이것(리브라)은 심지어 그것(테러)보다 미국을 더 위태롭게 할지 모른다"며 리브라의 잠재적 파급력을 9·11 테러 공격과 비교하기까지 했다.

이날 하원 의원들은 정책 당국자들이 적절한 규제를 마련할 때까지 리브라 계획을 더 진전시키는 것을 삼가겠다고 약속할 수 있는지 마커스에게 질의했다. 맥신 워터스(민주·캘리포니아) 금융서비스위원장은 이날 리브라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도 제안했다.

이러한 의회의 잇단 강력한 비판에 페이스북은 일단 꼬리를 내렸다.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총괄 데이비드 마커스가 7월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에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말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총괄 데이비드 마커스가 7월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에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말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데이비드 마커스는 상원 청문회 증언을 앞두고 사전에 제출한 발언에서 "페이스북은 규제 관련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고 적정한 승인을 받을 때까지 디지털 통화 리브라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도입계획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마커스는 또 리브라가 "핀테크 역사상 가장 폭넓고 가장 광범위하며 가장 조심스러운 규제 당국과 중앙은행들의 사전 감독"을 받게 될 것이며, 리브라를 운영할 별도기구인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은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이 나라 규제기관의 감독을 받게 될 것이라며 신뢰성과 안정성을 강조했다.

페이스북 가상화폐에 참여하는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은 페이스북과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우버 등 28개 회사가 결성한 협회다.

마커스는 17일 하원 청문회에서도 정책 당국자들이 적절한 규제를 마련할 때까지 리브라 계획을 더 진전시키는 것을 삼가겠다고 약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나는 더 진전하기 전에 우리가 적절한 규제와 관련한 승인을 모두 받고, 모든 우려를 해소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미국 달러 등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질의에서도 "우리는 달러나 어떤 독립적 통화와도 경쟁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수장과 재무장관들이 미 의회의 비판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리브라 도입 계획을 예의주시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 [사진=AFP/연합뉴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 [사진=AFP/연합뉴스]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의 비판은 ‘리브라’라가 각국 통화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리브라가 통용되면 사실상 어느 나라의 주권도 넘어서는 ‘초주권화폐’의 첫 탄생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몇 년 간 비트코인은 각국 중앙은행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는 초주권화폐로서의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가치의 지나친 급락으로 화폐로서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사실상 입증되면서 지금은 투자대상으로 보는 견해가 강해졌다.

리브라는 신용카드 사용이나 사용의 편의성을 위한 보통의 핀테크 금융과는 또 다른 시스템이다. 아무리 국경이 없는 블록체인 방식의 가상화폐라고 하지만 장차 리브라가 자유롭게 통용되려면 현실적인 문제와 맞닥뜨려야 한다. 각국 통화당국이 자국 내에서 리브라의 사용을 막지 않아야 된다는 전제다.

오늘날 화폐의 기본 요건은 화폐단위와 ‘액면’ 및 ‘발행기관’으로 집약할 수 있다. 이 기본요건을 법적으로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화폐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하는 핵심이 되고 있다. 여기서 ‘발행기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국이 통화를 관리하는 주된 목적은 ‘금융안정’이다. 안정적인 화폐체계를 바탕으로 금융인프라가 잘 구비되어 금융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경제적 안정과도 직결된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전세계가 인터넷과 SNS로 연결되고 글로벌 기업이 등장해 국경의 구분이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중앙은행의 또다른 역할도 생겨나고 있다.

중앙은행은 국내외 금융안전 현안에 대하여 정부나 감독당국과 협의하며 대응하며 통화를 관리하고, 바젤감독위원회(BCBS)·금융안정위원회(FSB) 등의 국제기구 활동에 참여하며 글로벌 금융안정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통제를 벗어난 ‘초주권화폐’가 탄생한다면 이같은 금융시스템 전체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블록체인의 개발 배경과 관련, 기존 금융 체계에서 소외돼 있는 제3세계 국가나 개발도상국의 이용자들에게 포용금융을 실현할 수 있으며, 협회 회원들로부터 모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가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리브라가 통용되면 해외 송금 수수료도 크게 낮추고,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소액 거래나 선불 교통권 등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리브라가 각국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리브라가 발행되면 ‘블록체인’의 특성상 탈중앙화는 불가피하다. 거래하는 입장에서는 안전하고 편리한 시스템일 수 있지만 국민 경제를 보며 통화정책을 펴온 금융당국으로서는 통제 불능 영역이 생긴다.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자사의 의도에 맞게 통제 하느냐의 여부는 그 다음 문제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망을 활용한 리브라가 등장하면 각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유지되어온 현대의 글로벌 통화시스템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 통화를 주도하고 있는 주요국들이 시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통화를 관리하는 수장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가상화폐 '리브라'(Libra) 도입 계획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 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리브라를 도입하겠다는 페이스북의 계획은 심각한 우려들이 해소될 때까지 "진전될 수 없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리브라는 사생활 보호와 돈 세탁, 소비자 보호, 금융 안정성 등과 관련해 많은 심각한 우려를 제기한다"고도 말했다.

특히 파월 의장의 말에서 주목할 부분은 ‘규제 체계’ 언급이다. 파월 의장은 현 규제 체계가 디지털 화폐와는 맞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는 "그것(리브라)은 우리의 규제 체계에 깔끔하게, 또는 쉽게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잠재적으로 전체에 영향을 주는 규모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리브라 프로젝트를 검토할 워킹그룹을 조직했으며 전 세계의 다른 중앙은행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브라가 세계 통화 시스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 지닐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G7(주요 7개국)회의 의장국인 프랑스도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리브라'(Libra) 도입 계획과 관련해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가상화폐 도입을 우려하는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와 같았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7일 파리 근교에서 열린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강력한 강제규정과 (합의된) 약속이 필요한 데 필요한 조건들이 리브라 프로젝트에서 충족되지 않았다"며 리브라 출시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밝혔다. 그는 "통화와 같은 역할과 힘을 가진 어떤 가상화폐도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프랑스는 자국 출신인 브누아 쾨르 유럽중앙은행(ECB) 이사에게 리브라와 같은 가상화폐를 연구하는 G7 차원의 태스크포스 설치를 지시한 상태다.

G7 재무장관들도 '리브라' 도입 계획에 시급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G7 재무장관 회의 첫날 일정을 마친 뒤 "오늘 회의장 분위기를 보면 전반적으로 페이스북 리브라에 대한 중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은행 총재도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도입 방침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리브라가 세계적으로 통용되기를 원한다면 각국은 글로벌 차원에서 조율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G7 중앙은행 총재들만 갖고 논의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을 감안하면 리브라 사용 시 자국 화폐의 근간을 뒤흔든다고 판단한다면 각국 정부 차원에서 원천적인 차원의 제재나 차단 조치가 이루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페이스북 가상화폐 등 문제 논의하는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 [사진=AP/연합뉴스]
페이스북 가상화폐 등 문제 논의하는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 [사진=AP/연합뉴스]

 

중국의 인민은행도 페이스북의 '리브라'를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주요국들의 대응과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을 준다.

페이스북이 가상화폐 리브라 출시를 선언한 이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자체 디지털 통화 출시를 위한 노력을 가속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차이신과 차이나데일리 등에 따르면 왕신(王信) 중국 인민은행 연구국 겸 화폐금은국 국장은 지난 8일 베이징대학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인민은행이 국무원의 승인을 얻어 디지털화폐와 전자 결제를 연구개발하는 시장기구를 조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민은행은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최초로 지난 2014년부터 디지털 통화를 연구해왔다.

왕신 국장은 리브라가 국경을 넘나드는 결제 분야에서 발전 전망이 있다고 내다보면서, 각국의 통화 정책과 금융 안정, 나아가 국제통화체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리브라의 달러 연동성을 우려하고 있는 눈치다. 그러면서 이를 디지털 화폐 연구개발의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왕신 국장은 리브라가 실질적으로 미국 달러와 밀접하게 연관될 것이며 그에 따라 경제금융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제정치와 정치경제학의 복잡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왕신 국장은 리브라에 대해 "금융 서비스와 통화 정책,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국이 ‘초주권화폐’가 될 수 있는 리브라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자체 디지털 통화 출시를 가속하는 것이 대응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의 디지털통화 연구개발 움직임은 16일 미 상원 청문회 당시 페이스북 데이비드 마커스 국장의 경고성 발언과 맞물려 더욱 주목 받고 있다.

당시 마커스 국장은 리브라 도입이 가로막힐 경우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커스는 "만약 우리가 이 세계(가상화폐)를 선도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 결과 두 개의 금융 체계와 금융 네트워크가 생겨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커스는 이어 "그리고 그 둘 중 하나는 우리의 외교 정책을 실행하고 우리 국가안보를 보존하는 데 아주 효율적인 제재의 범위 바깥에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C는 이같은 발언을 두고 마커스가 미국과 중국처럼 국가에 따라 분리된 온라인 세계의 분열을 언급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향후 ‘리브라’는 예정대로 도입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중국의 디지털화폐 연구개발 움직임과 마커스의 발언에서 읽을 수 있는 ‘국익’이다.

블록체인의 특징은 ‘탈중앙화’다. 하지만 오히려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블록체인의 특성이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의 기축 통화와 결합하고, 특히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통화당국과 연결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인터넷망과 SNS 네트워크는 세계를 이웃처럼 엮으며 엄청난 편리성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반대로 개인정보 침해나 해킹 같은 새로운 위험성을 안겨주고 있다. SNS는 이제 전세계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사실상’ 감시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거대 경제대국 미국과 중국이 가상화폐 전쟁을 펼치게 된다면 기존과는 또다른 가공할 만한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리브라는 정부 발행 통화 바스켓(기준환율 산정을 위해 가중치에 따라 선정된 통화 꾸러미)에 연동해 가치를 보장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역사적으로 볼 때 통화 바스켓의 구성 화폐 수와 각 화폐의 비중은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리브라는 민간기업들이 추진하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은 반대하는 기조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관점에서 보면 리브라의 도입 시점은 온라인 세계에서의 새로운 기축통화 전쟁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리브라 도입을 둘러싼 논쟁을 결재 편리성이나 신뢰성의 측면에서만 바라봐서는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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