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美연준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 차가워진 이유
[ME분석] 美연준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 차가워진 이유
  • 김기영 기자
  • 승인 2019.08.0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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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외 '매파적' 파월 발언...추가 금리인하 기대에 '찬물'

[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31일(현재시간) 기준금리를 내렸으나 제롬 파월 의장의 오락가락 발언이 전세계 주요증시에 되려 찬물을 끼얹었다.

연준은 전날부터 이틀간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존 2.25~2.5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내렸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지난 2008년 12월 이후로 10년 7개월 만이다. 연준은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0~0.25%로 인하하면서 사실상 '제로 금리'로 떨어뜨렸다. 이후 2015년 12월 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긴축기조로 전환,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지난해에는 4차례 등 총 9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사진= 연합뉴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보고 있는 뉴욕 증시 모습. [사진= EPA/연합뉴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당초 9월 말로 예정됐던 보유자산 축소 종료 시점을 2개월 앞당겨 시중의 달러 유동성을 회수하는 '양적 긴축' 정책도 조기 종료키로 했다.

연준은 FOMC 종료 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미한 인플레이션과 경제 전망을 위한 글로벌 전개 상황에 대한 '함의'에 비춰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조치는 경제활동의 지속적인 확장과 강력한 노동시장 여건, 대칭적인 2% 목표 주변에서의 인플레이션 등이 가장 유력한 결과라는 위원회의 견해를 지지한다"면서도 "이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연준은 또 가계 지출은 증가세를 보이지만 기업투자는 약해지고(soft) 있다고 평가했고, 인플레이션과 변동성이 큰 식품,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12개월 전 대비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지난 6월 FOMC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만장일치로 결정을 도출하지 못했다. 투표권을 가진 10명의 FOMC 위원 가운데 8명은 인하에 찬성했으나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가 금리 인하에 반대했다.

연준은 "경기 전망을 위한 정보(지표)의 함의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미묘한 발언을 하면서 시장은 오히려 냉각됐다.

 

[사진=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중간 사이클(mid-cycle) 조정"이라면서 장기적 금리인하 사이클의 시작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예상외로 매파(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반대)적인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미·중 무역갈등'과 맞물린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선제적·보험적 성격일 뿐, 지속적이고 장기적 금리 인하를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이번 FOMC에서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해왔다. 연준은 지난 6월 FOMC 직후 기준금리 조정에서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는 기존 표현을 삭제하는 한편,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금리 인하를 강력히 시사했다.

이에 이날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지속할지, 또 인하를 하게되면 얼마나 더 내릴지에 관심이 쏠렸던 터였다.

이번 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실상 '0.5%포인트 빅컷'을 요구했다. 하지만 연준은 0.25%포인트씩 금리를 조정하는 일명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 원칙을 따랐다.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장기적인 연쇄 금리 인하의 시작이 아니다"라면서도 "나는 그것(금리인상)이 단지 한 번이라고도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파월 의장은 추가적인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명확한 시그널을 주지 않았다.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을 기자회견 내내 했다.

파월 의장의 애매한 발언은 현재 최장기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 경제 상황과 오버랩되면서 시장 분위기를 식혔다.

[사진= 연합뉴스]
미 워싱턴의 연준 빌딩.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달로 121개월째 경기 확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기존 120개월(1991년 3월~2001년 3월)을 넘어서는 역대 최장 기록이다.

분기 성장률이 1분기 3%대에서 2분기 2%대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국 경제는 견조하다. 실업률은 반세기만에 최저 수준이고, 뉴욕증시는 잇따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경기부양 카드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지표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금리인상을 뒷받침하는 여건이다. FOMC 위원 가운데 2명이 '동결'을 요구하면서 금리인하에 반대표를 던진 데서도 이러한 딜레마를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글로벌 연계성이 한층 강화되면서 미국이 '나홀로' 정책을 펴기는 어려워진 현실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연준이 꺼내든 명분은 이른바 '보험성 인하'(Insurance Cut)였다. 글로벌 무역갈등과 맞물려 유로존과 중국을 중심으로 경기둔화가 본격화하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연준은 1995년과 1998년에도 보험성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연준은 0.25%포인트씩 3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경기하강을 피할 수 있었다. 이런 사례에 비춰보면 1~2차례 추가인하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미국경제 호황과 금리인하 정책의 본래 성격, 파월 의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올해 추가 금리 인하가 한 두 차례 더 있을 수도 있지만 없을 수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예단하지 말라는 의도처럼 들린다.

이날 연준의 0.25%포인트 인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먼저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이날 트윗을 통해 "시장이 파월 의장과 연준에서 듣고 싶었던 말은 이것(금리인하)이 중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다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장기적이고 공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이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늘 그렇듯이 파월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그러나 적어도 그는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던 양적 긴축은 끝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코스피가 7.21포인트 하락한 2017.34로 장을 마감한 1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뉴욕 증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장기적인 금리인하 사이클은 아니라고 밝힌 데 따른 실망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33.75포인트(1.23%) 급락한 26,864.27에 거래를 마감했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32.80포인트(1.09%) 하락한 2,980.3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98.19포인트(1.19%) 떨어진 8,175.42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전폭적이고 기조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실망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채권시장과 외환시장도 오히려 '금리 인상'에 반응하는 듯한 흐름을 보였다. 뉴욕채권시장에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0.046%포인트 오른 1.896%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화 가치도 강세를 보였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인덱스는 장중 98.46까지 오르면서 2017년 5월 이후로 2년여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 기준금리를 내리면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는 약세를 보이는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21포인트(0.36%) 내린 2017.34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올해 1월 4일(2010.25)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저치다.

전장보다 9.46포인트(0.47%) 내린 2015.09에서 출발해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약세로 마무리했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252개였고 내린 종목은 584개였다. 보합은 55개 종목이었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파월 의장 발언)에 대한 실망감으로 지수가 하락 출발한 후 일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줄였으나 대외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상승 전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시장의 장중 변동성이 큰데, 이는 시장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의미"라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이날 국내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채권값 하락)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7bp(1bp=0.01%) 오른 연 1.309%에 장을 마감했다. 10년물도 연 1.410%로 2.0bp 올랐고, 1년물과 5년물은 각각 1.0bp와 2.3bp 상승했다.

2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0.7bp 오르고 50년물도 0.8bp 상승 마감했다.

이는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예상보다 덜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이라는 평가가 나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질수록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파월 발언 실망감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도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5.4원 오른 1188.5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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