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전한 이유
[ME분석]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전한 이유
  • 김기영 기자
  • 승인 2019.08.06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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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전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미국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는 것을 오늘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전격적인 조치는 중국시간으로 같은 날 위안화의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선 '포치'(破七)를 용인한 이후 나온 조치다.

美, 중국 환율조작국 전격 지정...미중 무역전쟁 새 국면

 

[사진= 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전하고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연합뉴스]

 

환율조작국에 지정되면 미국은 해당 국가에 대해 환율 저평가 및 지나친 무역흑자 시정을 요구하게 된다.

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해당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해당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계약 체결 제한, 국제통화기금(IMF)에 추가적인 감시 요청 등 구체적인 제재에 나설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대중 무역불균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의 관세 장벽뿐만 아니라 향후에는 환율 압박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양국 무역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

미국의 이번 조치는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에 대한 대응카드로 풀이된다. '포치'(破七)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중국 위안화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달러=7위안'의 벽이 무너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중국 당국의 사실상 환율조작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도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나흘 후인 이날 오전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을 크게 올려 고시하자 시장 환율이 급등했다.

인민은행은 5일 거래 기준이 되는 중간 환율을 달러당 6.9225위안으로 고시했다. 인민은행이 달러 대비 위안화 중간 환율을 6.9위안 이상으로 올린 것은 올해 처음이었다.

이에 시장은 중국 정부가 '포치' 용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전 거래일보다 1.98% 급등한 7.1092위안까지 치솟았다. 2010년 개장한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역내 시장에서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3% 급등한 7.0397위안까지 올랐다.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포치'(破七)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중이던 2008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위안화 가치의 급락은 대규모 자본 유출, 증시 폭락 등을 유발함으로써 중국 경제 전반에 큰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시장에서는 '1달러=7위안'이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왔다.

위안화 환율 ‘포치’ 돌파 이유 놓고 미중 공방 가열

 

[사진= 연합뉴스]
5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그럼에도 중국이 의도적으로 위안화를 절하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효과를 부분적으로 상쇄시킬 수 있어 중국 수출 기업에 부분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 위안화의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자 트윗을 통해 "중국이 환율을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그것은 환율 조작이라고 불린다"는 표현으로 중국의 ‘환율조작’을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우리의 사업과 공장을 훔치고 일자리를 해치며 우리 노동자의 임금을 떨어뜨리는 한편 농부들의 (농산물) 가격에 해를 끼치기 위해 환율조작을 항상 활용해 왔다"며 "더이상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과 관련해 중국 당국은 미국에 위안화 가치 급락 책임을 돌렸다.

인민은행은 5일 발표한 '책임자' 명의 성명에서 "일방주의와 보호 무역주의 조치 및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 예상 등의 영향으로 오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을 넘어섰다"며 "이는 시장의 수급과 국제 환율 시장의 파동을 반영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위안화 환율의 '포치'(破七) 용인을 두고 공방을 주고받은지 몇시간 후, 미국이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카드를 들고나옴에 따라 미중 양국의 무역전쟁은 기존과는 새로운 양상으로 급변하고 있다.

미·중이 지금까지는 주로 '관세 힘겨루기'를 이어왔다면 이제는 통화가치라는 또 다른 영역으로 전선을 넓히면서 경제 전면전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미국의 추가관세 예고와 중국의 ‘농산물 타깃’의 배경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이 어쩌다 ‘환율전쟁’으로까지 번진 것일까? 이와 관련해 외신들은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양국의 각기 다른 셈법을 지적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부터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기존에 부과한 2천500억달러 외에 3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공세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총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상태이며, 나머지 3천250억 달러 규모 제품에 대해서도 25% 관세 부과를 위협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관세 부과 결정은 지난달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벌인 고위급 무역협상의 결과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에서 나왔다. 이날 양국은 9월 협상 재개만 약속한 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돌아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하이 협상에서 미국산 농산물의 중국 수출이 불발됐다는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바로 대중 추가관세를 지시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 발표를 접하자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합의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오사카 담판에서는 추가 관세 부과 중단과 협상 재개에 합의했었다.

미국이 9월부터 대중 추가관세를 예고하자 이같은 비판을 쏟아낸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 중단으로 사실상 보복전에 나섰다.

로이터통신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국가개발개혁위원회는 6일 새벽 온라인 성명을 통해 "관련 중국 기업들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했다"고 밝히는 한편, 지난 3일 이후 구매한 미국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이 바로 ‘농산물’이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농장지대가 거론되기 때문이다.

농장지대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주요 표밭으로 중국이 무역보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표적으로 삼은 지역이다. 중국이 대두(메주콩), 옥수수,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 수입을 축소함에 따라 농장지대 주민들은 판로를 잃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관리들은 내년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중국에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라는 목소리를 부쩍 높여왔다.

미국 텍사스대 중국 공공정책센터의 대표인 데이비드 파이어스타인은 최근 CNBC방송 인터뷰에서 대중국 관세가 농장지대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누린 근소한 우위를 내년 대선에서는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처럼 미중 무역전쟁에 내년 미국 대선 표밭 관리의 유불리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극적 돌파구가 없는 한 미중 무역전쟁은 더욱 격화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중 무역전쟁의 ‘환율전쟁’ 확전으로 글로벌 시장 ‘패닉’

 

위안화 환율 추이. [그래픽= 연합뉴스]
위안화 환율 추이. [그래픽= 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이 보복과 맞보복이 이어지며 무역협상 궤도를 이탈하자 전세계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아시아권에서 유럽을 거쳐 미국 뉴욕증시까지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등 3대 주가지수는 나란히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증시를 비롯해 일본·중국 주가지수가 동반 하락했고, 유럽의 주요 지수들도 급락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도 치솟았다.

주식과 원유를 비롯한 위험자산은 급락하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오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 예고에 중국은 트럼프의 대선 표밭 급소인 농촌지역을 겨냥한 ‘농산물 타깃’에 이어 위안화 절하로 맞서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협상 초점이 당초 기치로 내세웠던 중국 산업·통상정책 개혁에서 표밭 관리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중국 위안화 절하 '선전포고'에 미국은 환율조작국 전격 지정으로 '강펀치'를 날렸다. 양국의 무역갈등이 전면전 구도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북한 변수까지 떠 안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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