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日 백색국가서 한국 제외 관보 게재...추가 규제품목 지정 안해 "배경에 주목"
[ME분석] 日 백색국가서 한국 제외 관보 게재...추가 규제품목 지정 안해 "배경에 주목"
  • 김기영 기자
  • 승인 2019.08.07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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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세칙에 한국만 겨냥한 '개별허가' 품목 추가 지정은 없어
日 국가등급 A-B-C-D 그룹 개편…한국, B등급으로 '강등'

[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은 7일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인 이른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한 수출규제 시행세칙은 기존 기조를 유지한 채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아 향후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낮출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일 우리나라 국무회의 격인 일본 정부 각료회의를 통과한 이 개정안은 이날 일본 정부의 관보에 게재됨에 따라, 이날을 기준으로 21일 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반도체 핵심소재 3품목 외 시행세칙에 추가 규제품목 지정 안해

 

일본 경제산업성은 7일 수출관리 상의 일반포괄허가 대상인 이른바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했다. [사진= 연합뉴스]

 

'백색국가서 한국 제외' 시행령이 이날 관보에 게재됨에 따라, 일본 기업 등이 군사전용이 가능한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오는 28일부터는 3년간 유효한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되는 등 수출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진다.

또 비규제(일반) 품목의 경우에도 무기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일본 정부가 판단하는 경우는 별도의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은 2004년 지정된 후 15년 만에 백색국가에서 제외됐으며, 이 리스트에서 빠진 건 한국이 처음이다.

이날 우리나라가 주목한 부분은 한국과 관련한 시행세칙 부분이었다. 그런데 일본 경산성이 이날 공개한 수출무역관리령의 시행세칙인 '포괄허가취급요령'에는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 한국만을 타깃으로 하는 추가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이 요령은 백색국가 제외 관련 하위 법령으로 1100여개 전략물자 가운데 어떤 품목을 개별허가로 돌릴지 구체적으로 규정해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한국 기업의 추가 피해 규모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픽= 연합뉴스]
일본은 이날 예상과 달리 수출무역관리령의 시행세칙에서 기존 반도체 핵심 3품목 이외에 한국 수출규제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아 그 의도에 궁금증이 쌓이고 있다. [그래픽= 연합뉴스]

 

경산성은 지난달 4일 군사 전용 우려가 큰 1차 리스트 규제 품목으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을 개별허가 대상으로 변경했고, 그후 이 중에서 아직까지 개별허가가 나온 사례는 없다.

일본 정부가 개별허가 대상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음에 따라 일본의 수출 규제로 당장 영향을 받는 기업은 일단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개별허가를 받게 되면 경산성은 90일 정도 걸리는 수출신청 심사 과정에서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킬 우려가 있고 막판에 제출 서류 보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수출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기업들의 피해규모가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출절차가 까다로운 개별허가만 되는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당장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백색국가 제외 기조는 사실상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중재와 국제사회의 비우호적 여론 등을 감안해 일단 조심스럽게 스탠스를 잡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 등 한국의 대처 상황 등을 지켜보며 향후 대응 수위를 점차 높여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로 일본 기업 등이 군사전용이 가능한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오는 28일부터는 3년간 유효한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되는 등 수출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진다. 이는 한국으로의 전략물자 수출을 전반적으로 개별허가 범주에 넣은 거나 사실상 마찬가지다.

현재로서는 개별허가가 아닌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으면 그나마 번거로움이 덜해질 수 있다는데 일단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특별일반포괄허가란 일본의 전략물자 1120개 중 비민감품목 857개에 대해 수출기업이 일본 정부의 자율준수프로그램(CP) 인증을 받아 수출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인정받을 경우 개별허가를 면제하고 3년 단위의 포괄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일본, 수출상대국관리 분류체계 개편...한국 B그룹 강등

 

일본이 새롭게 개편한 수출관리 분류체계. [그래픽=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이번에 한국에 대한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폐지하면서 그간 사용하던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 개편 내용도 발표했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이 일본의 백색국가가 아닌데도 큰 생산 차질을 겪지 않은 것은 특별일반포괄허가제도 때문이다.

2004년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 지정된 후부터 일본의 어떤 수출기업이든 한국에 수출할 때 3년 단위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 리스트에서 빠지면서 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만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과 거래하던 한국 기업들은 종전과 똑같이 3년 단위 포괄허가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정부는 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 1300개 중 공개된 632곳을 전략물자관리원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그러나 수출관리 프로그램을 잘 갖춰놓지 못한 일본 소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중소기업은 사실상 개별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백색국가 제외에 따른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은 이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을 계기로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를 그룹 A, B, C, D로 나누어 통칭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출신뢰도가 가장 높은 그룹 A에는 기존 백색국가 중 한국을 제외한 26개국이 놓였다.

지금까지 수출심사 우대국인 백색국가에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 외에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등 총 27개국이 지정돼 있었으나 이번에 한국만 빠졌다.

그간 백색국가로 분류된 국가에 대해서는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일본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했다.

그룹A 국가는 백색국가 분류 때와 마찬가지로 일본기업이 규제 품목을 수출하는 경우 일반포괄허가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3년간 개별허가 절차를 면제하는 혜택이 적용된다.

 

백색국가 한국 제외 시행령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일본 경제산업성 홈페이지. [출처= 일본 경제산업성 홈페이지]

 

한국은 그룹B에 배정됐다. 그룹B는 핵물질 관련 핵공급그룹(NSG), 화학·생물학무기 관련 오스트레일리아그룹(AG), 미사일·무인항공기 관련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일반 무기 및 첨단재료 등 범용품 관련 바세나르 체제(WA) 등 4대 수출통제 체제 가입국이면서 일정 요건을 충족한 국가다.

그룹B는 특별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그룹A와 비교해 포괄허가 대상 품목이 적고 그 절차가 한층 복잡하다. 그룹A 국가는 원칙적으로 수출기업이 자율적으로 관리하지만, 그룹B 국가로 수출할 때는 일본 정부가 강제하는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현장 검사도 받아야 한다.

그룹B 국가로 강등된 한국은 오는 28일 이후 많은 비규제 품목 중에서도 일본 정부가 군사전용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의 의도에 따라서는 수출이 아예 불허될 수도 있다.

그룹C에는 그룹 A, B, D에 속하지 않는 대부분의 국가가 포함됐고, 그룹D에는 수출관리 업무상 신뢰도가 가장 낮다고 판단한 북한, 이라크 등 10개국이 속하게 됐다.

일본 경산성은 명칭 변경 이유에 대해 일본의 수출관리 제도에 관한 국내외 실무자와 관계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이 징용배상 판결 등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라 단순히 수출무역관리 상의 문제임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적인 의도에서 이번에 국가 분류체계 명칭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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