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바이오 업계 신뢰회복 "악재에 해답 있다"
[기자의 눈] 바이오 업계 신뢰회복 "악재에 해답 있다"
  • 오철민 기자
  • 승인 2019.08.0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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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오철민 기자] 바이오 업계가 3년 묵은 '첨단바이오법‘의 국회 통과라는 숙원을 풀고도 끊이지 않는 악재에 속절없이 무너지며 도무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단바이오법)은 기존 약사법, 생명윤리법 등으로 나뉜 바이오의약품 규제를 일원화해 임상연구를 활성화하고 신속한 허가심사가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의 통과로 향후 줄기세포 등을 이용해 손상된 조직을 치료 또는 대체하는 연구가 가능해지고, 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을 신속하게 허가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진= 연합뉴스]
5일 증시는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블랙 먼데이'가 됐다. [사진= 연합뉴스]

 

첨단바이오법이 통과되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 등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유관단체는 일제히 환영한다는 성명서를 내며 반겼다.

제약바이오협회는 "법 제정으로 난치질환 환자에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며 "산업계는 보다 우수한 품질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바이오협회도 "첨단바이오법을 통해 그간 규제로 가로막혔던 유전자치료제 및 줄기세포치료제 등과 같은 첨단바이오기술의 연구와 산업화를 글로벌 수준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고무적"이라고 평했다.

업체들도 바이오의약품의 개발을 장려하고 신속한 시장 진입을 돕는 등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됐다며 반색했다.

모두 희망에 차서 미래를 설계해야할 때지만 코스닥 시장에는 한 여름인데도 시베리아 찬바람 같은 냉기가 감싸고 있다. 바이오 업계와 관련한 호재는 거의 찾을 수 없고 악재만 연달아 날리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하고 한일 경제전쟁이 확전 국면에 돌입한 5일, 코스닥은 바이오 업종 이슈까지 맞으며 4년 전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시장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이날 3년 1개월여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제약·바이오주는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 이어 올해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사태, 에이치엘비의 신약 '리보세라닙' 임상 문제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며 투자심리가 극심하게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지수를 끌어내린 최대 요인은 바이오발 악재였다. 앞서 코스닥 대표 바이오 기업 중 하나인 신라젠은 지난 2일 미국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로부터 신약 '펙사벡'의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받았다고 공시했다.

이후 신라젠은 이날까지 2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내려앉으며 하한가로 마감했다. 이 기간 한때 코스닥 시총 순위 2위였던 신라젠은 시총 10위까지 밀려났다.

신라젠으로서는 펙사벡의 임상시험 중단 권고 이전에 악재가 하나 더 있었다. 신현필 전무가 무용성 평가 결과 발표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초 약 88억원 규모의 주식을 장내 매도해 아직 비난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이래저래 2019년 한해는 바이오 업계에 ‘블랙 이어(Black Year)’로 기억될 만하다. 올해 최대의 악재는 뭐니뭐니 해도 코오롱생명과학이 만든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사태였다.

 

[사진= 연합뉴스]
코오롱생명과학이 만든 '인보사케이주' 사태는 올해 바이오 업계의 신뢰를 바닥부터 뒤흔들었다. [사진= 연합뉴스]

 

인보사는 2017년 7월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으나, 지난 3월 치료제 주성분 중 하나(2액)가 허가사항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식약처 조사와 청문 절차를 거쳐 이달 3일 최종 품목허가 취소 처분이 확정됐고, 7월 9일자로 공식 취소됐다.

인보사 사태는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빚어진 세포 바꿔치기와 관련해 사실상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서 해당 기업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날린 것은 물론 바이오 업게 전반의 신뢰성에 큰 상처를 입혔다.

지난 6월 말에는 에이치엘비 악재가 터졌다. 에이치엘비는 6월 27일 기업설명회에서 신약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 시험 결과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 이번 결과치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와는 성격이 다른 악재이긴 했지만 이후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곤두박질쳤다.

에이치엘비의 경우 '리보세라닙이 곧 에이치엘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약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탓이다. 실제로 에이치엘비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도 견조한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조 단위의 시가총액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시장에 바이오 업계의 충격파가 이처럼 크게 미치는 데에는 주된 배경이 있다. 대다수 바이오주가 기업 실적 같은 기초체력보다는 신약 개발 및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를 지탱하고 있어서다.

이렇다 보니 미래 가치를 훼손하거나 투자심리를 악화시키는 이슈가 발생하면 주가는 추풍낙엽처럼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호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보니 주가의 바닥이 어딘지 모르고 추락하는 형국이다.

근본 원인은 결국 눈에 보이는 결실의 부재다. 지난달 28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제약·바이오 상장업체들이 허가받은 신약은 각각 1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5년 7건, 2016년 2건, 2017년 4건이 허가된 것과 비교하면 2년째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신약 개발에 평균 10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부진한 성과다.

 

[사진= 연합뉴스]
'인보사' 사태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증 체계도 도마위에 올랐다. [사진= 연합뉴스]

바이오주를 둘러싼 정보 불균형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거래소 공시 규정에 따르면 바이오 기업의 임상 결과는 의무공시 사안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회사가 직접 발표하지 않으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관련 내용을 알 방법이 없다.

실례로, 에이치엘비는 6월 기업설명회에서 임상시험 결과를 설명했을 뿐 거래소 공시로는 전하지 않았다. 설명회는 평일 대낮에 진행된 데다 관련 공지도 회사 홈페이지에만 올렸기 때문에 일반 개인 투자자의 참여는 사실상 어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코스닥은 작년 말 이후 5일까지 15.67% 급락하며 같은 기간 4.61% 떨어진 코스피의 하락 폭을 크게 밑돌았다.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 업종 기업의 시총 비중은 2010년 9.6%에서 2014년 15.7%를 거쳐 올해 5월에는 26.5%까지 상승했다. 이처럼 제약·바이오 업종의 비중이 크다보니 바이오발 악재에 따른 영향도 그 만큼 크게 다가온다.

바이오 업종의 높은 시총 비중은 업체의 펀더멘털보다 임상 진행 상황 등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높게 형성되고 있는 배경이 크다.

5일 현재 코스닥 제약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63.38배에 이르렀다는 것은 이를 설명해 주고 있다. 업종 시가총액이 순이익의 160배를 넘을 정도로 주가가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있는 셈이다.

전체 평균 PER은 코스피의 경우 종목의 평균 11.26배이고 코스닥이 39.63배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기대감이 무너지는 순간 주가도 급락한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신라젠 기자ㆍ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왼쪽 두번째) 등이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코스닥시장은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다. 급락에 따른 손실을 개인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위험성이 그만큼 상존하고 있다.

이처럼 바이오 업종의 성패는 당장 코스닥 시장의 흐름과 직결된다. 미래가치나 기대감만으로는 주가를 떠받치는데 한계가 온 느낌이다. 바이오 업계가 심기일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이유다.

물론 노력한다고 해서 결과가 다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렇다할 호재는 찾아볼 수 없이 부진만 이어진다면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특히 올해 바이오 업계의 악재 중에는 결코 범하면 안되는 ‘도덕성 결여’가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바이오 역사에 큰 아픔으로 남게될 인보사 사태가 그랬고 최근에 벌어진 신라젠 임원의 주가 매도도 시장에 신뢰를 저버린 행위였다. 도덕성의 결여는 오랜 기간 땀으로 일군 성과를 단 한 방에 불신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에이치엘비나 신라젠이나 전격적인 설명회에 앞서 지속적인 주주와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그렇다고 바이오 업계의 앞날이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면서 가시적인 성과들도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투자도 이루어지고 있다.

바이오 분야가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충분한 저력이 있다는데 부정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바이오 업계는 올해 터진 갖가지 악재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진정한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먼 앞날만이 아니라 발밑의 허점은 없는지부터 점검하고 다져나가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게 되면 오늘의 실패가 ‘바이오 한류’를 만개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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