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1조 판매' DLF 원금손실 공포....'제2의 키코' 논란 재현되나
[ME분석] '1조 판매' DLF 원금손실 공포....'제2의 키코' 논란 재현되나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9.08.19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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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DLF 실태조사 이어 은행 특별검사 예정
불완전판매 입증 주력, 책임추궁 병행
당국 소송 대비 법리검토도 착수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금융감독원이 약 1조원어치 팔린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손실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마치고 곧 해당 상품들을 많이 판매한 은행들을 검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2의 키코 사태’ 우려를 낳고 있다.

18일 연합뉴스는 금감원이 DLF와 관련한 서면 실태조사를 완료하고 이 결과를 이튿날 국회에 보고하고 언론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금융권을 인용해 보도했다.

DLF는 금리·환율·실물자산·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결합증권(DLS)의 만기 지급액이 미리 정해둔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투자상품이다.

 

금융감독원이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손실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마치고 곧 판매 은행 특별 검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손실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마치고 곧 판매 은행 특별 검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연합뉴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DLF는 독일·영국·미국의 채권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를 편입한 펀드들이다. 그런데 이들 국가의 금리가 예상보다 훨씬 급락하면서 약정된 조건에 따른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피해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 10년물 채권금리에 연동하는 DLS다. 해당 금리가 -0.2% 이상을 유지하면 연 3∼5%의 수익을 지급하지만, 이보다 낮아지면 0.1%포인트 초과 하락마다 원금의 20%씩 손실이 발생한다.

문제는 최근 독일·영국 등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국채 금리도 급락, 원금 전액 손실 구간에 들어왔다는 데 있다.

현재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15일에 -0.7121%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데 이어 16일엔 -0.7247%까지 떨어졌으나 장 후반 반등하며 -0.6840%로 마감했다.

-0.7%는 원금 100% 손실이 발생하는 구간이어서 투자자들에게는 공포의 숫자나 다름없다. 16일 종가 수준(-0.6840%)도 손실률이 96.8%에 달해 사실상 '깡통'이라고 할 수 있다.

만기가 처음 돌아오는 날은 다음달 19일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이때까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급격히 반등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여 상당한 손실이 우려된다.

이같은 DLF 상품이 1조원가량이나 팔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입자 중에는 기관투자자나 '큰손'만이 아니라 퇴직금·전세금 등을 맡긴 '개미'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금융당국이 서둘러 실태 파악에 나섰다.

특히 이 상품은 만기가 4∼6개월로 짧은데다 웬만해선 원금이 보장된다고 홍보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피해 공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들 상품이 주로 판매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이르면 이번주 중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들도 적정성 여부를 살펴볼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DLF의 불완전판매 사례를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고위험 파생상품인데도 안전한 국채 투자라고 호도하거나, 원금 손실 우려가 없다는 식으로 팔았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손실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마치고 곧 판매 은행 특별 검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연합뉴스]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사진= 연합뉴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 스스로 불완전판매를 가리고 피해자 구제에 노력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라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당국의 역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금감원에는 이미 여러 건의 민원이 접수된 상태다. 금감원 분쟁조정 절차는 특별검사와 별개로 진행된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결과를 둘러싼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비해 법리 검토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DLF가 수익률의 상단은 제한된 반면, 기준치를 밑돌 경우 손실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에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생금융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던 수출중소기업들은 우리나라의 환율 급등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키코는 환율이 미리 정해놓은 상한(knock-in)과 하한(knock-out)의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미리 정한 약정환율에 달러를 팔 수 있어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된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이었다. 환율이 상·하한 사이에서만 움직이면 환차손을 줄이고 일부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환율이 상한 이상으로 오르거나 하한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였다. 상한 이상이면 약정액의 1∼2배를 같은 고정환율에 매도해야 하고, 하한 이하로 떨어지면 계약이 해지되어 환손실을 입을 수 있다.

2008년 6월 중소기업 8곳이 키코 약관에 대해 심사를 청구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키코는 불공정계약이 아니어서 약관법상 문제없다'며 결정을 내리자 11월 100여 개 기업으로 구성된 키포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가 법원에 대규모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5년간의 법적 다툼 끝에 2013년 9월 대법원이 ‘키코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다’라고 확정 판결함으로써 마무리됐다. 환헤지 목적의 정상상품이므로 은행이 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경우 피해 책임은 원칙적으로 가입자가 져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키코는 대법원이 '사기'가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불완전판매가 입증된 경우 배상 책임이 있다는 금감원 입장과 이를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은행의 입장이 맞서는 형국이다.

금감원은 키코와 마찬가지로 DLF의 불완전판매가 입증된 사례에 대해 배상을 권고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은행이 반발하면 '제2의 키코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약관상 문제가 아닌 만큼 '즉시연금' 사태처럼 일괄구제 방식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번 사건에 대해선 해당 은행도 평판 리스크를 무겁게 여기는 것으로 안다"며 "금감원과 은행들이 물밑 조율 중일 것"이라고 전했다.

파생상품은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기초자산의 가치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이다. 그만큼 일반 상품보다 구조가 복잡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고 조건에 따라 수익과 손실의 변동폭이 크다.

DLF 사태가 ‘제2의 키코’로 번지지 않고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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