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고율관세 보복에 재보복 '난타전' 미·중 무역협상 좌초되나
[ME분석] 고율관세 보복에 재보복 '난타전' 미·중 무역협상 좌초되나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9.08.24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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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750억 달러 규모 美제품에 관세 예고…자동차·부품도 대상
트럼프, 중국의 보복관세 조치에 즉각 관세율 5%P 올려 재보복
뉴욕증시 '출렁' 다우지수 623P 급락... 미국 국채 수익률 또 역전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강 대 강의 정면충돌'. 마치 서로를 향해 무한질주하는 치킨게임을 보는 듯하다.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면서 무역전쟁의 앞날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극단적인 형국으로 몰아넣고 있다.

연합뉴스와 CNBC,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을 종합해 보면, 중국이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대중(對中) 추가관세에 보복조치로 역시 추가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이에 다시 미국이 관세율 인상으로 맞받아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내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는 물론 글로벌 경기 둔화 및 침체의 그림자도 더욱 더 짙어질 것이라는 글로벌 위기감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30~31일 상하이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9월 워싱턴DC에서 무역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강력한 보복조치를 주고 받으면서 예정대로 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지 더욱 불투명해졌다.

중국, 미국산 원유·대두 등 포함 보복관세...자동차·부품도 대상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연합뉴스]

 

지난 1일 미국이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이 이에 맞서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23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5078개 품목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전했다.

관세세칙위원회는 제품에 따라 세율은 10%, 5%로 나눠 부과할 것이라며, 부과 시점은 각각 9월 1일, 12월 15일부터라고 설명했다.

5078개 품목 중에는 미국산 원유와 대두(大豆)도 포함됐다고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이중 특히 대두 같은 농수산물은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기반인 농민들에게 직격탄을 날릴 수 있어 주목된다.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면세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조치도 내놨다. 별도의 발표를 통해 관세 면제 대상이던 이들 제품에 12월 15일부터 각각 25%,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회복 조치는 75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과 별도로 이뤄졌다.

트럼프, 중국 제품 2500억불 관세 30%로 인상…나머지 3천억불엔 15% 부과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 소식에 미국이 즉각 추가 ‘관세폭탄’으로 반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미국산 제품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조치로 중국산 제품 관세율을 최대 30%로 올리기로 하는 등 맞대응 카드를 곧바로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모두 5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재 방침보다 5%포인트씩 인상키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25%로 부과한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오는 10월 1일부터 30%로 5%포인트 인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머지 3천억달러 규모에 대해서는 9월과 12월 두 번에 나눠 각각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오랫동안 중국(그리고 많은 다른 나라들)은 무역과 지적 재산권 절도, 그리고 훨씬 많은 것에서 미국을 이용해 먹었다"며 "우리나라는 중국에 연간 수천억달러를 잃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슬프게도 과거 정부는 중국이 공정하고 균형 잡힌 무역에서 벗어나 훨씬 앞질러 가도록 허용해 미국 납세자들에게 큰 부담이 돼 왔다"며 "대통령으로서 나는 더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 공정무역 달성의 정신에서 우리는 아주 불공정한 이 무역관계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다.

이어 "중국은 750억달러 어치의 미국산 제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중국의 결정이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 솔직히 중국이 없으면 훨씬 더 나을 것"이라며 이날 오후 중 대응 조치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또 '지시'라는 표현을 쓰며 미국 기업에 중국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날 양국 간의 추가 보복관세 공방은 미국 정부가 지난달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양국 간 고위급 무역 협상이 뚜렷한 돌파구를 얻지 못하고 끝난 뒤 곧바로 3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3주만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나머지 3천억달러 제품의 경우 9월 1일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지만 지난 13일에는 소비재인 휴대전화나 랩톱 등 일부 품목의 경우 12월 15일로 부과 시기를 연기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기 품목의 규모가 1천560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양국 간 무역전쟁이 다소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으나 이날 중국의 보복관세에 이어 미국이 곧바로 추가 보복관세로 반격하면서 향후 협상 전망이 더욱 불확실한 형국으로 내몰리게 됐다.

트럼프, 친구라던 시진핑을 '적' 지칭…대중전략 변화 주목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미국 남북전쟁 이후 재임 마지막 2년 중 경기침체가 발생한 대통령 가운데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1900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한 명밖에 없다는 분석이 있을 만큼 불황은 재선을 노리는 대통령에게는 패전의 징후로 여겨진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보더라도 경제정책의 성과를 치적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재선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미국의 경기침체 논란을 떨쳐내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인 미중 무역전쟁의 타결을 위해 시 주석의 협력이 절실하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부양 효과를 보려면 파월 의장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에 대한 중국의 이번 보복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국이 당장의 무역협상 타결을 희망하기보다 극한대결을 원한다고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대목이어서 트럼프의 분노지수를 급격히 끓어올렸다.

이날 중국의 보복관세를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을 '적(enemy)'이라고 규정하며 분노를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나의 유일한 질문은 제이 파월 또는 시(진핑) 주석 중에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이냐는 것"이라며 두 사람을 향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그러나 이날 두 사람의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향하자 ‘적’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추가 관세 발표 12시간만에 550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방침보다 5%포인트씩 올리는 극약처방을 내놨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적' 발언이 평소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시 주석에게 '친구'라는 우호적 표현을 써온 것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것이라며, 새로운 대중정책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 와중에 시 주석을 적이라고 부르며 친선의 가식을 내려놨다"며 "중국을 향해 더욱 대결적인 전략으로 깊이 변화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금리정책 불만에 연준의장까지 '적' 규정…"연준史의 불행한 선례" 비판도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누가 더 큰 적인가'라는 반문은 파월 의장을 좀 더 겨냥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대체적 해석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경기 진단과 향후 금리 운용 방향의 시사점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파월 의장의 연설을 앞두고 "이제 연준이 그들의 중요한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트윗까지 날리며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경기 확장을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에 대한 단서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노여움을 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연설 내용이 보도된 후 "예상대로 연준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매우 강한 달러와 매우 약한 연준을 갖고 있다"며 불만을 그대로 드러냈다.

앞서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기대한 대로 금리정책을 운용하지 않는다며 수개월 넘게 조롱하는 투로 비난해왔다. 하지만 '적'으로까지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준 의장을 ‘적’으로 몰이붙인 데 대해 미국 언론들은 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연준에 관한 4권의 책을 쓴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존스는 적 발언이 불행한 선례를 남겼다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중앙은행의 역사에서 신성시해온 중요한 것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뉴욕증시 다시 출렁…'경기침체 신호' 미국 장단기 국채 수익률 또 역전

이날 미국 뉴욕증시도 이 같은 공포가 지배하면서 크게 휘청거렸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623.34포인트(2.37%) 급락한 2만5628.90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75.84포인트(2.5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39.62포인트(3.0%) 내려앉았다.

지난 14일 경기침체 신호로 인식되는 미 국채 장·단기물의 수익률(금리)이 역전되면서 다우지수가 올해 들어 최대폭인 800포인트 이상 급락한 이후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던 뉴욕증시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된 것이다.

이날 2년물과 10년물 미 국채의 수익률(금리)이 장중 다시 역전 현상을 보이며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난 14일에 이어 9일 만에 세 번째 역전이다.

미중 무역협상 교착 상태에 놓인 가운데 양국 간 맞불 보복관세로 대치전선이 가팔라지면서 당분간 무역전쟁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가뜩이나 세계 경제가 전반적인 경기침체 국면을 보이는 가운데 경제규모 1~2위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끝모를 대결로 치달음에 따라 세계 경제를 향해 몰려오는 격랑의 파고는 더욱 높고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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