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론]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대한 진정한 승리 해법
[메가시론]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대한 진정한 승리 해법
  • 류수근
  • 승인 2019.08.28 1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2019년 8월 28일 오전 0시’. 이 시각은 두고두고 한국인의 뇌리에 강하게 뿌리박을 것이다. 아니 우리 각자마다 이 시각을 마음 한 켠에 깊이 새기고 ‘진정한 극일(克日)’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 시각은 바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가 끝내 수출절차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를 강행한 바로 그 역사적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일 돌연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대(對)국 수출규제를 발표한지 59일만의 일이다.

한국은 이 시각부터 백색국가 지위를 상실하면서 비(非)민감품목물자와 비전략물자이더라도 일본 정부가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대(對)한국 수출방식이 일반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허가 또는 특별일반포괄허가로 바뀐다.

 

일본이 28일 오전 0시를 기해 끝내 대한국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강행했다. [그래픽= 연합뉴스]
일본이 28일 오전 0시를 기해 끝내 대한국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강행했다. [그래픽= 연합뉴스]

 

그간 세계 자유무역의 틀 속에서 한·일 간 공급사슬은 촘촘하게 얽혀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일본이 일방적으로 이 공급사슬을 왜곡시키면서 향후 한국 기업과 경제는 물론 자국 기업과 경제에도 큰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이날부터 추가 규제조치는 취하지 않았지만 향후 또 다른 추가 ‘핀셋형’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강행을 하루 앞둔 27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면 지소미아 종료의 재검토도 가능하다며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 제외을 강행하지 말기를 희망했다.

이 총리는 정부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안보상 신뢰 훼손을 이유로 우리를 수출 우대국,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한 마당에 우리가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국익과 명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소미아가 종료하는 11월 23일까지 약 3개월의 기간이 남아 있다"면서 "그 기간에 타개책을 찾아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국이 진정한 자세로 대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내일부터 일본 정부가 수출무역관리령을 시행한다"면서 "저는 일본 정부가 사태를 더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리라 믿는다.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으면 한일 양국 정부가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이 총리의 메시지를 일본 정부는 끝내 외면했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일제강점기로부터 광복된지 74년이 되는 해다. 어렵사리 맺은 1965년 한일협정 이후 양국 간의 역사적 앙금은 점차 사그라드는 듯했다. 그간 양국민들 사이의 교류와 우의는 정부 간 관계보다 훨씬 우호적으로 변했다.

언젠가는 변하겠거니 생각했던 일본이지만 올들어 진행된 일련의 행위를 보면 그같은 믿음과 기대가 얼마나 부질한 일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일본은 일제강점기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에게 숱은 고통을 안겨준 역사적 원죄들를 가진 나라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라는 대전란으로 조선의 전 국토와 백성이 유린당했고, 그후 300여년이 뒤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로 ‘정한론’을 펴더니 아예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며 36년간 우리 민족의 고혈을 빨았다.

한국과 일본은 오랜 역사에 걸쳐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물리적으로는 너무나 가까운 나라지만 심리적으로는 좀처럼 다가서기 어려운 나라였다.

1995년 일본이 태평양 전쟁과 전쟁 이전에 행한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뜻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에 이어,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 간 맺은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으로 일본과의 심리적 거리마저 좁혀지는 듯했다.

당시 오부치 총리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가 있을 때만 해도 일본 정부가 제대로된 역사 인식에 한 발짝 다가서고 있다는 생각에 일본과의 심리적 거리가 매우 좁혀지는 것처럼 보였다.

일본의 진정어린 역사적 반성을 토대로 양국이 공동번영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양국의 많은 국민들은 믿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최근 행보는 그같은 기대감이 일장춘몽처럼 얼마나 덧없는지를 재인식시켰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2000년대 들어 일본 정부의 역사관은 오히려 후퇴했다. 한국에 대한 진정한 사과 대신 식민지와 전쟁을 미화하는데 더 적극적이었다.

무라야마 담화나 오부치 총리의 통절한 반성은 온 데 간 데 없다. ‘전쟁이 가능한 나라’를 만들려는 아베 총리는 극우로 치닫는 지지층을 결집하는데 한국 때리기를 적극 이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엉뚱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는 지난해 10월 30일 우리나라 대법원이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도록 판결한데 따른 보복조치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본은 모든 배상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로 완료됐다고 주장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며 수출규제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하나 이같은 주장의 실제 근원은 일본이 역사적 가해자로서의 사실을 인정하기 않겠다는 데서 비롯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수많은 생명을 잃은 배경을 두고, 일본의 전쟁 책임론은 외면한 채 오직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사실만 내세우는 이중적 주장들과 맥을 같이 한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그레그 브랜진스키 교수는 지난 11일자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반성하고 이웃 국가들과 화해하지 않는 것이 세계 경제 위협과 한일 갈등의 요인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의 백색국가 지정으로 한국 경제는 더 큰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게 됐다. 앞으로 한국은 일본에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서둘러 일본 의존도가 심했던 소재·부품 산업의 육성하고 침체된 경제를 떠받치기 위한 재정지원 등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차제에 우리가 더 명심해야 될 것이 있다. 일본을 완전히 극복해 더 이상 뒷통수를 맞지 말아야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역사를 절대로 잊지 말고 일본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호사카 유지 교수(세종대)가 최근 자신의 저서 ‘호사카 유지의 일본 뒤집기’에서 제시한 주장은 명심할 만하다. 2002년 ‘일본에게 절대 당하지 마라’의 개정판이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의 적반하장은 처음이 아니다”며 “일본에지지 않으려면 절대로 일본을 연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호사카 교수는 "지금도 한국을 45년 이전의 속국 정도로 생각하는지, 침략 사상으로 무장된 극우파 아베 정권이 혐한 분위기를 조성하더니 급기야 강제징용자 판결에 대한 응답으로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감행했다"며 안타까워한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동반자 관계를 이루려면 일본인이 가진 의식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인의 본질은 팽창주의인 데 반해 한국인은 평화주의를 기본 시책으로 삼는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일본이 선수를 치고 한국은 늑장 대응을 해왔는데, 이러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번에 책을 썼다. 과거를 알지 못하면 미래도 알 수 없다.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으면 올바른 미래란 오지 않는다."

일련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보면 얼마나 일본이 주도면밀한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반도체 3품의 ‘핀셋’ 규제에서 보듯, 모든 일을 치밀히 계산하고 완벽한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일본 무사들이 최고의 지침서로 삼았다는 ‘손자병법’의 병법은 일본을 대적해야 하는 현대 한국에도 최적의 방안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

이번 기회를 와신상담하면서 더 이상 지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대역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일본을 쫓지 않고 선수(先手) 치는 대한민국’. 이를 위해 지금 우리에게는 ‘일본보다 더 치밀한 전략과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는 담대한 용기‘가 필요하다.

 

대표필자 편집인 류수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