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0.038%' 첫 마이너스 물가상승...'D의 공포' 현실화 가능성은?
[ME분석] '-0.038%' 첫 마이너스 물가상승...'D의 공포' 현실화 가능성은?
  • 김기영 기자
  • 승인 2019.09.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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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8월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038% 하락해 1965년 통계집계 후 최초로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D(디플레이션)의 공포’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2015년=100 기준)는 104.81로 전월대비로는 0.2% 상승했고, 전년 동월대비로는 0.0%로 변동이 없었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해 8월 104.85에서 올 8월 104.81로 소수점 자릿수를 늘리면 0.038%가 떨어졌다. 물가상승률은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하기 때문에 공식 물가상승률은 0.0%지만, 실제로는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전년동월 대비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 1월 0.8%를 기록한 이후 계속 1%를 밑돌다가 사실상 마이너스로 내려앉은 것이다.

 

[출처= 통계청]
8월 소비자물가 동향. [출처= 통계청]

 

옛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은 1965년부터 전도시 소비자물가지수를 작성했으며, 전년 대비 상승률은 1966년부터 집계됐다. 물가상승률이 8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한 것은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최장 기록이다.

악화일로에 있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그동안에도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는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그런데 이번 ‘물가상승률 마이너스’라는 구체적 지표가 확인되면서 ‘D의 공포’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을 말한다. 물가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일정 기간 지속해서 0% 아래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출처= 통계청]
주요부문 소비자물가지수 전년동월비와 소비자물가지수 등락률 추이. [출처= 통계청]

 

디플레이션 상황이 되면 소비자나 기업은 소비와 투자지출을 더 줄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생산된 상품은 팔리지 않고 재고는 급증하게 돼 생산자는 가격을 낮추고 생산을 줄여 경기가 더 나빠지는 나선형 악순환에 빠진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물가상승률이 2년 이상 마이너스를 보이는 경우를 디플레이션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사실상 첫 마이너스 기록과 관련, 통계청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다 유류세 인하와 교육복지 확대 등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물가 흐름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에서 이번달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게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양호한 기상 여건에 따른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떨어졌고, 폭염 등으로 인해 작년 8월 높은 상승률을 보인 기저효과도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출처= 통계청]
월별 소비자물가지수 동향. [출처= 통계청]

 

기조효과란 경제지표 평가 시 기준시점과 비교시점의 상대적인 수치에 따라 그 결과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년동월 대비 농산물 가격을 보면 2017년과 2018년은 13.5%와 9.3% 각각 상승했으나 올해는 11.4% 하락했다.

폭염이 심했던 지난해와 달리 양호한 기상여건으로 인해 올해 농축수산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기저효과가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8월에는 국제유가도 내리면서 소비자물가지수가 사실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됐다.

통계청은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 상황이 2∼3개월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출처= 통계청]
주요 부문 등락률 추이. [출처= 통계청]

 

정부와 한은도 이번 저물가 상황이 수요 측 요인보다는 공급 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며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정책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우리나라의 저물가 상황은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한 것은 농·축·수산물, 유가 등 공급 측 요인의 기저효과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연말부터는 기저효과가 완화돼 0% 중후반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를 품목성질별로 보면 정부의 설명이 어느정도 납득이 간다.

 

[출처=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주요 등락률 추이. [출처= 통계청]

 

기상여건이 양호한 가운데 농산물 생산량이 늘어나 농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11.4% 낮아졌고, 전체 물가를 0.53%포인트 끌어내렸다.

축산물 가격은 2.4%, 수산물은 0.9% 떨어지면서 전체 농·축·수산물 물가는 7.3%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한시 인하 등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도 6.6% 내렸다. 이는 전체 물가를 0.30%포인트 끌어내렸다.

기재부에 따르면 공급 측 요인이 8월 물가상승률을 0.74%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농·축·수산물 -0.59%포인트, 국제유가 -0.15%포인트)으로 작용했다. 또 유류세 인하와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무상급식과 같은 복지 확대 등 정책요인도 8월 물가상승률을 0.20%포인트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출처= 통계청]
지출목적별 등락률 및 기여도. [출처= 통계청]

 

반면, 개인서비스 등 기타 품목이 가격 상승세를 지속하며 8월 물가상승률을 0.92%포인트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공급 측·정책요인을 상쇄하며 결과적으로 0% 물가 수준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직은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사실상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더욱 더 심화돼 연말에도 소비자물가가 플러스로 돌아서지 않는다면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은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계속 마이너스였고 상당히 악화해 사실상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경기가 나쁘면서 물가가 떨어진 거라 디플레이션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괄적으로 경기에 대해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재정과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고 기업 비용이 올라간 것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식적 지표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되면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공급 측면 요인이 주된 요인이라도 폭이 크거나 지속한다면 디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출처= 한국은행]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지출. [출처= 한국은행]

 

정부는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소비자물가가 0%대 중후반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더 짙어진다면 물가상승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미중 무역분쟁이 소비와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으로 한국 상품 수출액이 1% 감소할 때 민간 소비는 0.15% 줄고, 소비자 물가는 0.06%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상품 수출액이 3% 감소하는 시나리오에서는 민간소비는 0.45% 감소하고, 소비자물가도 0.17%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3일 한국은행이 공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전기 대비 성장률 잠정치는 종전의 속보치(1.1%)보다 0.1%포인트(p) 하향조정된 1.0%를 나타냈다.

 

[출처= 한국은행]
국민총소득, 디플레이터, 저축률 및 투자율. [출처= 한국은행]

 

국가경제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가리키는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4분기(-0.1%), 올해 1분기(-0.5%)에 이어 2분기에도 -0.7%를 나타내는 등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GDP로 나누어 사후적으로 계산하는 값으로, 생산자물가지수나 소비자물가지수와 함께 국민 경제 전체의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저물가' 함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는 경제 지표가 동시에 터져나온 셈이다.

이 때문에 ‘D의 공포’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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