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칼럼] 경제를 버리는 정치와 살리는 정치
[ME칼럼] 경제를 버리는 정치와 살리는 정치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9.09.20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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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요즘 우리 경제가 버려지고 잊힌 자식 같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이 18일 부산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정부와 정치권에 각종 법과 제도의 개정을 촉구하며 이같이 토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 회장은 "요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모두가 총력 대응을 해도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상황인데 경제 이슈를 놓고 제대로 논의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며 "경제가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답답함을 털어놨다고 한다.

 

​20대 국회는 극심한 여야 대치로 올해 상반기 내내 파행을 거듭해 저조한 입법 성과를 보였다. 이 때문에 돈만 받고 '노는 국회'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 메가경제DB]​
​20대 국회는 극심한 여야 대치로 올해 상반기 내내 파행을 거듭해 저조한 입법 성과를 보였다. 이 때문에 돈만 받고 '노는 국회'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 메가경제DB]​

 

박 회장은 “통상임금,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제도 등은 기업들에 단기간 내에 원가 압박 요인이 되고 있고, 각종 규제로 인해 손발이 묶인 상황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지만 정치는 끝없는 대립의 연속"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 파행의 주된 이유인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도, 경제단체장으로서도 조 장관에 대해 언급하긴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한 뒤 "이 이슈가 아니더라도 20대 국회 들어와서 제대로 열린 적이 있느냐. 국회 전체가 계속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국회를 거듭 비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국회에서 벤처·신사업과 관련해 여야 쟁점이 없는 법안들 만이라도 우선적으로 통과시켜 달라"고 20대 국회에 부탁했고, 정부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젊은 기업들에 많은 재원을 배분하도록 정책 인센티브 구조를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여야 3개 교섭단체는 지난 2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정기국회 일정을 합의했다. 회기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9월 1일부터 12월 9일까지 100일간이다. 그러나 개원 3주가 다 돼 가지만 조국 장관 사태라는 블랙홀에 빠져 국회는 보이지 않고 장외 난타전만 난무하고 있다.

법과 제도를 바꿔서 경제의 물꼬를 빨리 터줘야 하는데 날새는 줄 모르는 정쟁에 산적한 법률안 심사 등은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여론의 반대가 강한 데도 조국 장관을 임명해 논란을 자초한 정부와 여당이나, 연일 조국 장관 사퇴와 정부 비판에 매달리느라 국회 일정을 제쳐두고 있는 야당이나 국민들을 나몰라라 하고 국가 경제를 외면하기는 매 한가지다.

20대 국회는 지난 4월 선거제 개혁안 및 사법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국면에서 '동물국회'를 재연하는가 하면 저조한 법안 처리율 등으로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쓴 상태다.

이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치로 마지막 정기국회마저 초반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 국회사에 길이 남을 ‘무능한 국회’로 남을 가능성이 현저해졌다.

정치인들은 말만 꺼내면 국가와 국민을 위하고 나라와 경제를 걱정한다. 하지만 막상 그들의 행태를 보면 도무지 무엇이 진정 국가와 국민, 나라 경제를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여나 야나 할 것 없이 내년 4월로 다가온 선거밖에 보이지 않는 듯하다.

예부터 선조들은 ‘중용’을 중시했건만 현재 정치권은 진영 논리에 휩싸인 채 상대편 헐뜯기만 바쁘다. ‘정치’는 없고 ‘정쟁’만 있고, ‘국민’은 없고 ‘내 편’만 있는 형국이다.

현재 국회에는 경제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표류중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 확대와 관련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 결정 이원화 등 결정구조 개편을 담은 최저임금법, 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기간을 30일로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화학물질관리법, 도서벽지 원격의료 허용과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를 담은 서비스발전 산업법,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 공제율 확대 등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등 경제 현안을 풀 수 있는 법안들이 하릴없이 대기 중이다.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 특별법, 국가연구개발혁신 특별법 등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련 법안들도 급하다.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이 지난 18일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가 열린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박 회장은 경제는 뒷전인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에 대한 쓴소리를 했다. [사진= 연합뉴스]

 

‘30.5%’.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힌 20대 국회 법안처리율이다. 한마디로 ‘노는 국회’의 전형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살림과 국가 경제를 위한 민생입법·경제입법이 이루어졌을 리 만무하다.

더미래연구소의 김지연 연구원이 지난 2016년 19대 국회 임기종료 후 펴낸 19대 국회 입법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 법안 처리율은 16대 62.9%, 17대 50.4%, 18대 44.4%, 19대 41.7%였다. 법안처리율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은 추세선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불법이나 부당함을 모른 척하고 넘어가라는 얘기가 아니다. 잘잘못이 있으면 법대로 절차대로 따지면 될 일이다. 국민은 삶에 쪼들리고 국가 경제는 조마조마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해야할 우선 순위는 명약관화하다.

여든 야든, 말뿐인 ‘민생’과 ‘경제’가 아니라 진정으로 일반 국민과 기업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아무리 정치가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지만 참된 정치는 국민을 이롭게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는 입법, 사법, 행정이 온통 뒤섞여 제 무늬를 구별하기 힘든 느낌이다. 여기에다 ‘내 편’ 아니면 모두 ‘적’만 존재하는 인상이다.

각자의 본분을 깨닫고 자신의 책무가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싸움을 해도 정해진 경기장 안에서 룰대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끊임없이 불상사만 생기고 상대에 대한 적개심은 커지기 마련이다 .

균형과 견제는 서로 윽박지르는기만 해서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때로는 상대방을 칭찬할 줄도 알아야 비판이 제기능을 발휘한다.

진정 일반 국민과 기업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길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참된 길인지 정치권은 말이 아닌 행동, 싸움이 아닌 이해, 겁박이 아닌 설득, 논쟁이 아닌 입법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나 장차 국가와 후손에게 죄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 굳이 과거 미국 대통령 선거의 승리를 이끌었던 화두가 아니더라도, 여든 야든 정쟁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민생과 기업의 곳간을 채워줄 수 있다는 분명한 비전과 실천력을 보여주는 쪽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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