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탐구] 현대차그룹, 앱티브와 합작법인 정공법 "자율주행 '개척자' 퍼즐 맞췄다"
[트렌드탐구] 현대차그룹, 앱티브와 합작법인 정공법 "자율주행 '개척자' 퍼즐 맞췄다"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9.09.24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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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앱티브, 40억달러 가치 합작법인 지분 각각 50% 확보
내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국내에 연구거점 추가 운영
레벨 4∼5 수준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 2022년까지 상용화
'단순협업' 넘어 합작법인 설립…글로벌 자율주행업계 지각변동 예고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퀀텀점프(Quantum Jump)’는 ‘양자(Quantum)'가 어떤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급속도로 뛰어오르는 것을 의미하는 물리학 용어로, 최근 산업에서는 혁신을 통해 기존 환경의 틀을 깨고 대도약을 하는 창조적 기업을 일컫곤 한다. 그래서 퀀텀점프란 말은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을 기술하는데 사용하기는 좀처럼 힘든 용어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이 ‘퀀텀점프’라고 할 만한 ‘대약진’이 가능한 자율주행 합작법인 설립계획을 전격 발표해 국내는 물론 전세계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인 앱티브(APTIV)와 손잡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에서 ‘추격자’ 입장에서 ‘개척자’로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양사 주요 경영진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합작법인(조인트벤처, JV)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을 통해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총 40억 달러(약 4조7천800억원) 가치의 합작회사 지분을 각각 50%씩 갖게 된다.

 

[사진=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이 세계적 자율주행 기술 기업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사진= 연합뉴스]

 

앱티브는 제너럴모터스(GM)의 계열사였던 부품업체 델파이가 2017년 분할하면서 사명을 바꾼 차량용 전장부품과 자율주행 전문 기업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사를 두고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해 있다.

앱티브는 인지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컴퓨팅 플랫폼, 데이터 및 배전 등 업계 최고의 모빌리티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오토모티브뉴스가 발표한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부품 공급사 순위에서는 20위를 기록했지만, 차량용 전장부품만 공급하는 업체 순위로는 세계 선두권이다.

앱티브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15조9천억원, 영업이익은 1조6천억원이었고, 시가총액은 27조4천억원 규모다.

글로벌 업계에서 자율주행 개발을 위한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세계적인 완성차업체와 자율주행 기업이 별도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현대차그룹이 협업을 넘어 막대한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단순 공급받을 경우 근본적인 자율주행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사진= 연합뉴스]
현대자동차의 넥쏘 자율주행차. [사진=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기술의 복잡성과 고난도를 고려하면 다양한 정보와 부품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자율주행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인지와 판단, 제어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구성된다. 이런 세 가지 과정이 원활하게 수행되려면 각종 하드웨어와 연계해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필수적이다.

구글 등 ICT 기업들이 자율주행 개발에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도 이들이 이같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앱티브는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선두권 업체이면서도 지금까지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는 지분 투자 등 적극적인 협업 구도를 갖춘 적이 없다는 것도 합작회사 탄생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합작법인에,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현금 16억 달러(약 1조9100억원)와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적재산권 공유 등 4억 달러(약 4800억원) 가치를 포함해 모두 20억 달러(약 2조3천900억원) 규모를 출자한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여명에 이르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 등을 합작법인에 출자한다.

합작법인의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두고, 앞으로 설립 인허가와 관계 당국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에 최종 출범할 예정이다. 사명은 설립 시점에 확정한다. 이사회 동수 구성 등 양측이 공동경영 체계를 갖추되, 최고경영자(CEO)는 칼 이아그네마 현 앱티브 자율주행사업부 사장이 맡을 예정이다.

자율주행은 자동차 제조업은 물론, 모빌리티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미래차 분야의 최상위 혁신 기술로 꼽힌다.

 

[사진= 연합뉴스]
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를 시승한 모습.  [사진= 연합뉴스]

 

궁극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도시 전체 공유차량에 적용되는 단계까지 발전하게 되면, 고객에게 완벽한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자율주행 이동수단서비스가 실현될 전망이다.

운전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차량 이동 중에도 모든 탑승자가 시간을 여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교통사고 감소와 에너지 절감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은 통신, 인공지능, 센서 등 첨단 기술과의 융합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합작법인은 세계 5위 수준의 완성차 양산 기반을 갖춘 현대차그룹과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진 앱티브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할 참이다.

이날 양사는 “더욱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연결성과 접근성을 극대화하는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고 인간중심에 기반하는 완벽한 ‘이동의 자유(Freedom in Mobility)’를 실현해 고객가치를 높이겠다는 공동의 목표에 따른 것”이라고 자율주행 기술 전문 합작법인 설립의 배경을 설명했다.

신설 합작법인은 전 세계 자동차업체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공급을 목표로, 레벨 4 및 5 수준의 가장 안전하고 최고 성능의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다. 

자율주행 0~5단계 중 레벨 4는 특정 주행모드에서 시스템이 차량 제어를 전부 수행해 운전자가 해당 모드에 개입이 필요없는 '고등 자동화' 단계이고, 레벨5는 모든 주행 상황에서 시스템이 차량 제어를 전부 수행하는 '완전 자동화' 단계를 말한다. 

2022년까지 완성차 업체와 로보택시 사업자 등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사진=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하고 자율주행을 비롯한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설명했다. [사진= 뉴욕/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의 이번 신설법인 설립 결정은 그룹의 글로벌 포지셔닝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빅픽처의 퍼즐을 맞췄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정의선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미래 '게임체인저'로 거듭나기 위한 과감한 행보를 이어왔다. 그런 만큼 이번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설립은 그 결정판이라고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차량 설계와 제조,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분야의 역량과 앱티브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분야 최고 기술력이 합쳐지면 기술 개발 시너지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양측은 전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율주행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현대차그룹의 역량이 결합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케빈 클락 앱티브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파트너십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비롯한 차량 커넥티비티 솔루션, 스마트카 아키텍처 분야 앱티브의 시장 선도 역량을 보다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플랫폼의 상용화를 앞당기기에 최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자율주행과 전기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시대가 이미 열린 상황에서 전통적 완성차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이번 중대 결정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을 앞당길 것으로 보여 큰 반향이 예상된다.

 

지난 5월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EV 트렌드 코리아 2019'의 현대자동차 부스에 전시된 수소전기자동차 '넥쏘'의 모습.  [사진= 메가경제 DB]
지난 5월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EV 트렌드 코리아 2019'의 현대자동차 부스에 전시된 수소전기자동차 '넥쏘'의 모습. [사진= 메가경제 DB]

 

현대차그룹은 최근의 생태계 변화에서 다소 뒤처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내비건트 리서치가 평가한 순수자율주행 기술 3위인 앱티브와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하면서 '퀀텀 점프'가 가능해질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기아차는 내연기관차는 물론 순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을 합작법인에 공급해 원활한 자율주행 연구와 도로 주행 시험을 지원하기로 했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가 결합된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합작법인 설립 이후 기존에 앱티브가 펼치던 로보택시 시범사업에도 현대·기아차 차량으로 대체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앱티브 자율주행사업부가 운영하던 기존 연구거점들은 신설 합작법인에 그대로 남게 되며 추가로 국내에도 연구거점이 신규 설립된다. 이에 따라 국내 자율주행 기술력도 '퀀텀 점프' 수준의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점도 고무적이다.

현대차그룹은 또한, 5G 통신과 인공지능 등 국내 관련 산업과의 협업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면서 4차 산업혁명과 고부가가치 산업의 동반 성장을 이끌 것으로도 내다봤다.

이처럼 앱티브와의 합작은 현대차그룹이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진화하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정의선 수석부회장 취임 이래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게임체인저’ 행보가 앞으로 어떻게 완성돼갈지, 현대차그룹이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개척자’로서 어떤 퀀텀점프를 할지,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설립은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를 제공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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