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론] 파주·김포·연천 예방적 살처분과 양돈농가의 이유있는 호소문
[메가시론] 파주·김포·연천 예방적 살처분과 양돈농가의 이유있는 호소문
  • 류수근
  • 승인 2019.10.05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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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차단을 위해 집중적으로 ASF발생한 파주와 김포시의 모든 돼지를 없애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발표한지 사흘째가 됐다.

이틀째인 4일에는 파주와 연천 일부 농장들이 보상 현실화 등을 요구하는 입장문과 호소문을 잇따라 발표했다.

정부는 5일 이같은 일부 양돈농장의 반발에도 해당 지역의 사육돼지를 수매하거나 예방적 살처분을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생존권 위협에 처한 양돈농가의 입장이나 돼지열병의 확산을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정부의 입장이나 모두 납득이 가는 상황이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4일부터 8일까지 파주시와 김포 시내 ASF 발생농장 반경 3㎞ 밖 돼지에 대해 수매와 예방적 살처분을 추진 중이다. 해당 지역 내 돼지에 대한 ‘전량 선(先) 수매 후(後) 예방살처분’ 조치다.

 

4일 경기도 파주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양돈농가에서 방역당국이 살처분을 마친 뒤 잔존물을 태우며 농장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4일 경기도 파주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양돈농가에서 방역당국이 살처분을 마친 뒤 잔존물을 태우며 농장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돼지고기용으로 도축하든가, 아니면 예방적 살처분을 벌여 해당 지역 내 돼지를 한 마리도 남기지 않겠다는 조치다. 강화군이 돼지 4만3천여 마리에 대한 살처분 결정을 내린 데 이은 두 번째 특단의 조치다.

수매대상 돼지는 5개월 이상 사육해 식용으로 출하 가능한 돼지로, 농가에서 사전 정밀검사를 거쳐 이상이 없는 경우 도축장으로 출하를 허용하고 도축장에서 다시 임상‧해체 검사를 거쳐 안전한 돼지만 도축 후 비축하는 절차를 진행중이다. 다만, ASF발생농가 반경 3km 내의 기존 살처분 대상 농가는 수매대상에서 제외된다.

수매되지 않은 나머지 돼지 전량에 대해서는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한다.

농식품부는 파주와 김포에서 3㎞ 예방적 살처분 대상 돼지를 제외하면 관내 돼지 수가 6만 마리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연천군의 경우 발생농장 반경 10km 내 양돈농가 대상 수매와 예방적 살처분을 조속히 논의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비육돈 농장이 수매에 응한다는 가정아래 파주와 김포 돼지 수매 비용이 95억원가량, 살처분에는 112억원가량이 각각 들어 수매·살처분 비용이 총 20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예방적 살처분 조치와 관련, 4일 대한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는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선량한 한돈농가들이 생업의 준폐위기에 놓였습니다”라며 경기북부 ASF 돼지 선(先) 수매·후(後) 예방살처분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대한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 입장문. [출처= 대한한돈협회 홈페이지]
대한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 입장문. [출처= 대한한돈협회 홈페이지]

 

협의회는 “경기 파주와 김포, 그리고 연천 일부지역 내에 있는 모든 돼지를 대상으로 선(先) 수매, 후(後) 예방살처분 정부방침에 대한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 한돈농가들은 응할 수 없음을 강력히 호소하는 바이다”라고 입장문을 시작했다.

이어 “정부의 이번 조치로 모든 돼지들을 예방적 살처분할 경우 농장들은 재입식 전망조차 어려워 폐업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고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해당지역 농가들과의 어떠한 상의 없이 ‘사형선고’와도 같은 일방적인 정책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는 농가에 동의 없는 정부의 이러한 조치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동의한 농가에서도 살처분 농가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책이 먼저 제시되어야 함을 밝혀둔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아무리 긴급한 상황임을 고려해도, 해당농가의 무조건적인 동참은 있을 수 없으며, 반드시 해당농가들에게 동의가 있어야하며 동의한 농가들에 대한 수매, 예방살처분에 따른 보상은 물론 재입식 제한 기간 동안에 일어나는 소득 손실 보장대책이 반드시 제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경기북부 ASF 돼지수매·살처분에 대한 한돈인의 요구사항”이라는 전국 한돈농가 일동 명의의 호소문도 발표됐다.

돼지열병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사실상 마지막 수단인 특단의 조치를 꺼내든 정부로서도 백신이 전혀 없는데다 발생빈도가 잦아지는 상황에서 좌고우면할 시간이 많지 않을 터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현황. [그래픽=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현황. [그래픽=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달 17일 파주시에 처음으로 확진된 이후 이달 3일까지 총 13건 발생했다. 파주시와 인천 강화군이 각 5건, 김포시가 2건, 연천군이 1건이다.

4일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들어온 인천 백령도 양돈농장 새끼돼지 폐사는 정밀검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방역상황 점검 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농가로부터 신속하게 돼지 수매 신청을 받고, 출하 전 정밀검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양돈농가의 반발에도 "수매 살처분 결정이 난 이후 양돈 농가가 방역 조치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지도하고 수매와 살처분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매몰지 등 필요한 준비를 미리 해달라"고 지시했다.

김 장관은 6일 오전 3시30분 해제되는 경기도, 강원도, 인천시의 돼지 일시이동중지명령에 대해서도 "도축장은 정밀검사에서 이상이 없을 경우에만 개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진강과 한탄강 등 하천 주변과 인근 도로, 강화와 김포 해안가 등 접경지역과 태풍으로 많은 비가 내린 지역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소독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가 파주와 김포 나머지 지역의 돼지 6만 마리를 모두 수매해 도축하거나 살처분하게 되면 이번 ASF 사태로 목숨을 잃는 돼지 수는 무려 20만 마리를 넘어설 전망이다. 돼지열병 확산 이전인 8월 말 현재 국내 돼지 사육 두수 1227만 마리의 약 1.6%에 해당한다.

예방적 살처분이 모두 완료되면 파주와 김포 등의 양돈농장이 언제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그 시기를 전망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양돈농가 관계자들은 남은 돼지를 수매해 예방적 살처분을 하려면 사전 동의와 함께, 현실적인 보상과 재입식 보장, 생계비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폐업이 불가피한 농가가 생긴다면 현실적인 폐업 보상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농식품부 관계자는 "추가 발생이 없을 경우 마지막 발생 살처분 매몰 후 30일이 지나면 이동 제한이 해제되고 그때부터 40일간 소독 세척하는 등 양돈을 재개하기 위한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농장에서 방역 조치가 제대로 안 되면 기간이 연장된다"면서 "현재로서는 재입식을 위한 기간이 얼마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이미 발생한 지역인 파주·김포·연천·강화의 집중방역 벨트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게 정부의 최우선 방책일 수밖에 없다. 서울 이남으로 확산한다면 향후 그 피해를 가늠할 수 없고 한국양돈농가 전체와 소비시장에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피해 양돈농가의 피끓는 하소연에 귀 기울이고 안정대책을 강구해야할 필요가 있다. 애지중지하던 돼지를 잃고 난 당장의 상실감과 금전적 피해만이 아니라 과연 언제나 예전처럼 평화롭게 농장을 가꾸며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는 절망감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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