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탐구] '완판 행렬' 갤럭시폴드가 시장의 진정한 '퍼스트 무버'가 되는 길
[트렌드탐구] '완판 행렬' 갤럭시폴드가 시장의 진정한 '퍼스트 무버'가 되는 길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9.10.11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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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다른 기업보다 새로운 산업이나 제품 영역에 먼저 뛰어들어 최초로 제품을 출시한 기업을 말한다. 이 용어는 경제 전략의 오랜 주제 중 하나이면서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전례없는 신산업의 일대 전환기에도 가장 멋지게 어울리는 화두다.

차세대형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의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는 용어이기도 하지만 이미 세계적인 위상을 지키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불가결 조건이 되고 있다.

개척자인 ‘퍼스트 무버’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상대적인 개념이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2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센터에서 진행된 ‘삼성 갤럭시 언팩 2019’에서 삼성전자 IM부문장 고동진 사장이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은 단기간에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효율성 중심의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주효하며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고 오늘날의 정보통신(IT) 강국을 있게 했다. 하지만 전세계 7번째로 ‘30-50클럽’에 든 한국은 이제 추격자의 입장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미국과 함께 G2로 성장하며 당당히 세계경제의 패권경쟁에 뛰어든 중국은 한국을 더 이상 패스트 팔로워 강국으로 남아있도록 가만 놔두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추격자에서 개척자로 거저 바뀔 수는 없다.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분야 곳곳에서 퍼스트 무버 전략을 착실히, 그러면서도 도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퍼스트 무버는 왜 중요할까? 경쟁자보다 시장에 먼저 진입해 제품을 출시하면 그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 표준을 설정하고 연관된 산업의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 바로 ‘기술적 리더십’을 갖춘 퍼스트 무버 기업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퍼스트 무버 전략이 대중의 삶과 밀접한 산업 분야에서 성공한다면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2010년대 정보통신(IT) 산업을 선도하는 스마트폰 영역이 그 대표적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천재사업가 스티브 잡스가 주도한 애플의 아이폰은 퍼스트 무버로서 스마트폰의 ‘폼팩터’를 선도하며 글로벌 산업과 생활의 생태계를 주도했다. 우리나라는 아이폰이 만들어낸 놀라운 신천지에 합류하기 위해 ‘패스트 팔로워’로서 숨가쁘게 달려왔다. 

하지만 퍼스트 무버로서의 기술적 리더십에는 미치지 못해 추격자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퍼스트 무버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는 존재가 있다. 바로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삼성전자 제공]

 

지난달 6일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내에서 출시됐으니 이제 나이가 갓 한 달이 겨우 지난 새로운 스타일의 스마트폰 폼팩터(하드웨어의 크기와 형태)다.

하지만 갤럭시폴드를 손에 쥔 소비자들의 호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초도물량이 매우 적은 이유도 있지만 출시되기가 무섭게 완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는 물론 2차로 출시된 영국,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등 4개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

갤럭시폴드는 반으로 접었다 펼 수 있는 폼팩터를 구현한 제품이다. 접었을 때는 4.6인치 크기의 스마트폰이지만 펴면 7.3인치의 태블릿이 된다.

갤럭시폴드가 세상에 첫 폼팩터의 자태를 드러낸 것은 지난 2월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9’에서였다. 이어 4월 12일에는 미국에서 예약 판매 1만대가 완료되며 기대에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4월23일 삼성전자는 글로벌 출시의 잠정 연기를 발표했다. 정식 출시 예정일인 26일을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 5월 중으로 잡혀 있던 유럽과 한국의 출시일정도 자연히 연기됐다.

잠정 연기 당시만 해도 “수주 안에 출시 일정을 다시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혀 출시일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갤럭시폴드가 정식 출시된 것은 4개월이 훨씬 넘어서였다.

4월말 미국 출시를 앞두고 미국 언론 등에 리뷰용 갤럭시폴드 수십 대를 제공했는데 여기서 화면 결함이 발생하자 정밀 분석에 들어가면서 무기한 출시연기에 들어갔던 탓이다.

 

[사진= 연합뉴스]
삼성 갤럭시 폴드 결함과 보강 내용. [그래픽= 연합뉴스]

 

화면 보호막을 제거해 디스플레이가 손상되거나, 접히는 부분(힌지)의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 힌지와 디스플레이 틈 사이로 이물질이 들어가 손상을 일으키는 경우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선도자가 만들어놓은 길을 열심히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워와 달리 퍼스트 무버는 남들이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앞서 나가야 한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한다고 해도 앞날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완벽하게 예상해 대처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갤럭시폴드는 퍼스트 무버로서의 성공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첫 관문부터 뜻밖의 대형 장애물을 만나며 실감했다.

삼성전자는 당장의 명성에 흠집이 나더라도 앞날의 더 큰 신뢰를 택했다. 리뷰어들의 비판을 받아들여 문제를 시인하고 출시를 연기하고 보완에 들어갔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지난 7월 유럽 매체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갤럭시폴드의 스크린 결함 문제와 관련해 "당혹스러웠다. 갤럭시 폴드가 준비되기 전에 밀어붙였다"고 좀 더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한 실수를 인정했다.

고 사장은 "폴더블폰에서 무언가를 놓쳤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회복하고 있다"며 "리뷰어들 덕에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이슈들까지 점검했다. 현재 2천개가 넘는 단말을 테스트 중"이라고 말했다.

 

갤럭시폴드 접기 테스트 장면.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IT매체 씨넷의 갤럭시폴드 접기 테스트 장면.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4월 잠정 연기 당시 미국 리뷰어가 문제를 제기한 방식 중에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들도 있었다. 과연 “애플이면 그랬겠냐”며 너무 심한 생트집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리뷰어의 비판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냉정하게 받아들였다.

충격에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힌지 상·하단 부분에 보호 캡을 새로 적용해 내구성을 강화하고, 힌지 구조물과 갤럭시 폴드 전·후면 본체 사이 틈을 최소화했다.

접었다 펴는 폴더블폰의 특성상 아예 모든 틈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틈 사이로 이물질이 들어가더라도 디스플레이를 보호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뒷면에 새로운 메탈 층을 추가했다.

삼성전자는 잠정 연기 후 130여 일이 지나 보완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고객들에게 최고의 제품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갤럭시폴드를 개선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갤럭시폴드는 국내에서 240만원에 근접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파는 형국이다. 중고폰 가격은 프리미엄까지 붙었다고 전해진다.

사용자들의 후기를 보면 사소한 문제들은 지적하지만 대체로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현재의 추세라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명품 반열에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갖지 못한 소비자들로서는 이른 시일 안에 꼭 갖고 싶은 아이템이 되고 있다.

물론 아직 아쉬움도 있다. 최근 미국의 IT매체 씨넷은 20만 차례까지 접었다 펼 수 있다는 삼성의 주장에 훨씬 못 미친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유큐브로 중계된 내구성 테스트에서 갤럭시폴드가 연속해서 접었다 펼친 횟수가 12만 차례에 도달했을 때 손상됐다는 것이다.

아직 시장에 내놓은 물량이 적어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스마트폰 폼팩터의 새로운 퍼스트 무버로서 안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2월 27일 화웨이의 월리 양 프로덕트 마케팅 디렉터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19에서 자사 첫 폴더블폰 '메이트X'의 실물을 일부 기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갤럭시폴드가 새로운 스마트폰 폼팩터의 진정한 퍼스트 무버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시장의 선발 진입에만 그쳐서는 새로운 시장을 키우거나 지배력을 확보하는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시장을 얼마나 의미 있는 대중시장으로 키워내며 지배력을 확장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글로벌 산업의 역사에서 신시장에 먼저 진입하고서도 패스트 팔로워에게 따라잡혀 대중화 경쟁에서 추월 당한 퍼스트 무버의 사례들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결국 진정한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고객으로부터 그 제품의 혁신적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물론, 변화무쌍한 소비자의 욕구를 지속적으로 충족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 ‘First Mover 전략의 핵심은 역동성’(김국태·허지성, 2013)은 “고객 입장에서 본다면 누가 먼저 제품을 출시했든, 누가 시장을 키워냈는지 하는 것은 사실 그다지 중요치 않다”며 “에디슨이나 애플처럼 한 발 늦게 제품을 내놓더라도 자신들의 현재 삶을 바꿀 만큼 큰 혁신적 가치를 제공받았다면 그 기업을 퍼스트 무버로 기억할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백열전구를 맨 먼저 발명한 사람은 에디슨이 아니라 조셉 스완이었고, 가장 먼저 세상에 나온 MP3플레이어와 스마트폰은 한국의 엠피맨과 IBM의 사이몬(Simon)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폰을 최초로 여기는 식이다.

이 보고서는 또 “최선의 대응은 지키는 마켓리더가 아닌, 움직이는 마켓리더를 지향하는 것이다. 세상을 바꿀 만한 자신만의 혁신적 가치를 찾아 지속적으로 새로운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시장 지배자라도 새로운 시장 공간을 계속 창조해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일시적 독점에서 오는 경쟁우위를 반복해서 누리는, 히트 앤드 런(Hit & Run) 식의 ‘역동적인 퍼스트 무버’를 지향하는 것이 21세기 창조경영 시대에 적합한 전략이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애플의 '두 번 접기' 특허. [출처= 미 특허청 홈페이지]

 

미국의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 서플라이 체인 컨설턴츠(DS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3년 전세계 폴더블 패널 출하 대수는 688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출하 전망치(36만대)의 191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앞으로 4년간 연평균 272%씩 증가하는 셈이다.

적용 기기별로는 스마트폰 패널이 올해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전체 출하 대수의 77%를 차지하고, 태블릿PC와 노트북PC 등이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폼팩터별로는 수평축을 중심으로 화면이 위·아래로 접히는 '클램셸(Clamshell)' 타입이 내년부터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며, 갤럭시폴드와 같은 '인폴딩(in-folding)'과 바깥쪽으로 접히는 '아웃폴딩(outfolding)'의 순으로 전망했다.

이는 갤럭시폴드로 문을 연 폴더블폰 시장이 앞으로 확장하면서 여러 형태로 변화무쌍하게 진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역동성’ 없는 퍼스트 무버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이런 시장성을 미리 내다보고 삼성전자도 일찍부터 움직이고 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유럽특허청(EUIPO)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갤럭시 폴드 후속작으로 보이는 특허 여러 개를 등록했다. 이 중 하나는 클램셸 형태이고, 또 하나는 갤럭시폴드처럼 수직으로 접히는 방식으로, 펼치면 8인치 디스플레이가 되는 제품이라고 한다.

갤럭시폴드와의 첫 경쟁작도 머지않아 출시될 예정이다. 중국 화웨이의 폴더블 스마트폰인 메이트 X가 언제 나올지 미정이지만 이르면 이달 중에 글로벌 출시가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삼성은 샤오미와도 경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의 폴더블폰은 가격이 999달러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애플도 내년에는 이 경쟁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한 발 늦게 폴더블폰에 뛰어드는 애플은 특히, '두 번 접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래저래 갤럭시폴드가 촉발한 폴더블폰 퍼스트 무버 전쟁이 본격 라운드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갤럭시폴드가 진정한 퍼스트 무버로서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갤럭시폴드의 성공 여부는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전반적인 수정을 요구받고 있는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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