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아비 아머드 알리 총리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담긴 함의(含意)
[기자의 눈] 아비 아머드 알리 총리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담긴 함의(含意)
  • 김기영 기자
  • 승인 2019.10.13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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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아비 아머드 알리(43) 에티오피아 총리가 100번째 노벨평화상의 영예를 안으면서 이 상의 제정 취지에 대한 관심과 함께, 그의 평화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벨평화상은 노벨상 6개 부문 중 유일하게 스웨덴이 아니라 노르웨이 정부가 수여 주체가 된다. 노벨상을 창설한 알프레드 노벨의 유지를 받들어, 스웨덴과 노르웨이 양국의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며 노르웨이 국회에서 임명한 5명의 위원회에서 수상자가 선정된다.

노벨평화상은 국가 간 우호관계나 군비 삭감·폐지, 평화회의 개최·추진 등에 기여한 인물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정치 상황의 영향을 받기 쉬워 제1·2차 세계대전 시기 등 수상자가 없었던 적도 있었다.

 

[사진= 연합뉴스]
201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 [사진 출처= 노벨상 공식 트위터]

 

단체에도 수여된다는 점은 다른 노벨상과 가장 차별화된다. 특히, 수상 전의 업적만이 아니라 수상 후 정치적 평화 행보를 유도하는 목적으로 수여되기도 한다.

의학생리학, 물리학, 화학 등 과학 부문 3상은 일정 기간을 거쳐 업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에 근거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노벨평화상은 현재 진행형의 일에 관련된 인물도 수상대상이 된다.

이러다 보니 매년 수상자 선정과 관련해 위원들에 대한 로비활동과 같은 정치적 동기가 개입될 수 있어 선정 결과에 대해 논란이 종종 일어난다.

정치색이 강하다 보니 선정 직후부터 이해가 충돌하는 세력이나 국가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하고, 이후 수상자의 성향이 바뀌면서 세계를 실망시켜 수상 취소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노벨평화상의 일부 수상자는 전쟁을 조장했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취한 적도 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머드 알리 총리를 201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아비 총리는 노벨평화상의 100번째 수상자여서 의미를 더했다.

 

'노벨평화상'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 약력. [그래픽= 연합뉴스]

 

노벨위원회는 "평화와 국제 협력을 위한 노력, 특히 이웃 에리트레아와의 국경분쟁 해소를 위해 결단력 있는 이니셔티브(decisive initiative)를 취한 것과 관련해 노벨평화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아비 총리는 ‘화해’와 ‘평화’를 에티오피아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적극 펼쳐온 지도자다.

젊은 지도자임에도, 과감한 개혁정책과 결단력, 포용적인 태도로 인구 1억명의 에티오피아에 희망을 불어넣으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42세의 젊은 나이로 아프리카 북동부 에티오피아 총리에 취임한 그는 과감한 개혁 조치로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우뚝 섰다.

특히, 20여년 간 국경분쟁을 벌여온 에리트레아와의 화해를 이끌어내며 올해 노벨평화상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됐다.

에리트레아는 에티오피아에 합병됐다가 30년에 걸친 투쟁 끝에 1993년 독립한 나라다. 국경을 둘러싼 전쟁으로 양국에서 7만명이 넘는 인명이 희생됐다.

아비 총리는 취임 3개월만에 에리트레아와의 화해와 종전을 이끌어내며 ‘적대 관계’를 종식시켰다.

 

2018년 7월 14일 아비 아머드 알리 총리(가운데 오른쪽)가 아디스아바바 국제공항에 도착한 에리트레아의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대통령을 영접하며 손을 잡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양국 간 화해는 아비 총리가 혼란스러운 정국을 빠르게 안정시키면서 가능했다. 그가 취임할 당시 에티오피아는 전임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전 총리가 반정부 시위로 물러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아비 총리는 취임 후 종족 분쟁과 반정부 시위로 어지러운 에티오피아 정세를 획기적인 개각과 정치범 석방 등 과감한 국민통합 정책으로 돌파했다.

그는 정부의 장관직을 28개에서 20개로 줄이는 한편 그 절반에 여성 장관을 앉혔다. 형식적으로 성비를 맞춘 개각안이 아니라 여성 국방장관 등 요직에 여성들을 임명했다.

국가비상사태 해제, 인터넷·방송차단 해금 등을 통해 국민의 권리도 크게 신장시켰다. 그의 노력 덕분에 에티오피아는 인권탄압국이라는 오명을 점차 씻어내고 있다.

아비 총리는 소말리아와의 화해 무드도 조성했다. 작년 6월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를 방문한 그는 모하메드 압둘라히 모하메드 소말리아 대통령과 만나 양국 관계 개선을 합의했다.

1977년 소말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공하는 등 오랫동안 국경 분쟁을 겪었던 양국 관계 개선에 매우 뜻깊은 일보였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지도. [출처= 구글 맵]

 

아비 총리는 평화 행보를 동아프리카의 제3국으로까지 넓혔다.

올해 3월에는 에리트레아 대통령과 함께 내전의 상처가 가시지 않은 남수단을 찾았다. 남수단의 평화 구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또, 올해 4월에는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의 축출 이후 혼미한 상황이 지속되던 수단에서 권력이양 협상도 중재했다.

이 중재노력은 결실을 봤다. 수단 군부와 야권은 올해 8월 아비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권력이양 협상에 최종적으로 서명했다.

하지만 아비 총리의 개혁은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아 보인다.

언제 어디서 고개 숙일지 모르는 반개혁 세력을 잠재워야 하고, 에티오피아의 오랜 문제인 종족분쟁도 해결해야 한다.

올해 6월 에티오피아 정부는 북부 지역에서 쿠데타 시도가 있었지만 불발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취임 직후부터 일관되게 국민통합을 강조했지만 종족 간 폭력 사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하면서도 "끝나려면 멀었다"고 앰네스키가 강조한 부분을 아비 총리는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앰네스티는 다종족 국가인 에티오피아의 인종 간 긴장 상황을 언급하며 "인권의 전통이 지속하도록 굳히려면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아비 총리의 화해와 평화 노력을 잘 알고 있는 세계 각국은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에 축하를 아끼지 않고 있다.

A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 각국 지도자들이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했다.

 

아비 아머드 알리 총리. [그래픽 출처= 노벨상 공식 트위터 캡처]

 

라이베리아의 조지 웨아 대통령은 "고귀한 위업"이라고 평가했고, 가나의 나나 아쿠포 아도 대통령도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수상자"라고 말했다.

소말리아의 모하메드 대통령도 아비 총리의 수상이 "평화야말로 아프리카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점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것은 평화를 항상 열망하며 안정과 발전을 추구해 온 우리 검은 대륙을 위한 승리"라며, “아프리카에서 모든 분쟁과 불화를 끝내기 위한 우리의 건설적 노력이 계속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도 아비 총리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고위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아비 총리를 "용기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면서 그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것은 "변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한 아프리카 사람들"을 인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28개 EU 회원국은 "아비 총리가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의 뿔'(인도양에 접한 북동 아프리카 지역)에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를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아비 총리는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비 총리는
아비 총리는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비 총리는 "에티오피아는 한국이 그동안 이룬 놀라운 발전상과 한국의 모범사례를 따르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고요한 아침의 나라인 대한민국으로부터 에티오피아가 배울 점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도 아비 총리가 오랫동안 폭력과 분쟁, 가난으로 점철됐던 아프리카 지역에 희망을 만들어냈으며 '아프리카의 뿔' 지역 국가들이 좀 더 평화로운 관계를 갖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국제기구·인권단체들도 그의 수상을 환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양국의 역사적인 화해가 "역내 안보와 안정에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며 "총리의 리더십이 과거로부터의 저항을 극복하고 국민을 제일 우선에 두고자 하는 아프리카 안팎의 국가에 훌륭한 예시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도 "수십년 간 만연한 탄압 이후 아비 총리 행정부가 인권 개혁을 시작하고자 한 작업을 인정해준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노르웨이 난민위원회(NRC)도 성명을 통해 이번 상은 총리 본인뿐만이 아닌, 에티오피아 전체의 승리라고 평했다.

이탈리아에서 난민을 도와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된 에리트레아 출신 무시 제라이 신부도 "그가 한 노력을 생각하면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평화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비싼 상품이다.”

아비 총리는 이날 수상 소식을 접한 직후 가진 짧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노력, 그리고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일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상은 격려와 에너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비 총리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아프리카에서는 2년 연속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지난해는 내전 중 잔인한 성폭행이나 신체 훼손을 당한 여성 수천 명을 치료한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의사 드니 무퀘게에게 수여됐다.

현재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에 대한 노벨평화상 선정은 적절했다는 평가 일색이다. 하지만 취임 후 1년6개월여만 밖에 지나지 않은 아비 총리가 앞으로 가야할 길은 멀다.

"이번 수상이 아비 총리가 민주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제라이 신부의 말은 그래서 남다르게 다가온다.

노벨평화상에는 과거의 업적만이 아니라 앞으로 평화에 대한 가치와 비전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더욱 더 확장해주기를 바라는 희망과 기대감이 배어 있다.

“유언 집행인에 의해 안전한 유가증권에 투자된 재산으로 기금을 만들고, 거기에서 매년 나오는 이자를 지난해에 인류에게 가장 큰 유익을 가져다 준 사람들에게 상금으로 수여해 달라.”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이다. 이에 따라 노벨상은 탄생했다.

일각에서는 노벨이 자신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무기로 사용되는 것에 죄책감을 느껴 재산을 기부하게 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물론 이 말에 대한 확증할 만한 근거는 없다.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그가 자신의 재산을 기증하며 노벨상을 만든 유언의 취지에는 기술의 오남용을 피하고 지속적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자 한 그의 위대한 뜻이 배어있다고 보는 건 타당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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