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이슈] 벤투호, 29년만의 평양 원정길 "쓸쓸한 출발"...그래도 "느낌이 좋다"
[ME이슈] 벤투호, 29년만의 평양 원정길 "쓸쓸한 출발"...그래도 "느낌이 좋다"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9.10.14 0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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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5시30분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H조 3차전을 치른다.

이를 위해 축구대표팀은 1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이날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북한 비자를 받은 대표팀은 베이징에서 하룻밤 묵은 뒤 14일 오후 1시25분 에어차니아 항공편으로 방북길에 오른다.

앞서 축구협회 측은 지난 10일 통일부에 방북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았다.

이번 3차전 평양 원정팀은 손흥민 등 선수단 25명을 비롯해 대한축구협회 임원, 코치진 등 총 55명으로 구성됐다.

 

[사진= 연합뉴스]
평양 원정길에 오르는 한국축구 대표팀이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우리 선수단은 14일 오후 1시30분쯤 평양에 도착해 숙소에 여장을 푼 뒤 김일성 경기장에서 첫 훈련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촉박하게 들어가는데다 운동장 시설도 정확히 알 수 없어 사실상 ‘깜깜이’ 원정경기나 다름없다.

그런 만큼 벤투호가 과제도 다른 경기보다 늘었다.

우선 김일성 경기장의 인조 잔디 그라운드를 극복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표팀 선수들은 인조 잔디 전용 축구화도 준비했다.

인조잔디 구장은 천연잔디 구장과 볼의 바운드가 달라 선수들의 적응이 필요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이번 경기의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벤투 감독은 국내에서 별도의 인조잔디 적응훈련을 하지 않았다. 경기장의 인조 잔디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인조 잔디에서 경기를 뛴 경험들이 있어 적응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5일 29년만에 남자축구 평양 매치가 펼쳐진다. [그래픽= 연합뉴스]
15일 29년만에 남자축구 평양 매치가 펼쳐진다. [그래픽= 연합뉴스]

 

북한의 일방적인 응원도 큰 부담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단 한 명의 붉은악마의 응원도 받지 못한다. 반면 북한은 김일성 경기장을 가득 메울 북한 응원단 5만여 명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며 경기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결은 월드컵 지역 예선이라는 것을 떠나 우리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 경기다. 1990년 10월 11일 남북통일 축구대회 이후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남자축구 대결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결을 앞두고 기대감도 컸다. 북한이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홈경기 개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교착국면인 남북관계의 숨통을 틜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나라의 취재진과 응원단의 방북을 사실상 불허했고 북한의 경기 중계화면 조차 받기 어려울 가능성도 커져 우리로서는 쓸쓸하다 못해 씁쓸한 대결이 예상된다.

앞서 2017년 4월 여자 대표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예선 당시에는 한국 취재진이 평양을 찾아 취재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축구 대표팀의 손흥민이 13일 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앞서 축구협회는 응원단 및 기자단 방북을 북한축구협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선수단을 제외한 인원의 입국 승인은 북한축구협회의 결정 사안이 아니다'라는 북측의 애매한 답변만 돌아왔다.

북한축구협회는 우리 선수단의 방북에만 관여할 수 있고, 응원단이나 기자단 등 민간인의 방북은 북한축구협회의 결정 영역을 넘어서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를 염두에 둔 북한 당국의 결정으로 풀이된다.

미국과의 비핵화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한국을 무시하고 있는 북한이 스포츠의 영역에서조차 같은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의 폐쇄성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월드컵은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축구 대제전이다. 아무리 예선전이라고 해도 대회의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의 응원단과 취재진을 사실상 불허한 데다, 경기를 목전에 둔 시점까지 중계 관련 협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국내 방송 중계진의 방북이 성사되지 못한 가운데 북한이 국제방송 신호를 제공하는 부분도 아직 타결되지 않은 탓이다.

이대로라면 대규모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폐쇄적인 운영이 재현돼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연합뉴스]
김신욱이 10일 한국 대 스리랑카 경기에서 두 번째 골에 이어 네 번째 골을 헤딩으로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아무리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이라고 하더라도 스포츠까지 정치적인 문제와 연관시키는 것은 북한이 국제적인 고립을 자처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달 5일 평양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예선 홈경기 때도 레바논 현지 취재진의 방북을 받지 않고 생중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조선중앙TV는 생중계 대신 레바논전 경기를 경기 다음 날인 6일 저녁 녹화 중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만 보면 한국은 37위로 북한(113위)에 역대 전적 7승 8무 1패로 앞서고 있다. 한국은 29년 전 첫 패배 이후 북한을 상대로 10경기(3승 7무) 연속 무패다.

하지만 북한에 당한 1패(1-2패)가 신경 쓰인다. 1990년 10월 11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치른 평양 원정이자 남북통일 축구였던 탓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평양 원정을 앞둔 벤투 감독은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느낌이 좋다. 선수단 분위기도 괜찮고, 훈련도 잘해왔다. 준비도 잘 돼 있다"라며 "무엇보다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다. 선수들 모두 건강한 상태로 원정을 떠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로 북한도 똑같은 방식으로 분석했다. 특별한 것은 없다"라며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전략과 관련해서는 "북한은 거칠고 과감한 팀이다. 역습에서 빠르고 날카로운 팀"이라고 분석하면서도, "이런 부분들을 선수들에게 잘 이야기해주면서 대비했다. 북한이 강점도 있지만 우리가 공략할 틈도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준비가 잘 됐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대표팀은 10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스리랑카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2차전에서 김신욱 4골과 손흥민의 멀티골 등을 합쳐 8-0 대승을 거뒀다.

당시 벤투호 태극전사들은 전후반 내내 약체인 스리랑카의 약점을 파고들면서 무려 8골을 쏟아내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스리랑카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2위의 최약체였지만 벤투 감독은 '평양 원정'에 대비한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에 집중했다.

벤투호는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 평가전에서 작성한 4-0 승리가 출범 이후 한 경기 최다골이었지만 이날 스리랑카를 상대로 기록을 새로 썼다.

벤투호는 15일 북한과 경기를 치른 뒤 16일 오후 베이징으로 이동한다. 17일 새벽 대한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응원단 한 명 없이 적진에서 싸워야할 한국 축구대표팀이 어떤 경기력으로 평양 원정에서 자존심을 펼쳐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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