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돼지열병 옮기는 야생멧돼지 긴급대책 얼마나 실효성 있을까
[ME분석] 돼지열병 옮기는 야생멧돼지 긴급대책 얼마나 실효성 있을까
  • 김기영 기자
  • 승인 2019.10.15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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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민통선 부근 멧돼지서 또 돼지열병 바이러스…6마리째
김현수 장관 "멧돼지 현장 방역 강화해야…총기 포획에 900명 투입"
멧돼지 수렵장, 가평군 설악면 일대서 11월부터 한시적 운영
남양주시 포획단 30→50명…의정부시 포획 수 제한 없애

[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야생멧돼지와의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가 6마리로 늘었다.

정부는 이같은 추세의 심각성을 감안해 북한강 주변에 멧돼지 저지선을 구축하면서 연일 방역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야생멧돼지 대책이 너무 늦었다며 실효성 논란마저 제기하고 있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14일 연천군 장남면 판부리 민통선 근처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ASF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15일 밝혔다.

이에 따라 ASF바이러스가 검출된 야생 멧돼지는 모두 6마리가 됐다.

이번에 발견된 멧돼지는 14일 오전 8시 10분쯤 군인이 발견해 연천군에 신고했고, 연천군은 오전 11시쯤 시료를 채취한 후 표준행동지침(SOP)에 따라 폐사체를 소독하고 매몰 처분했다.

앞서 야생멧돼지 관련 긴급대책을 발표한 정부는 연일 야생멧돼지에 대한 방역을 강조하고 있다.

김 장관은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ASF 상황점검회의에서 "최근 연천과 철원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연이어 확인돼 현장 방역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오늘부터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이북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총기 포획이 시작돼 군과 민간 엽사 등 900명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5일 세종시 세종정부청사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상황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 장관은 또 "정부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야생멧돼지에 대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고 강조하며, "올해 6월부터 피해 농장 신고 없이도 멧돼지 포획을 허용했고, 포획 틀도 추가 설치해 올해 상반기 월평균 4천마리에 머물던 포획 실적이 7월부터는 8천200마리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13일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방부 등 3개 부처는 철원군과 연천군 민통선 내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잇따라 확인됨에 따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내놓은 긴급대책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였다.

야생멧돼지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위험지역, 발생‧완충지역, 경계지역, 차단지역 등 4개 관리지역으로 구분해 차별화된 조치를 시행하고, 접경지역에서의 멧돼지 예찰과 방역을 더욱 강화하며, ASF 바이러스의 유입을 막기 위해 농장단위 방역을 한층 더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야생멧돼지 관련 긴급대책의 핵심은 4개 관리지역 지정 및 차별화된 조치에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철원‧연천 지역 중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지역을 감염위험지역으로 지정하고, 5㎢ 내는 감염지역, 30㎢ 내는 위험지역, 300㎢ 내는 집중사냥지역으로 구분한다.

우선, 감염위험지역 테두리에는 강‧도로 등 주변 지형지물과 멧돼지 행동권 등을 고려해 멧돼지 이동을 차단할 수 있는 철책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감염지역 밖 위험지역에는 포획틀(10개)과 포획트랩(120개)을 놔 멧돼지를 포획하고, 집중사냥지역은 멧돼지 이동저지 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총기를 사용한 포획을 바로 시행하기로 했다.

‘발생·완충지역’은 돼지와 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5개 지역(강화, 김포, 파주, 연천, 철원 )과 인접 5개 시군(고양, 양주, 포천, 동두천, 화천)에 설정됐다.

‘발생·완충지역’은 총기 포획은 금지하되, 10월말까지 포획틀과 포획트랩이 확대 설치된다.

포획틀은 현재까지 298개가 놓였고, 포획트랩은 이달 30일까지 80개가 새롭게 설치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행안부와 협의해 추가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멧돼지 관리지역. [사진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경계지역’은 인천‧서울‧북한강‧고성(46번국도) 이북 7개 시‧군에 설정됐다. 이곳에서도 멧돼지 전면 제거를 목표로 14일부터 집중 포획에 들어갔다. 7개 시군은 남양주, 가평, 춘천, 양구, 인제, 고성, 의정부이다.

경계지역에서는 무료 수렵장과 멧돼지 일제 포획주간을 운영하고, 멧돼지 포획보상금을 마리당 10만원 지급하는 방안도 행안부와 협력해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군 포획단이 농업인의 피해신고 없이도 멧돼지를 포획할 수 있는 지역을 양돈농가 주변에서 시‧군 전체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수도권 최초로 경기도 가평에 멧돼지 등 유해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수렵장이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가평군은 11월 1일부터 내년 2월까지 북한강 남쪽 설악면 일대에 수렵장을 운영하고 포획단 수를 30명에서 5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수렵장 운영 시기와 포획 동물 종류 등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원주지방환경청에서 열리고 있는 지자체 야생동물 담당자 회의가 끝난 뒤 정할 방침이다.

의정부와 남양주 등 저지선 상에 있는 경기북부 지방자치단체들도 포획단을 늘리고 포획 마릿수 제한을 없애는 등 후속 대책을 마련중이다.

정부는 또 경계지역으로부터 외부로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경계선 둘레 폭 2km구간인 ‘차단지역’을 설정해 야생멧돼지의 전면 제거에 나섰다.

환경부는 “국방부의 협조를 받아 민간엽사와 군 저격요원이 민통선 일대 멧돼지를 안전 등 일정한 조건 하에서 사살 작전을 수행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긴급대책에는 접경지역에서의 멧돼지 예찰과 방역 강화방안도 담겼다.

국방부의 비무장지대 일대 일제 정밀수색 및 주기적 예찰활동, 산림청의 열상용 드론을 활용한 민통선 지역 감염 멧돼지 정밀 탐색, 시료 채취 후 이동시간 단축을 위한 군 헬기 적극 지원, DMZ 통문 76개소 대인방역 부스 설치 및 고압분무기‧터널식 소독시설 등을 사용한 출입인원 및 차량 철저 소독 등의 내용이다.

 

[그래픽= 연합뉴스]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야생멧돼지 수렵장을 한시적으로 연다. [그래픽= 연합뉴스]

 

긴급대책 중 세 번째 농장단위 방역 강화 방안 중에서는 강원도의 경우 남방한계선으로부터 10km 이내 희망 양돈농장에 대해 전량 수매를 실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아울러 양돈농장의 멧돼지 침입을 차단하기 위해 경기‧강원지역 전체 농가의 울타리 설치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멧돼지 등 야생동물 기피제를 농가당 5포씩 긴급 배포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의 긴급대책 발표 후 군 당국도 최전방 일부 구간에 저격 요원을 배치하는 등 야생멧돼지 남하 차단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14일 "내일부터 최전방 GOP(일반전초) 철책 이남부터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이북지역 사이의 일부 구간에 야생멧돼지 저격 요원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일부터 이 구간 내 몇 군데에 민·관·군 통합으로 저격 요원을 운용할 계획"이라며 "그 결과를 분석해 안전성과 효과성 등 문제점을 세부적으로 확인한 다음 보완해 본격적으로 사살 등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생멧돼지 차단 정책이 너무 늦게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국방부, 환경부 등 당국은 북한에서 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의 남하 가능성에 대해 "우리측 남방 한계선 철책에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구축돼 DMZ 내 멧돼지 등의 남측 이동이 차단돼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 설명대로 라면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살아서 남쪽으로 넘어왔을 가능성은 높지 않을 수 있지만, DMZ 북한 구역에 방치된 감염 멧돼지 사체들이 ASF 바이러스 오염원일 가능성을 배제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새, 쥐, 파리, 고양이 등 야생동물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 사체나 배설물을 접촉했을 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에서 돼지열병이 확인된 것은 지난 5월 말이다. 북한 멧돼지나 다른 야생동물에 의한 ASF 확산 우려에 더 일찍,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했는데 그 가능성을 배제하거나 낮게 본 것은 성급한 판단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더욱 더 철저한 방역대책이 필요하다. 남북 방역 협력의 필요성도 더 커지고 있다.

정부의 접경지역 야생멧돼지 남하 차단 총력전이 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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