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이슈] 정부, WTO 개도국 지위 특혜 "앞으로 포기" 선언 배경과 농업 피해보전 대응방향
[ME이슈] 정부, WTO 개도국 지위 특혜 "앞으로 포기" 선언 배경과 농업 피해보전 대응방향
  • 김기영 기자
  • 승인 2019.10.2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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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래협상까지 상당한 기간 걸려 당장 농업분야 영향 없다"
공익형 직불제 조속한 도입 추진, 청년·휴계농 육성책 확대 검토

[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제적 위상과 발전 수준이 높은 한국 등 11개국을 지목하며 90일 이내에 상황 진전이 없으면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반대하는 등 독자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10월 23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90일의 마감시한이 지났다. 결국 정부가 고심 끝에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부터 개발도상국으로서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 결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 [사진=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 [사진=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에 우리 농업의 민감 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flexibility)을 갖고 협상할 권리를 보유·행사한다”는 전제 아래,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특히, 이번 의사결정 과정에서 “쌀 등 민감품목에 대한 별도 협상권한을 확인하고, 개도국 지위 포기(forego)가 아닌 미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not seek)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는 “농업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를 보전” 하는 차원에서 주로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앞으로는 예상되는 피해에 초점을 맞추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 차원에서 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농업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 출범 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은 이후 1996년 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만 개도국 특혜를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한국 WTO 개도국 지위 관련 주요 일지. [그래픽= 연합뉴스]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음에 따라 그간 우리나라는 관세 및 보조금 감축률과 이행 기간 등에서 선진국과 비교해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외적인 위상, 개도국 특혜 관련한 대외동향,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과 대응여력 등을 고려해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한국 경제는 WTO 가입 이후 약 25년이 지난 지금 GDP 규모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불 등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발전했다.

또, WTO 164개 회원국 중 G20(주요 20개국), OECD 회원국, 국민소득 3만불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전세계 9개 국가에 포함됐다.

정부는 “이러한 경제적 위상을 감안하면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으로 더 이상 인정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정부는 또한, 최근 WTO 내에서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들도 한국의 개도국 특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위상과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 브라질, 대만 등 다수 국가들이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현 시점에서 개도국 특혜에 관한 결정을 미룬다 하더라도 향후 WTO 협상에서 우리에게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25일 오전 외교부 정문 앞에서 농민단체 회원들이 WTO 개도국 포기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홍 부총리는 이번 결정으로 인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고, 대응 여력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가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이는 미래의 WTO 협상부터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협상이 시작되어 타결되기 전까지는 기존 협상을 통해 이미 확보한 특혜는 변동없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다자간 무역협상인 DDA(도하개발어젠다)의 농업협상이 장기간 중단되어 사실상 폐기상태에 있고 그간의 사례를 감안할 경우 향후 협상이 재개되어 타결되려면 상당히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더라도 당장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며, 미래 협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대비할 시간과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번 결정이 국내 농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세 가지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첫째는, 미래의 WTO 농업협상에서 쌀 등 국내 농업의 민감 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둘째는 미래의 WTO 농업협상 결과 국내 농업에 영향이 발생할 경우 피해 보전대책을 반드시 마련하겠다는 것이고, 셋째는 우리 농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특히 “우리 농업의 경쟁력과 체질 강화는 지금부터 꾸준히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인 만큼 여기에 정책역량을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업인 소득안정 및 경영안정 적극 지원, 국내 농산물의 수요기반 확장 및 수급조절 기능 강화, 청년·후계농 육성 적극 추진 등 세 가지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농업인 소득안정책으로 제시한 공익형 직불제 도입안이 주목을 끌었다.

공익형 직불제는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되지 않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만큼, 공익형 직불제의 조속한 도입을 위한 농업소득보전법 개정과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적극 노력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공익형 직불제로의 전환을 전제로 직불금 예산안을 대폭 증액(19년 1조4천억원 → 20년안 2조2천억원)해 국회에 제출했다며 국회심의 과정에서 성실히 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에도 직불금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으며, 재해를 입은 농업인의 경영안정을 위해 농업재해보험의 품목을 확대하는 등 재해보험 제도도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청년·휴계농 육성책으로는, 청년영농정착지원금 제도(최대 3년간 월 80~100만원), 농지은행 등 청년농에 대한 농지·자금지원을 내실있게 추진하고, 향후 사업성과를 봐가며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미 내년 농업예산을 최근 10년내 가장 높은 증가율 수준(+4.4%)으로 확대한 15조3천억원을 편성했으며, 향후에도 농업경쟁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이를 적극 추진하기 위한 재원 확보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마지막으로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가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는 항상 눈과 귀를 열고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어 나갈 것이며, 필요한 역할을 책임지고 해나갈 것임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며 “농업계·정부·전문가 등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 농업분야의 미래 도전에 빈틈없이 대비해 나갈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농민단체들은 정부에 ▲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위원회 설치 ▲농업 예산을 전체 국가 예산의 4~5%로 증액 ▲취약 계층 농수산물 쿠폰 지급으로 수요 확대 ▲공익형 직불제 도입 ▲1조원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부족분 정부 출연 ▲한국농수산대 정원 확대 등 6대 항목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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