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암수범죄 친족 성폭력의 불편한 진실과 공소시효 해법...'부성애의 두 얼굴' 편
'그것이 알고 싶다' 암수범죄 친족 성폭력의 불편한 진실과 공소시효 해법...'부성애의 두 얼굴' 편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9.11.30 2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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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아버지란 이름의 성폭력 가해자를 벌해주십시오.”

지난 28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이같은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19살의 나이에 아버지의 성폭력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대한민국을 떠난 딸이 17년 만에 죽을 각오를 하고 다시 돌아와 아직은 나의 조국인 대한민국에 간절히 청원한다”고 호소하며 청원글을 시작했다.

이어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저는 교도관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그리고 두 명의 언니와 남동생을 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가족의 셋째 딸이었다. 하지만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저에게 집은 ‘감옥’이었고 아버지는 저희 세 자매를 자신이 관리하는 재소자 다루듯이 했다”라고 가정 배경을 설명했다.

30일 오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 청원의 주인공의 제보로 시작됐다는 충격적인 반인륜 범죄에 대한 추적의 시간이 될 듯하다. 이날 ‘그알’ 1193회의 타이틀이 ‘부성애(父性愛)’의 두 얼굴-나는 아버지를 고소합니다‘이기 때문이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

 

이날 방송에서는 ‘암수 범죄(수사기관에 드러나지 않는 범죄)’라고 불리는 친족 성폭력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말그대로 ‘금지옥엽’처럼 딸을 아끼고 사랑한다. 딸을 위해서라면 어떤 세상의 위협과도 맞서며 지키려 하는 게 보통 아버지의 모습이고 또 그게 인지상정일 터다.

하지만 청와대 청원인의 글을 읽어내려가려면 보통 사람들로서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내용 일색이다.

청원인은 교도관인 아버지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손찌검은 물론 워커발로 사정없이 짓이기고 쇠사슬이 달린 족쇄를 세 자매의 발에 채우고, 손에 수갑을 채워 침대에 묶은 채 방에 감금하기도 했다며 악몽의 기억을 떠올렸다.

마치 과거 영화 속에서 교도관이 교도소에서 “악질수형자”를 대우할 때나 쓰던 인권유린 수법과 흡사하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청원인이 이후부터 떠올리는 기억들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12살 무렵. 아버지의 폭행을 견디다 못한 어머니가 정말 ‘살기 위해’ 집을 나가셨고, 그때부터 저와 언니들은 ‘폭행’ 외에 또 다른 폭력을 당해야 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성교육도 받지 못했고 성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청원인을 대상으로 부친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여러 차례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두 언니가 당한 성폭력 역시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
[사진= 청원대 청원 게시판]

 

청원인은 “더욱 비참 한 건, 저와 언니들은 모두 아버지의 피를 나눠 받은 ‘친딸’이라는 사실이다‘며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의붓아버지였으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아버지가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걸 믿어줄 사람이 없었기에 저희 세 자매는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살기 위해 가출을 하고, 거리에서 잠을 자고 배를 곯으면서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공권력의 매정함도 겪었다고 했다.

“17살에 아버지를 신고하려고 경찰서에 갔었지만, 아버지의 직업을 들은 경찰들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했고 그때부터 저는 이 대한민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며 “그리고 단돈 6만 원을 들고 무작정 미국으로 향했고 이를 악물고 버틴 끝에 지금은 하와이에서 혼자 살며 한국에 남아 있는 언니들과 어머니를 도와드릴 수 있을 만큼 경제적인 자립도 했다”고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청원인은 그러면서 “12살부터 아버지에게 당한 성폭력의 상처가 몸과 마음 구석구석에 생생히 남아있는 탓에 저는 누구를 사랑할 수도,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도 없는 채로 20년을 넘게 살았다. 언니들 역시 저처럼 지난 20여 년간 아버지에게 당했던 폭행과 성폭력의 기억을 끌어안은 채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힘든 삶을 살고 있다”며 세 자매가 여전히 겪고 있는 깊은 트라우마를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가해자인 아버지는 교도관으로 명예퇴직을 한 뒤, 연금을 받으며 다른 여자와 재혼을 해 너무도 평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
9살 때 친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이강희(가명)씨는 한국을 벗어나 일본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과거 경찰에 어렵게 신고했지만  '가족 안에서 집안에서 생긴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 그때 처음으로 한국이라는 나라는 그런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한국을 떠났다고 방송 도중 말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

 

청원인은 “세상에 과연 정의라는 게 있는 걸까요?”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앞으로 얼마나 더 살아갈지 모르겠지만 이제 12살 어린 소녀가 갇혀 있는 상자 안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죽을 각오로 저는 대한민국을 다시 찾아왔다. 저희 세 자매에게 몹쓸 짓을 저지른 아버지를 고소하기 위해서다”라고 귀국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발을 디디자마자 경찰서를 찾아가 아버지를 고소한 저희 세 자매에게 경찰이 한 대답은 “공소시효가 지나서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다”였다”며 또 다시 부딪힌 현실의 높은 벽을 토로했다.

이어 “20년 전에도 저희 세 자매를 지켜주지 못하는 경찰에 실망해 떠났던 대한민국인데 2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왜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요”라며 “저는 이대로 다시 미국으로 갈 수가 없다. 그렇게 된다면 저는 또다시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답답해 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친족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저처럼 어린 시절에 성폭력을 당하고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더는 견딜 수 없어 죽을 각오로 법에 호소하는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주십시오.” “친딸인 저와 언니들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못한 채 뻔뻔하게 살아가고 있는 아버지라는 이름의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저희 세 자매, 그리고 그 시절 저희 자매처럼 고통받았던 모든 사람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라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소중한 생명이라는 걸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청원인은 글을 통해 절절하고 절실한 심정을 국민에게 간절히 전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 청원인의 제보 내용처럼, 아버지란 이름으로 자행된 성폭행 범죄의 현실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들을 만나보고, 이와 관련한 ‘공소시효’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할 예정이다.

비뚫어진 부성애에 의한 ‘몹쓸 짓’으로 고통받은 딸들의 아픔은 그 어떤 상처보다 평생 정신적·심적 고통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가장 믿을 수 있어야 하는 아버지의 배신은 평생 피해자들에게 세상에 대한 불신과 함께 잔혹한 기억과 선명한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란 이름으로 자행된 불편한 진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가해자를 처벌을 할 수 없다면 그들이 보호받고 의지해야할 곳은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

13세 미만의 아동과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2013년에 폐지됐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에 대해서는 적용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진정 해결책은 없는 걸까?

“공소시효의 문제만 뛰어넘으면 전 처벌 가능하다고 봐요.”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예고에서 전한 김재련 변호사의 코멘트다.

전문가들은 친족 성폭력 사건의 경우 성인이 돼서 트라우마가 발생한 시점, 즉 피해를 본 시점부터 시효를 계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는 또 한 번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며 그 해답을 찾아야 하는 국가적 책무성에 대해서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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