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북 화해 상징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격 폭파...평화구상 '시계제로' 한반도 다시 혼돈 속으로
북한, 남북 화해 상징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격 폭파...평화구상 '시계제로' 한반도 다시 혼돈 속으로
  • 류수근 기자
  • 승인 2020.06.17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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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신문= 류수근 기자]남한을 다시 ‘적’으로 규정한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보복 조치를 ‘속도전’으로 나서면서 남북 관계가 예측불허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8천만 겨레앞 평화약속을 돌릴 수 없다”며 북한에 호소했다. 하지만 북한은 16일 오후 2년 전 판문점 선언의 결실이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하며 호소를 일거에 내팽개쳤다.

이로써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해 9월 개성에 문을 연 연락사무소는 개소 1년 9개월 만에 어이없게 사라지게 됐다. 

 

2019년 5월 파주 도라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일대의 모습(위)과, 북한이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화염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아래). [위 사진= 연합뉴스, 아래 사진= 국방부 제공]
2019년 5월 파주 도라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일대의 모습(위)과, 북한이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연기가 일어나고 있는 모습(아래). [위 사진= 연합뉴스, 아래 사진= 국방부 제공]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대화와 협력을 요청한 바로 이튿날 북한이 폭파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가 이날 국방부에서 받아 공개한 37초 분량의 흑백 영상에는 오후 2시 49분 개성 연락사무소 청사의 폭파 당시 영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군의 CCTV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을 보면, 지상 4층·지하 1층 건물인 연락사무소 청사는 폭발한 지 3∼4초 만에 자욱한 연기와 함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렸다.

폭발 순간, 바로 옆에 있던 15층 높이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의 유리창이 와장창 쏟아지는 광경도 목격돼 그 충격의 크기를 짐작케 했다.

군 관계자는 지상에서 폭발이 시작된 것으로 볼 때 내부에 폭발물을 설치해 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관계 주요 일지. [그래픽= 연합뉴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관계 주요 일지. [그래픽=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중앙TV 등은 폭파 2시간여만인 이날 오후 5시 "14시 50분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들은 "쓰레기들과 이를 묵인한 자들의 죗값을 깨깨(남김없이) 받아내야 한다는 격노한 민심에 부응해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해버린 데 이어 우리측 해당 부문은 개성공업지구에 있던 북남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파괴시키는 조치를 실행했다"고 전했다.

이날 폭파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건물 폭파를 예고했고, 그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북한,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 [그래픽= 연합뉴스]
북한,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 [그래픽= 연합뉴스]

 

이에 그동안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강조해온 청와대는 북한을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청와대는 이날 폭파 소식이 전해진 이후인 오후 5시 5분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1시간가량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뒤 폭파에 유감을 표하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NSC 회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했고, 문 대통령은 관련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지만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1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NSC상임위원회 개최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1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NSC상임위원회 개최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상임위 회의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북측이 2018년 판문점 선언에 의해 개설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하는 한편, 특히 "정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며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대화의 손길을 저버리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행위를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로 읽힌다.

통일부도 북한의 연락사무소 청사 폭사에 대해 "남북관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있어서는 안 될 행위"라고 비판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호 통일부 차관은 이날 오후 7시 30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가진 긴급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하고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서 차관은 "연락사무소 파괴는 2018년 판문점 선언의 위반이고, 남북연락사무소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의 일방적 파기"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한편, “그동안 북측의 거친 언사와 일방적 통신 차단에 이은 연락사무소 파괴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고 밝혔다.

서 차관은 "특히 6·15 공동선언 20주년 다음 날 벌어진 이러한 행위는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의 염원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북측은 이번 행동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약 4시간 만에 "북한이 군사적 도발 행위를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이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현 안보 상황 관련해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면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안정적 상황 관리로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은 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상황 조치 등 지휘를 했다.

군은 비무장지대(DMZ)와 북방한계선(NLL) 등 접적지역에서 돌발 군사 상황에 대비해 대북 감시·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최전방 부대 지휘관들에게 정위치해 부대를 지휘하도록 했다.

 

[그래픽= 연합뉴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관련 주요일지. [그래픽=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하루 전인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반도 긴장을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엄숙한 약속', '흔들려서는 안 될 확고한 원칙'이라고 표현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요구를 관철하고자 무력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호소였다.

전날 문 대통령은 '저자세'라는 일각의 비판을 감수하면서라도 남북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같은 뜻은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만 하루 만에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이에 따라 '하노이 노딜' 이후 답보 상태인 비핵화 대화를 복원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고자 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도 기약없는 시련의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

북한은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보복에 나설 것을 경고한 데 이어 이를 속전속결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지난 9일 남북 통신연락선을 끊은 데 이어 이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한 것이다.

더 큰 우려는, 북한이 남북관계 악화를 초래할 추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는 데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협력을 상징하던 개성과 금강산이 다시 첨예한 군사적 대결의 장소로 후퇴할 가능성이 커져 주목된다.

 

기상청이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공중음파를 분석한 결과 교동, 연천, 파주 관측소에서 유효한 음파가 탐지됐다고 16일 밝혔다. [사진= 기상청 제공]
기상청이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공중음파를 분석한 결과 교동, 연천, 파주 관측소에서 유효한 음파가 탐지됐다고 16일 밝혔다. [사진= 기상청 제공]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날 '공개보도'에서 "우리는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와 대적 관계부서들로부터 북남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하여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 군사적 경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행동 방안을 연구할 데 대한 의견을 접수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사적 행동계획들을 작성하여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승인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해, 김정은 위원장이 있는 당 중앙 군사위원회에서 결정한 후 곧바로 실행에 들어갈 것을 시사했다.

'북남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는 남북 간 경제협력의 장소로 꼽히는 개성과 금강산 일대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과 금강산에 군부대가 다시 주둔하고 군사 요새화되면 남북을 잇는 동서의 '평화 회랑'이 완전히 막히는 셈이다.

청와대가 '강력한 대응'을 천명한 만큼 남북의 강 대 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전 상황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남북 평화구상을 ‘시계제로’를 만든 것이다.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의 브리핑 전문

- 정부는 오늘 북측이 2018년 ‘판문점선언’에 의해 개설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함.

- 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임.

- 정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함.

-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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