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의 똘레랑스] 공연계 자립 막는 비영리공연 보상금 규정 부재 "저작권법 손질해야"
[박정인의 똘레랑스] 공연계 자립 막는 비영리공연 보상금 규정 부재 "저작권법 손질해야"
  •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 승인 2020.06.2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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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신문=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인류가 향유해 온 문화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분야로 확산돼 왔다. 과거에는 문학과 미술, 연극과 음악회, 무용극에 한정되어 있었던 문화 향유의 장르가 상상하지 못했던 기술의 발전으로 영화·방송·게임이라는 새로운 문화 향유의 장르를 생성했다.

그러나 여전히 고전적 예술의 가치로서 연극은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상연의 방식을 강점으로 내세워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다.

국내 연극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그 역사와 달리 연극과 관련한 법률관계에 대한 성숙도나 정책의 성숙은 다른 문화 장르보다 부족하다.

단적인 예로 영화의 경우는 ‘영상진흥기본법’을 비롯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99조를 통해 업계의 거대한 요구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작권법 내에도 영상제작자의 권리 규정을 비롯해 공중송신권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방식의 노력이 있고, 영화 상영관에서의 도촬금지 등의 규정을 통해 매우 적극적으로 영화산업과 영화저작물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공연의 경우는 공연법 규정이 현재 제43조에 불과하며 상연료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신탁단체나 변변한 조합조차 아예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저작권법 제29조 제1항의 ‘비영리 공연’이라는 규정으로 인해 공연료(상연료)에 대한 존중이 매우 희박한 상태이다.

게다가 저작권법 제25조 ‘학교교육목적 등에의 이용’에 있어서도 공연료에 대한 보상금 규정이 빠져 있어 국가조차도 비영리 연극 공연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차리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사진= 셀수스(Celsus) 제공]
저작권법 내 비영리 공연 보상금 규정 부재가 공연계 자립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진= 셀수스(Celsus) 제공]

 

‘극작가(劇作家)’는 연극의 상연을 위해서 쓰이는 희곡을 창작한 사람을 의미한다. ‘문학진흥법’에서도 희곡을 시, 소설, 수필, 평론과 함께 문학의 5대 장르로 규정하고 있다.

희곡은 배우의 연기를 위해 쓰인 문학 작품이자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대화를 기본 수단으로 하여 표현되는 예술 작품의 일종이다.

희곡은 분명 문학의 한 갈래이지만 공연예술인 연극의 대본이 되기도 한다. 희곡은 극작가가 문자를 통해서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저작권법’ 상의 ‘각본’에 해당하기 때문에 어문저작물로서 보호되며, 이를 창작한 극작가는 저작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된다.

극작가는 어문저작물의 저작자로서 일반 작가의 지위에서 복제, 출판권과 같은 권리도 가지지만 복제, 상연권이라는 권리 역시 가지게 된다.

현재 희곡은 문학의 5대 장르에 속하지만 대부분의 극작가가 출판을 하는 것은 아니므로 궁극적으로 극작가의 지위는 공연을 허락하고 공연료를 받는 형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고 이해돼야 한다.

대법원 판례는 ‘친정엄마’ 사건에서는 극작가에 대한 권리를 원저작자와 각본각색자를 모두 한 작품의 공동저작자로 보는 방식으로 극작가가 될 수 있는 범위를 포괄적으로 이해하여 접근하기도 했고, ‘사랑은 비를 타고’ 사건에서는 공연 내 저작물이 분리될 수만 있다면 각각 저작재산권 행사를 해도 무방하다고 공연의 결합저작물 특수성을 수용해 공연제작자의 배타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극작가의 가장 큰 권리 중 하나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자신이 창작한 희곡에 대한 출판권과 공연권이라 하겠다.

저작권법 제17조에는 저작자가 그의 저작물을 공연 허락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극작가가 창작한 희곡을 제3자가 무단으로 이용하더라도 이를 인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설령 이를 인지한다고 하더라도 저작권법 제29조 제1항 규정으로 인해 그 규제가 쉽지 않다.

저작권법 제29조는 제1항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청중이나 관중 또는 제3자로부터 어떤 명목으로든지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공연 또는 방송할 수 있다. 다만, 실연자에게 통상의 보수를 지급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해 비영리 목적의 공연과 방송을 인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정리하면 연극 저작물의 비영리 공연은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 번째 요건은 공표된 저작물의 비영리 목적 이용일 것, 두 번째는 반대급부를 받지 않을 것, 세 번째는 실연자에게 통상의 보수를 지급하지 아니할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두 번째 요건인 ‘반대급부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은 직접적인 영리 목적만이 아니라 간접적으로라도 영리적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무료 연극 공연이라고 하더라도 선전용 연극 공연이었다면 영리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젊은 대학연극제 등과 같이 대학에서 하는 연극공연을 한데 모아서 볼 수 있게 하면서 국가지원금으로 장소를 지원받거나 관객들에게 입장료를 받았다면 더 이상 비영리 연극공연이라고 볼 수 없다.

자선 목적이라고 하고 입장이 자유로운 가운데 연극을 했다고 하더라도 보통 때 후원을 해 온 후원회원만을 초청한 행사와 같이 감사와 대가의 뜻이 들어있다면 결코 비영리 연극이라는 두 번째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교회가 크리스마스 연극을 제공하면서 바자회에서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면 연극을 유인책으로 하여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므로 이 역시 두 번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세 번째 요건인 ‘실연자에게 통상의 보수를 지급하지 아니할 것’에 대해서도 자의적 해석이 많다.

이러한 규정을 둔 것은 실연자(연기자, 가수 등)에게 보수를 줄 수 있다면 저작재산권자에게도 당연히 저작물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 형평성있는 일이기 때문에 자유이용을 허용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물론 연출료와 배우의 출연료 등 ‘통상의 보수’와 관련한 해석에서는 교통비, 식대 정도 지원한 것으로만은 통상의 보수를 준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과도한 교통비와 식대는 일정한 보수로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회사 연극동아리가 자선공연을 한 경우 회사의 월급이 통상의 보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은 맞지만, 직업적 연극 극단이 자선공연의 목적으로 공연을 했고 자선공연 목적의 회차에는 보수를 산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직무의 연장으로 연극을 했다면 이는 포괄적으로 통상적인 보수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비영리’라는 의미를 두 번째 요건과 세 번째 요건인 ‘반대급부’와 ‘통상보수’를 혼동해 아예 극작가의 공연허락을 받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 규정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행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해치지 않도록 저작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은 일정한 행위에 대해 저작권을 제한한다는 취지로 입법됐다. 그러나 관객의 입장에서는 비영리라고 하더라도 이미 연극의 내용을 다 알게 되면 또다시 영리 공연을 찾아 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같은 취지로 입법된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미술저작물의 전시 규정의 경우는, 저작권법 제35조 제2항에서 복제를 허용하면서도 전시권과 2차적 저작물 제한을 명확하게 단서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어 ‘복제권’ 조차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저작권법 제29조 제1항의 규정은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인 만큼 이에 대한 대응으로 보상금 지급에 대한 의무가 마땅함에도 이에 대해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는 일반인들로 하여금 극작가의 저작권 침해를 당연시하게 하는 규정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극작가들 사이에서는 좌절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커다란 요인이 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인 비영리공연 규정에는 보상금 제도를 두는 것이 마땅하며 극작가의 희곡창작을 존중하지 않는 방식의 저작권법은 재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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