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의 똘레랑스] 극작가의 번역권과 개작권, 출처명시권을 반환하라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 기사승인 : 2020-07-02 14: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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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신문=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저작권법’ 제36조는 ‘번역 등에 의한 이용’이라는 조문명 아래 ‘제24조의2, 제25조, 제29조, 제30조 또는 제35조의3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저작물을 번역·편곡 또는 개작하여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에 대하여 배타적인 번역권을 가진다’는 것은 저작권의 국제적 보호를 목적으로 체결된 베른협약의 8조가 규정한 기본 원칙이다.


베른협약 제11조는 번역권이나 복제권의 중요성만큼이나 극작가와 작곡가에게는 공연권이 생명처럼 소중하다는 점을 인정해 ‘연극, 악극, 음악저작물의 저작자들은 어떠한 수단 또는 방법이든지 불문하고, 그들의 저작물을 공연하거나 그 공연을 공중에게 전달하는 것을 허가할 배타적인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협약 제11조의3에서는 ‘어문저작물의 저작자들은 어떠한 수단 또는 방법에 의하든지 불문하고 그들의 저작물을 공중 앞에서 낭송하는 등의 공개낭독권을 가진다’고도 규정하고 있다.



[사진= 셀수스(Celsus) 제공]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공연권을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비영리 공연에 대한 극작가의 번역권과 개작권의 제한은 베른협약 등 국제조약에 위반할 소지가 높다. [사진= 셀수스(Celsus) 제공]


이와 같이 극작가에게 자신의 저작물인 희곡을 번역할 수 있는 권리와 희곡을 각색할 수 있는 개작허락권은 저작재산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일성 유지권과 같은 저작인격권의 적극적 침해행위이다.


특히 저작권법 제38조는 “이 관 각 조의 규정은 저작인격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저작권법 제36조와 제38조는 상충된다.


어디까지나 베른협약, TRIPs(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 WCT(세계지적소유권기구 저작권조약), WPPT(세계지적소유권기구 실연·음반조약) 등 국제조약은 각국의 입법 형성권에 있어 저작권 제한이나 예외 사유와 관련하여 일종의 안전장치로서 3단계 테스트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저작권법 제36조의 비영리 공연에 대한 극작가의 번역권과 개작권의 제한은 이를 위반할 소지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3단계 테스트는 ▲저작물의 통상적 이용과 충돌하지 않을 것, ▲권리자의 합법적 이익을 부당하게 해하지 않을 것, ▲일부 특별한 경우일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공연권의 허락에 있어 번역권과 개작권을 허용하는 부분은 저작물의 통상적 이용에 해당할 뿐 아니라 권리자의 합법적인 이익을 저작재산권 뿐만 아니라 저작인격권 측면에서 침해하고 있다. 어떠한 일부 특별한 경우에 허용한다는 단서 규정 없이 번역권과 개작권이 저작권법 제36조에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공연권을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형태의 이러한 국내 입법 형식은 권리 제한이 광범위하므로 3단계 테스트에 부합하지 못하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과 국제조약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영국, 독일, 노르웨이 등 대부분 선진국은 종교행사 등 극히 일부 비영리 목적일 경우에만 허가를 통해 권리를 제한하고 있고 아예 제36조와 같이 폭넓은 범위의 개작을 허락하는 사례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저작권법’ 제37조 제1항은 ‘이 관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 다만, 제26조, 제29조부터 제32조까지, 제34조 및 제35조의 2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작재산권 제한 사유에 해당하여 자유 이용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이용하는 저작물의 출처는 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저작자인 극작가의 저작인격권의 보호 뿐만 아니라 영리적으로 공연을 하려는 제작자나 배타적 발행권자, 출판권자 등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특히 출처명시의무는 성명표시권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며, 법 제36조에 의하여 번역, 개작조차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출처표시에 있어서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 조항 제1항의 단서는 극작가의 권리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성명표시권은 저작권법 제12조에 규정되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출처명시의무는 제37조에 규정되어 저작자의 명예훼손과 관계없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영리공연을 하는 자가 출처표시의무는 하지 않더라도 성명표시권을 침해했다면 법 제38조에 따라 저작권법 제12조에 근거한 처벌은 가능하다. 그러나 극작가의 입장에서는 출처명시를 하지 않으면 매번 해당 연극을 관람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희곡이 어디에서 어떻게 개작되어 이용되고 있는지 자체를 아는 것이 불가능하다.


출처명시는 저작물의 이용 상황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연극 공연 내에서 출처표시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홍보물 자체에도 출처명시를 할 필요가 없다고 저작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은 저작권자 입장에서 과도한 권리의 침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극작가에게 번역권과 개작권을 다른 일반 권리자와 동일하게 돌려주고 출처명시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극작가가 자신의 불합리한 처우를 피하기 위하여 영화계나 만화계 스토리작가 등 다른 산업으로의 이직을 매일 고심하게 하는 안타까운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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