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특별기획] 코로나19로 드러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의 무게② 발달장애 아동의 등교 현실

이정은 조정화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0 10: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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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광주와 제주에서 장애인 모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코로나19가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불편함이라면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는 삶 자체까지도 내려놓게 만드는 벼랑끝 절망일 수 있다. 더 이상 비극을 방치해선 안된다. 더 이상 묵인하기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맞는 예방책을 찾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발달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을 만나보았다. <편집자주>

 

[메가경제= 이정은 조정화 기자] 승준(가명)이네는 오늘 세면대 공사 중이다. 승준이가 세면대에 올라간 탓에 40kg 가까이 가는 몸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세면대가 내려앉은 탓이다.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학교에 가지 못한지가 벌써 7개월이 넘어간다. 학교 등교가 시작된 시기에도 일주일에 한 번 오전 수업을 하는 탓에 승준이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  

 

처음에는 안 보이던 증상들이 점차 나타나서 세면대나 의자 등받이에 올라가고 식탁 위에 설치된 등에도 매달리고 있다. 워낙 높은 곳을 좋아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이 무료해서라고, 엄마는 이해는 하면서도 망가지고 수선해야하는 집기들이 늘어나고 온 몸에 멍이든 아들을 보면서 소리 지르고 화내는 횟수도 늘어났다.  

 

▲ 전례없는 코로나19 여파는 발달장애 아동들의 생활리듬을 빼앗고 이들을 오롯이 돌봐야 하는 어머니들의 평범한 일상을 빼앗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언어 표현이 힘든 승준이는 점심이 지난 오후 시간만 되면 엄마 눈치를 보며 큰 소리를 내며 울어댄다. 밖에 나가자는 신호다. 

 

승준이는 하루 2~3시간을 밖에 돌아다닌다. 버스로는 세 정거장 정도의 거리다. 놀이터로 편의점으로 햄버거 매장으로 들러 가며 동네 주변을 헤매고 돌아다닌다. 

 

아이의 에너지를 엄마는 감당할 수가 없다. 승준이에게는 7살 동생이 있다. 7살 동생은 엄마가 둘을 감당하기 벅찬 탓에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찬혁(가명)이는 자폐성 장애 1급의 중증 장애 아동이다. 언어표현도 없고 행동의 폭도 작은 일반적 기준으로는 얌전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아동이다. 

 

찬혁이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 보통 장애 중증 아동들은 놀이터나 동네의 시설들을 이용하기에는 너무 주목받는 탓에 학교, 장애인 복지관 또는 치료실과 집을 생활 반경으로 한다.

찬혁이는 특수학교에 다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오전만 학교에 등교한다. 한 반에 6명인 아동들을 3명씩 이틀을 나눠서 수업한다. 밀집도가 일반학교랑 비교할 수 없이 작은데도 특수학교는 3분의 1 인원 등교라는 원칙을 고수한다. 그리고 복지관은 문을 닫았다.

찬혁이는 일주일에 두 번 사설 치료센터에 가는 것 말고는 집에 있을 수밖에 없다. 

 

조용하던 아이가 물건을 던지고 집을 뛰어다니고 이유 없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기도 하는데 엄마는 의사소통이 안 되어 명확한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다만 분출되지 않은 에너지 때문이지 않을까 짐작할 뿐이다.

잠드는 시간이 계속 늦어져 새벽 2~3시에 잠이 든다. 짧은 잠이라도 잠드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찬혁이의 형과 누나의 생활패턴도 고려해야 하는 찬혁이 엄마는 너무 지쳐있다. 


중학생 발달장애 학생인 지은(가명)이는 학교를 한동안 안 가다 현재는 일주일에 두 번 등교한다. 그나마 이루어지던 사회생활이라 할 수 있는 학교생활이 들쑥날쑥하다보니 일상생활이 함께 불규칙해졌다. 


등교하지 않는 날에는 온라인 수업을 받는다. 인지적 능력이 초등 저학년 수준인 지은이에게 온라인 수업은 집중이 어렵고 짜증나는 시간이다. 

 

엄마는 옆에서 지켜보며 이해를 시키고 기분을 맞춰가며 수업을 돕는다. 지은이의 수업이 아니라 엄마가 수업을 받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이라 밖에 외출하는 것도 자유롭지 못해서 아이의 에너지 소비가 오롯이 집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가족 구성원들도 감당하기 힘들어져 서로 짜증과 불만들이 가득하다. 집안 분위기는 매일 매일이 위태롭다.

지은이에게 하루 종일 매달려 지시하고 감시 아닌 감시를 하게 되고, 무엇보다도 장시간 아이를 돌보는 엄마는 혼자만의 시간이나 휴식이 없어 너무 힘들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우울증이 걸릴 지경이다. '코로나 블루'가 내 얘기인 것만 같다.

 

▲ 코로나19 여파로 발달장애 아동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급증하면서 가족 간 갈등 사례도 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지금까지 수도권 지역에 사는 승준이와 찬혁이, 지은이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발달장애 자녀를 온종일 돌보는 날이 급증한 어머니들의 고충이 얼마나 큰지를 읽을 수 있다. 

 

발달장애 아동들은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대한 모든 것을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습득해 나간다. 

 

화장실 가기, 손 씻기, 옷 입기, 밥 먹기, 사람 만나면 인사하기, 차량 탑승하기, 안전벨트 메기…. 이 모든 것을 무한한 반복과 훈련, 노출을 통해서 익히고 일상생활을 배우며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자신의 에너지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장애 아동들은 규칙적인 생활이 너무도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 학교생활 후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운동이나 학습에 부족한 부분을 익히고 집에 와서 씻고 저녁을 먹고 잠드는 일정한 리듬을 지켜줘야 한다. 그래야 생활리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발달장애 아동들이 많다. 

 

이런 상황을 조절하지 못하는 장애 아동들에게 학교생활이라는 중요한 부분이 빠져버린 탓에 아동들은 조절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아동 뿐만 아니라 그들이 속한 가족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감염병 상황에서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고립감과 불안감,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행히도 어려운 상황에서는 취약한 이들이 더 힘든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장애 아동들은 아동이라는 약자이면서도 장애인이라는 소수자들이기도 하다.

19일부터는 학교에서 전체 인원의 3분의 2의 등교가 이루어지고 300인 이하의 학교에 대해서는 학교장 재량으로 수업일수 조정이 가능해졌다.

일반학교들의 경우는 정부지침을 준수하면서 재량권에 따라 매일 등교를 허용하는 학교들이 있는 반면에 특수학교들의 경우는 정부지침과 기저질환 학생들의 비중을 들어 최소한의 인원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몇 개월 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코로나19는 한순간의 방심으로 전염되고 확산되며 진행과 후유증에 있어서 두려운 질병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정신적인 건강 역시 신체적인 건강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에서도 돌봄 문제에 대해서는 허용한다는 원칙임을 감안할 때 학교 방역에 좀 더 철저하면서도 특수교육대상자의 등교에 대해서 조금은 완화하는 조치로 부모들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는 보다 심도 높은 배려가 아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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