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특별기획] 코로나19로 드러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의 무게① 두 어머니의 절규

권서영 연보영 기자 / 기사승인 : 2020-10-11 10: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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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신문= 권서영 연보영 기자] 얼마 전 광주와 제주에서 장애인 모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코로나가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불편함이라면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는 쓰나미처럼 삶 자체를 밀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 시대에 발달장애인의 가족 특히 어머니들은 자녀들의 강박증세나 불안증세가 심해져도 하소연 할 곳 조차 없다. 오히려 이웃으로부터 민원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안고 지내고 있다.

더 많은 비극이 발생할 것 같은 불길함은 우리에게 이러한 상황에 대해 더 이상 묵인하기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맞는 예방책이 절실함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코로나19 시대 발달장애인의 삶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연령대의 발달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을 만나보았다.

 

▲ [사진= Pixabay]

 

먼저 17세의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어머니 김은희(가명) 씨의 인터뷰다.

 

『 저희 아이는 자폐를 앓고 있는 17세 아들입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공격성과 성적 호기심이 왕성해진 아이지요. 코로나19 이전에는 캠핑과 수영으로 에너지 발산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 달라졌어요.

 

지옥으로 변해버렸네요. 온 집안 집기를 부수고, TV를 망치로 부수며 핸드폰이 노트북도 다 부셔버려 이젠 더 이상 구입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아이를 방에 가두는 지경이 되었어요. 

 

두 살 어린 여동생과 저에게 너무도 공격을 해대서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것 같았어요. 정신과 약을 더 늘렸습니다. 매일 몇 십 알을 먹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이겨내는군요. 

 

방에 가둔 아이는 소리 소리를 지릅니다. 대소변도 간이용 변기를 넣어주지만 방에 그대로 해버립니다. 악취가 진동을 합니다. 공포스런 목소리로 울부짖어 창을 열 수조차 없어요.


그 악취는 고스란히 집 안 곳곳에 배입니다. 음식에서조차요. 아이아빠는 밖에서 먹고 들어옵니다. 밥 먹다가 토하기도 하고요. 

 

밤에 소리를 지르다가 조용해지면 이젠 미친 듯이 자위행위를 합니다. 소중한 부위가 상처를 입을 때까지 아픔도 모르고 쾌락만을 위해 하고 있어요. 어떻게 이 정도까지 아이가 무너지고 변할 수 있을까요. 이대로 살아야하는지 매일 고통과 눈물의 하루하루입니다. 


지옥이 과연 여기 저희 집보다 더할까요. 수면제 양이 늘고 있네요. 언제까지 수면제를 먹고 자야할까요. 

 

죽일 놈의 코로나19는 언제 끝나는 건가요. 끝이 있긴 한가요? 무의미한 날짜만 가고 있습니다. 영혼 없는 눈빛으로 희망 없이 버티는 게 너무나 괴롭고 힘이 드네요. 다 내려놓고 싶은 심정이에요. 누구라도 제발 좀 도와주세요. 』

다음은 김포에 살고 있는 11세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어머니 백리희(가명) 씨의 인터뷰다.

『 아이는 벌써 11살인데 대소변이 완벽하지 않은 아이입니다. 그래서 학교에 가지 않는 날에는 엄마가 늘 붙어서 아이를 지켜봐야 합니다. 

 

아이는 그냥 대소변을 못 가리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자기가 변을 본 줄도 모르고 그 변을 묻힌 채로 손으로 만져 온 방에 묻히고 자기 몸에도 범벅으로 칠해놓곤 합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는 상황 판단이 안 되기 때문에 그냥 무작정 문이 열리면 뛰어 나갑니다. 더운 날에도 문은 반드시 잠궈야 하고, 잠시라도 방심하면 최대 속도로 뛰어나가 도로를 달려 나갑니다. 

 

아이가 밤에 잠이라도 잘 자야 하는데, 아이는 밤에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합니다. 새벽 3시~4시 사이에 잠을 깨면 소리를 치며 일어나 울부짖습니다. 

 

그렇게 되면 출근을 해야 하는 아빠와 어린 동생이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아빠는 짜증을 많이 내고, 심하면 아이에게 소리까지 치는 상황이 벌어져 새벽부터 가족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심각하게 아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고 싶어 할 정도로 가족 갈등이 심해졌습니다. 

 

아이를 보살피는 엄마인 저는 대소변 문제도 크지만, 아이가 많은 시간을 미디어에만 의존하게 되니 미디어가 없는 상황을 전혀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 견디기 힘듭니다. 미디어를 끄면 바로 소리 지르고 울며 주위 사람을 때립니다. 


매일의 학교생활에서는 어느 정도 제어되고 조정되었던 일상의 문제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뀐 지금, 자폐아인 아들과 부모는 많은 것이 너무도 힘듭니다. 』

 

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지 9개월째다. 전례없는 코로나19 시대에 우리 사회의 소외된 한 켠에서 눈물짓는 두 어머니의 호소는 절규를 넘어 현실을 내려놓고 싶은 절망의 메시지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 일상의 자유로운 소통을 막고 '비대면, 비접촉(언택트)' 생활방식을 가속화시켰다. 마스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를 만들었고, 단계를 오르내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과 사람 간의 교류를 극도로 위축시켰다. 

 

경중은 있을지언정 코로나19 시대에 불편하고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에게는 불편하고 힘들다는 표현 자체도 사치에 가까운 말에 불과하다.  

 

우리는 단순히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의 삶이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더 이상 지탱할 곳이 없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두 어머니의 절규에서 알 수 있었다. 

 

이들이 겪고 있는 무한 고통은 사상 유례없는 천재니 재난이니 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아래 사실상 사회와 단절시키고 있는 돌봄 및 등교 축소 정책의 폐해와 맞닿아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한 의무를 진다'며 국가의 무한 책무도 명문화하고 있다. 

  

두 어머니의 절규는 아무리 코로나19 시대라 하더라도 발달장애인이 겪는 문제를 더이상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발달장애인의 일상을 집과 방, 가족의 헌신에 국한시켜서는 안된다. 그건 곧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사지로 몰아넣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라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고통을 더 이상 나몰라라 해서는 안된다. 일방적 정책 결정이 아니라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입장에서 소통하고 고민하며 하루 속히 국가가 나서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연합(UN) 장애인권리협약은 비차별과 기회의 균등 등 장애인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의 완전한 향유,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 및 통합, 장애인의 차이에 대한 존중 및 수용, 사회 전반의 장애인에 관한 인식 제고 등은 물론, 장애 가족에 대한 국가의 보호 책무, 모든 정책 및 프로그램의 의사결정과정 적극 참여, 장애아동의 점진적 발달능력 및 정체성 유지 권리 존중 등도 촉구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돌봄 및 교육훈련 체계 정비는 물론 가족 지원과 사회 인식개선 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포괄적인 점검과 보완, 정책적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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