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누굴 위해 '아픈 허리'를 숙였나

이석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3 01:56:36
  • -
  • +
  • 인쇄
잇따른 산재 사망사고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에게 2주짜리 진단서 내밀어

[메가경제=이석호 정경부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아픈 허리'가 연일 화제다.

최정우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여야로부터 산업재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자 허리 지병을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한 것이다.

질병의 경중을 떠나 허리 디스크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욕보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포스코가 산재 청문회의 도마 위에 오른 건 다름 아닌 사내 일터에서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중대재해 사망사고 탓이다.

 

▲ 최정우 포스코 회장 [서울=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광양제철소에서 산소배관 폭발 사고로 3명, 12월에는 포항제철소 집진기 정비 중 추락사로 1명, 이달 8일에는 포항제철소 원료 부두에서 컨베이어벨트 롤러 교체 작업 중 기계에 끼여 1명이 연달아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최 회장 재임 시 포스코에서 작업 중 숨진 근로자만 14명에 달한다니 그에게 구체적인 해명과 대책,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당연할 터.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최 회장이 국민에게 들이민 건 2주짜리 진단서였다. 청문회 회피용이란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정치권의 맹비난이 계속되자 결국 국회에 끌려온 그는 '아픈 허리'를 두 번이나 숙이며 사죄해야 했다.

청문회 당일 첫 질의에 나선 김웅 국민의당 의원의 촌평은 아마 최 회장의 가슴에 날카롭게 벼려진 비수처럼 꽂혔을 듯하다.

김 의원은 그가 제출한 요추부 염좌상 진단서를 두고 "그 진단서를 내라고 한 사람은 아마 증인의 친구라기보다는 적일 것"이라며 "요추부 염좌상이나 경추부 염좌상은 주로 보험사기꾼들이 내는 건데 주식회사 포스코 대표이사께서 내실 만한 그런 진단서는 아니라고 보인다"고 꼬집었다. 

국내 재계 순위 6위이자 철강 분야 글로벌 일류기업 포스코를 이끌어온 수장이 한낱 보험사기꾼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니. 영욕의 자리인 포스코 회장이 역대 겪었던 수모 중 이처럼 참담한 꼴을 당한 적이 또 있었던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혹시라도 김 의원의 말대로 진단서를 내라며 급이 낮은 꼼수를 권유한 참모나 측근이 있었다면 그 사람은 최 회장을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작정했는지도 모르겠다.

만일 최 회장이 정말 견딜 수 없이 허리가 아팠다 하더라도 그의 책임있는 사과를 기다려온 국민, 누구보다도 애가 탔을 산재 사고 유족들과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고인의 영령 앞에 그가 던진 진단서 한 장은 새털처럼 가볍기만 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그가 공들여 내건 '위드 포스코(with POSCO)' 슬로건도 '억지 춘향식' 사과라는 인식 앞에 허언이 돼버렸다.

이날 청문회에서 그는 연거푸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환노위 여야 의원들도 최 회장을 향해 한 목소리로 비판을 가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근로자들에게 일터 사고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발생해 목숨까지 앗아가지만, 정치권과 기업인 간 사후 공방은 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 교훈 없이 마무리된다.

물론 '아픈 허리'로 비난의 화살을 한몸에 받은 그는 충분히 억울할 수 있다. 이날 청문회에 나온 나머지 8명의 기업 대표들에게 안겨줘야 할 산재 사고의 무게감도 최 회장만큼이나 크다.

하지만 그는 이날 청문회에 나와 누굴 위해 '아픈 허리'를 숙였을까.

고인을 비롯한 산재 피해자와 그 가족들, 안전한 사회를 꿈꾸는 국민, 막말하며 호통치는 여야 의원들,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할 관계 당국, 만장일치로 연임을 추천한 이사회, 주주 등 이해관계자.

복잡한 속내를 알 길은 없지만, 분명한 건 최 회장의 숙인 '아픈 허리'의 방향이 사과의 진정성과 함께 의심 받고 있다는 점이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