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문대통령 '종전선언' 제안에 이틀째 화답...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다시 동력 얻나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9-26 02: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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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존중 유지되면 종전선언·남북정상회담 논의할 수도"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진전에 문대통령의 촉진역 다시 기대감

전날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하루 만에 “남북 정상회담 등 건설적인 논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담화를 다시 내면서 그 진의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종전선언’ 제안과 관련해 북한이 화답하면서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멈춰선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임기말 다시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수뇌상봉(정상회담)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이틀연속 화답해 남북관계 회복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2018년 2월 방남한 당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국립중앙극장에서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 발표 이후 남한 정치권을 주시했다면서 “경색된 북남 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하고 평화적 안정을 이룩하려는 남조선(남한) 각계의 분위기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우리 역시 그 같은 바람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그러나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적대적 언동 등이 없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김 부부장은 전날(24일)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문 대통령이 제76차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하며 남측이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관계 회복을 논의할 용의까지 있다고 호응했다.

전날 담화에서 김 부부장은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며 “장기간 지속돼오고 있는 조선반도(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상태를 물리적으로 끝장내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의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종전이 선언되자면 쌍방간 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며 “선결 조건이 마련돼야 서로 마주 앉아 의의 있는 종전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며 북남관계, 조선반도의 전도 문제에 대해서도 의논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건을 걸었다.

이틀 연속 담화에서 김 부부장이 반복해서 언급한 ‘이중기준’은 남측이 한미연합훈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국방비 증대 등을 진행하면서 자신들의 순항·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도발로 규정하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는 ‘이중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현존하는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의 군사적 환경과 가능한 군사적 위협들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미국·남조선식 대조선(대북) 이중 기준은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주장”이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이고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남조선은 미국을 본떠 이런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억지 주장을 내들고 한반도 지역에서 군사력의 균형을 파괴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 종전선언 관련 남북미 최근 주요 발언. [그래픽=연합뉴스]

김 부부장은 “지금 북과 남이 서로 트집 잡고 설전하며 시간 낭비를 할 시간이 없다”며 “북남관계 회복과 건전한 발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말 한 마디(를) 해도 매사 숙고하며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조선이 정확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권언은 지난 8월에도 한 적이 있었다”며 “앞으로 훈풍이 불어올지, 폭풍이 몰아칠지 예단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으로 북한의 대남·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한 그가 이틀 연속 담화를 내 남북관계 개선 시그널을 보냄에 따라 북한이 전격적으로 회담 테이블에 복귀할지 관심을 모은다.

특히 김 부부장이 ‘개인적 견해’임을 못 박긴 했지만, 종전선언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는 물론 남북정상회담까지 언급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청와대로서는 문 대통령이 다시 한번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간극을 좁혀 비핵화 협상을 진전되도록 하는 촉진역으로서 활동할 공간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미국 국방부가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다”고 언급한 점도 청와대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이 회담 테이블에 복귀한다면 임기 말 남북 관계의 급진전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미국이 모두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종전선언 논의와 비핵화 협상을 급진전시킬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은 언제나 대화와 협력”이라며 “나는 남북 간, 북미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한다. 대화와 협력이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한반도에서 증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이어 “나는 두 해 전, 이 자리에서 전쟁불용과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을 한반도 문제 해결의 세 가지 원칙으로 천명했다. 지난해에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다”며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오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며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남북한과 주변국들이 함께 협력할 때 한반도에 평화를 확고하게 정착시키고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그것은 훗날, 협력으로 평화를 이룬 ‘한반도 모델’이라 불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과 하와이 방문 등 3박5일 동안의 미국 순방을 마친 뒤 귀국길에 가진 23일(한국시간) 기내간담회를 통해 종전선언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야권의 공세를 겨냥해 “종전선언에 대해서 너무 이해가 참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직격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은 사실은 2007년 10.4 공동선언에서 3자 또는 4자에 의한 종전선언을 추진한다고 이미 합의가 되었었다. 그때도 3자는 남북미를 말하는 것이었고, 4차는 남북미중을 말하는 것이었다”며 “이미 3자 또는 4자에 의한 종전선언에 대해서 미국도 중국도 이미 동의가 있어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또 한 가지 종전선언의 개념에 대해서 이해가 좀 없는 부분인 것 같은데, 종전선언은 평화협정하고 다르다”며 “정전협정 다음에는 평화협정이 이루어져서 평화협정까지 체결되어야 전쟁 당사국들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인데, 정전협정으로 끝나고 평화협상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70년 세월이 흘러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전선언은 그런 비핵화의 협상이나 또는 평화협상에 들어가는 이른바 입구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제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상으로 들어가자 하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며 “종전선언으로서 현재의 법적 지위는 달라지는 것이 없고, 종전에 정전협정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는 여러 가지 관계들은 그대로 지속된다. 종전선언과 주한미군의 철수라든지 한미동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북한이 화답하는 형국이지만,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촉진역이나 남북대화 실현 가능성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기에는 여전히 난관이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대화 교착의 근본적 원인인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싸고 북미 간 이견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지금 상황에서 무작정 종전선언 대화를 하더라도 하노이 노딜과 같은 결과만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상들의 정치적 결단에 따른 선언이라는 점에서 ‘종전선언’은 '톱다운 방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2018년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남북미 대화를 추진하다가 하노이 노딜로 멈춰섰던 아픈 기억이 있다.

‘톱다운(Top-down) 방식’의 단점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실무협상을 병행하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선이 반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아 유동 변수가 적지 않다는 점도 부정적인 전망 요인으로 꼽힌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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