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열전] 핀트, 주식 잘 몰라도 쉬운 투자에 초점 맞추다

박종훈 기자 / 기사승인 : 2021-07-17 06: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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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에만 6년...당장 수익보단 다수의 간편투자 지향

ICT 기술의 발전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이와 무관한 산업을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주소.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업권으로 정평이 나 있던 금융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실용적인 아이디어와 기민한 조직으로 무장한 도전자들은 공룡 같은 금융기관을 상대로 종횡무진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의 활약은 어느 한 편이 죽고사는 식의 경쟁이 아니라, 기성 금융산업에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금융기관들이 핀테크 기업들의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는 것을 넘어, 체급에 걸맞지 않은 협력 구애(求愛)도 빈번하다.

핀테크 기업들의 미래, 나아가 금융산업의 훗날 모습은 어떤 그림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한 핀테크 기업들의 오늘 모습을 그린다.

- 편집자 註
 

▲사진 = 디셈버앤컴퍼니 제공

일본식 조어 '핀트(pinto)'란 말이 종종 쓰였다. 요샌 정작 카메라나 사진 등을 다룰 땐 포커스나 초점 등의 표현이 쓰이고, 간혹 꼰대들이 후배를 지적할 때나 들리는 단어.

포털 사이트에 '핀트'란 단어를 검색해 보면 이젠 다른 의미가 더 많이 찾아진다. 바로 오늘 이야기 주인공인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대표 정인영)의 대표 서비스인 '핀트(fint)'다.

지난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큰 화제였다. 기대와 예상과 달리 알파고의 완승으로 끝난 이후, 세상은 온통 AI의 천지가 됐다.

이게 다 세상에 이슈를 떠벌이는 미디어 종사자들이나 정책을 입안하는 공무원들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처럼 공상과학 소설로 과학을 배운 문과들이라 그렇다.

아무튼 그 즈음 AI를 기반으로 한 로보어드바이저(RA)라는 새로운 금융서비스 개념이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한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의미를 짐작케 하는 로봇 자산관리자문가는 희대의 이벤트 덕에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급부상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토종 RA 스타트업이 하나둘 간판을 달고 서비스를 시작한다.

제3자로 관찰하면서 재미난 점은, 기술력은 물론 서비스 그 자체가 금융산업의 첨단에 서 있다는 업종에서 심심치않게 백년전 요릿집들처럼 원조 논란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과연 이들 스타트업들 중 자기 입으로 원조라고 주장하려는 데가 얼마나 있을까? 다 호사가들의 입방정으로 사태가 부풀려지는 꼴.

아무튼 원조논란과 무관하게 법인 설립과 서비스 출시 시점을 훑어보자면,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설립일은 2013년 8월 19일, 핀트 출시일은 2019년 4월 16일이다.

법인 설립을 기준으로 보면, 동종 기업들 중 가장 오래됐다.

두물머리(대표 천영록)가 2015년 9월 30일 설립에, 불릴레오 서비스 출시가 2019년 12월 17일. 파운트(대표 김영빈)의 설립은 2015년 11월 9일이고 서비스 출시가 2018년 5월 23일. 에임(대표 이지혜)이 2016년 4월 15일 설립에 서비스 출시는 2016년 12월 22일이다.

법인 설립은 가장 이르면서 핀트 서비스 출시는 늦다.

디셈버앤컴퍼니는 '기술이 금융을 변화시킨다'라는 생각으로 6년 동안 오롯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위한 기술개발과 연구에 매진했다고 말한다.

2021년 7월 15일 기준 임직원은 82명인데, 이들 중 대다수가 수학, 과학, IT 등 종사자. 면면의 학력과 이력도 대단하다. 프린스턴대,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등 국내외 유수 대학 이공계 출신들이며, 네이버, 엔씨소프트, 삼성전자, SK플래닛 등에서 빅테크 서비스를 만들어 왔던 인력들이라고.

회사의 대표인 정인영 CEO와 기술부문과 정보보호 책임을 맡은 송인성 CTO는 1979년생, 1980년생으로 나란히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나온 선후배 사이다.

핵심 서비스인 핀트의 개략적 지표를 보자면. 누적 회원 수는 50만명 이상, 누적 투자일임 계약 수는 12만5000건 이상, 투자일임액(AUM) 규모는 597억원 이상이다.

특히, 회원들의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20대가 52%로 가장 많고 30대가 26%로 그 다음이다. 2030세대가 78%.

40대가 15%, 50대가 6%, 60대 이상이 1%다.

기성 금융사인 KB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교보생명, 신한은행, 한국포스증권, 유진자산운용 등과 제휴하고 있다.

​사진 = 디셈버앤컴퍼니 제공

 


투자에 관심은 있지만 잘 모른다면?


RA 스타트업마다 자사와 서비스 소개의 가장 첫 머리에 들어가는 'AI 투자 전략'이란 표현은 투자엔 관심이 있지만 잘 모르는 이들에겐 무언가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어 있을 것처럼 들린다.

특히나, 디지털시대 정보량의 가늠이 모호한 세대(?)라면, 남들이 찾지 못한 정보를 찾아내 신통방통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점쟁이 플랫폼을 상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RA는 무슨 신통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계 분석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모델을 구성하고, 수시로 리밸런싱하는 기술을 근간으로 한다.

즉, 시간과 품이 들어 문제지 사람도 할 수 있는 일. 다만 시간은 멈춰있지 않으며, 흐르는 세월 속에 투자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기계가 각광받는 것이다. 체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마어마한 경우의 수 때문에 2016년 당시 이세돌 국수의 편을 들었던 이들이 상기할 대목이다.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빠르게 계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계다.

디셈버앤컴퍼니의 대표 서비스 핀트는 이런 자산관리 서비스를 간편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RA 업체들이 처음 생겨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서다. 미국의 금융산업은 한국과 달리, 세법이 복잡하고 동네가 넓어 개인자산관리 시장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하지만 이런 자산관리 서비스는 거부들이나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비용이 비싸다.

RA 기업들은 통신기술의 발달과 결정적으로 모바일기기가 발전하면서, 고액의 자산관리 서비스비용에 부담을 느낀 젊은 세대 고객들을 타깃으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곧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주름잡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생각보단 초기의 투자붐에 비해 성장세는 정체된 상태.

물론, '원조'면서 선두 국가니 미국 RA 업체들의 운용자산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업계서 추산하는 규모는 약 20조원 가량. 하지만 이는 미국의 투자자문업 시장의 1%가 채 안 되는 규모다. 따라서 혹자는 세간의 관심처럼 RA가 성공적일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건 미국의 얘기고, 한국의 상황은 좀 다를 수 있다. 미국 기업들처럼 정체기에 접어든다고 치더라도, 아직 국내 RA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몫은 남아있다.

디셈버앤컴퍼니는 이런 기조 아래, "금융상품이 아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고 대외에 알리고 있다. 투자일임으로 인한 수익률만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는, 고객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고 필요로 하는 부분을 즉시 개발해 제공하는 기술력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란 목표는 스타트업이라면 다 지향해야 할 가치임에 분명하다.
 

▲사진 = 디셈버앤컴퍼니 제공

 

대표 브랜드자 서비스인 핀트는 세부적으로 볼 때 두 가지 모듈을 기반으로 한다.

금융 플랫폼 모듈인 프레퍼스와 RA 서비스의 엔진 격인 아이작이 그것. 둘다 영문 약어면서, 나름의 의미를 포함할 수 있도록 네이밍한 게 재미있다.

프레퍼스(Prediction Runtime Environments For Automated Computing Engine)는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고유의 운용 플랫폼이다. 특징은 높은 확장성.

플랫폼의 경쟁력은 단순히 사용감이 빠릿빠릿하다거나 한눈에 보기에 미려하고 예쁘다거나 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UX/UI적으로 일차적인 인상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이들 RA 기업들처럼 스타트업에서 어느덧 기성 금융권에 안착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나 토스 등이 처음 선보였던 명료한 서비스화면과 간편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은 이미 금융산업에서 기본으로 자리잡았다.

역으로, 기성 증권사들의 트레이딩 시스템이 모바일 문화에 익숙한 요즘 고객들에게 얼마나 악명을 떨치고 있는지를 떠올려보면 알기 쉽다.

여기에 더해, 확장성이 뛰어난 플랫폼 모듈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다수의 기성 금융기업들과 제휴시, 혹은 기존에 영위하지 않던 다른 분야의 사업을 시작할 때 즉시 적용 가능한 모듈형 플랫폼은 큰 강점이다.

금융당국 역시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향후 금융산업이 기존의 폐쇄적인 구조에서 개방형으로 바뀌고, 업권이 분명하게 구획됐던 것에서 벗어나 융합형 금융산업이 자리잡으려면 꼭 필요한 역량이다.

프레퍼스가 사람의 몸이라면 아이작(Intelligent Strategic Asset Allocation Core)은 두뇌 역할이다.

오늘 기사서 가급적 안 쓰려고 노력 중인 'AI'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머신러닝 기술의 집약체. 인공지능 자산배분 엔진이라고 보면 된다. 앞서 설명한 프레퍼스 플랫폼에서 운영된다.

목표는 단순하다. 수백만 고객들이 동시에 안정적으로 적정 수준의 투자 성과를 내는 것.

이를 위해 글로벌 ETF 중 최적의 종목과 비중을 매일 결정해 자동으로 투자를 수행한다. 단계를 나눠보자면, 비중결정-종목선정-자동매매의 3단계인 셈이다.

정리하자면, 모델 포트폴리오(MP) 산출, 매매 실행 및 모니터링,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홍보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로보어드바이저에게 맡겨두는 이유는 뭘까? 다름아닌 송금이나 결제처럼 간편하게 투자하기 위해서다.

최소운용금 20만원이면 과거엔 고액자산가나 기대할 수 있었던 투지일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030 젊은 세대들에게 핀트가 각광받는 이유다.

이들의 미래는 어떨까? 디셈버앤컴퍼니는 2020년 10월 7일 KB증권, 엔씨소프트와 AI간편투자 증권사를 위한 합작법인을 출범했다. 기성 금융사와 핀테크, IT기업이 손을 잡은 것.

이들이 지향하는 서비스는 분명하다. 간.편.투.자.

핀트는 7월말 이를 위해 '핀트 2.0'으로 새롭게 업그레이드된다고 밝혔다. 핀트카드와 핀트페이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2019년 10월엔 자산운용사 최초로 직불,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를 할 수 있는 전자금융업 등록을 마치기도.

같은 해 12월엔 오픈뱅킹 서비스와 제로페이 결제 기능을 도입하기도 했다.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 CEO는 언론과 인터뷰 등에서 창업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초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각 분야 고급인력들과 함께 오랜 기간 개발에 전념했던 과정이 난관이었다.

"아, 이렇게 조직이 깨질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라는 말이 대변한다. 운용사라면 단기간 내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텐데, 만인을 위한 투자수단이라는 지향점을 놓치지 않았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트의 미래 생존에서 구체적 성과가 간과될 순 없다. 이는 디셈버앤컴퍼니를 비롯한 모든 핀테크기업들이 안고 있는 숙제다. 투자금으로 운영을 이어나가는 게 아니라, 과연 언제쯤 수익을 낼 수 있을까? 멍에를 벗을 수 있는 이들만이 미래에도 존속할 핀테크기업임은 분명하다.

 

[메가경제=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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