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의 똘레랑스] 고전음악진흥법 제정의 필요성② 클래식 공연과 전통예술, 대중예술과의 관계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 기사승인 : 2020-08-06 09: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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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신문=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1998년 IMF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의 흐름이 예술에도 그대로 불어닥쳤다. 즉, 공공기관에서도 경영의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주요 아트센터의 운영 주체가 민간으로 이전되었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국립합창단, 국립 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극단, KBS 교향악단 등이 민간 재단법인으로 전환되었고 예술성과 공공성, 즉 국가가 예술단체를 유지하여야 할 명목인 예술진흥과 문화복지라는 존재 이유보다 경영의 효율성이 더욱 중시되어 순수예술도 민간극장의 모든 상업적 콘텐츠와 무한 경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공연정책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공연을 어떠한 의미로 생각하는가의 관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① 예술적 가치로서 공연의 의미와 ② 산업적 가치로서 공연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③ 대중에게 정치지향성 없이 오직 공유와 소통의 가치로서 공연의 의미(사회정화의 기능)와 ④ 교육과 직업선택,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다른 교육을 받거나 직업선택, 문화향유를 하는데 있어서의 공연의 의미도(접근과 향유로서의 기능) 되짚어보아야 한다. 

 

공연법은 법의 목적에서 “예술의 자유를 보장함과 아울러 건전한 공연활동의 진흥을 위하여 공연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서 공연에 있어 ①과 ②는 국가가 고려하고 있지만 ③과 ④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담벼락에 써내린 글씨, [출처= 셀수스협동조합 고천성 캘리피스트 제공]

 

헌법 제22조 제1항의 예술의 자유는 건국헌법 제14조부터 현행 헌법까지 계속하여 명문화되어 온 천부적 기본권인 자유권에 관한 것이다. 그러한 인간의 예술의 자유는 법인도 주체가 되지만, 구체적으로는 법인 구성원들의 자유로 이해되어야 한다.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예술에게 유리하게’라는 예술법의 기본 원칙에 따라 예술의 영역은 그것을 업으로 하는 자보다 일반 대중에게 유형, 무형의 대화가 가능하게 되어야 함을 뜻한다. 

 

그러므로 고전음악 진흥의 문제는 일반인의 클래식의 접근권과 향유의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하고 예술의 자유가 이것에 종사하는 자에 국한하는 문제로 보아서는 곤란할 것이다.

예술의 자유는 예술 형성의 자유, 예술 표현의 자유, 예술가의 사회참여의 자유 전반에 걸쳐 보호되어야 하며 방어권, 보호권, 절차권, 사회권의 내용을 가진다. 

 

방어권이란 예술 활동을 저지, 방해하는 행위는 국가가 중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며, 보호권은 예술 활동을 제3자가 저지, 방해하는 경우 국가가 보호하는 권리이다. 

 

또한 절차권은 예술 활동과 관련된 조직과 절차를 보장하는 입법을 마련해야 함을 뜻하는 권리이고 사회권은 문화국가의 원리상 실질적인 재정적 여건을 보장하여 예술에 대한 실질적인 국가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함을 뜻한다.

그러므로 예술형성의 단계에서 일정한 예술을 형성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는 창작과정의 간섭이며, 예술표현의 단계에서 일정한 예술적 구상을 외부에 표현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는 예술표현에 대한 간섭이고, 예술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하거나 하지 못하게 예술가 등을 종용하는 행위는 사회참여에 대한 간섭이다. 

 

그러므로 이와 관련하여서는 입법이 되어서도 안되고 국가는 그러한 입법을 형성하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클래식, 고전음악과 관련된 법령으로는 헌법상 예술의 자유 이외에도 문화기본법, 문화예술진흥법, 공연법, 저작권법,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지역문화진흥법,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대중문화예술산업법, 예술인복지법,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과 공정거래관련법, 민법 등이 있다. 

 

국가가 책임운영기관으로 설치운영하고 있는 국립중앙극장,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정책방송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예술영재교육과 실기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고등교육법 제19조 제2항과 제57조를 근거로 한 한국예술종합학교, 문화예술진흥법 제37조에 근거를 둔 예술의 전당은 법적 근거 마련으로 예산을 직접적으로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고전음악을 유통·활성화하거나 어려울 때 긴급지원 등으로 고전음악업계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직접적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선 문화예술진흥법 제17조에 근거한 문화예술진흥기금을 고전음악이 활용하는 예도 극히 드물다. 

 

둘째, 현재 국내 뮤지션들의 해외공연을 지원하기 위한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하는 법률안이 2019년 10월 성일종 의원을 주축으로 발의되었으나 통과할지는 미지수인데다가, 국내 뮤지션 지원사업을 발의한 성일종 의원 역시 BTS를 더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서 대중예술 뮤지션이 아닌 국내 클래식 뮤지션을 지원하는 사업비로 받을 수 있는지 고전음악계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고전음악은 국악이 처한 여러 사정과도 다르고 일반 대중음악이 처한 여러 사정과도 달라서 예술진흥지원과 문화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악은 전통예술을 통한 국위선양이라는 뚜렷한 지원정책을 통해 국악사양성과 국립국악, 전통예술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제62조 제2항 및 교육공무원법 제33조 제2항에 따라 직업상 보호되고 있다. 

 

또한 예술적 가치로서도 그 이유를 타당하게 제시하고 있는데, 전통음악, 전통무용, 전통연희를 포함한 전통예술은 같은 공연예술임에도 창조적 계승을 위해 원형을 회복하여 국민의 일상에 돌려주고 국내외 전파를 통해 우리나라 문화의 우수성을 알린다는 점을 모든 국악지원사업에서 명확히 밝히고 있다. 


교육에서 창달까지 모두가 국가의 지원을 받는 순수예술지원 체계와 달리 대중음악은 창작부분, 유통부분, 소비부분 전반에서 순수시장성이 강조되어 왔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무용, 연극, 국악 형태의 공연물을 제외한 공연을 의미하며 방송물도 보도, 교양 분야의 영상물은 제외하고 영화 및 비디오물, 음악과 이미지를 활용한 제작물 등을 대중문화예술산업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고전음악이 설 자리는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은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 국악, 사진, 건축, 어문, 출판 및 만화라고 하고 있는 바 고전음악은 음악의 하나로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강구한 문화예술 진흥에 관한 시책상 고전음악 예술활동을 권장, 보호, 육성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적극 마련해 달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이다.

 

이때 문화예술 진흥시책은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한 건전한 생활문화의 개발, 보급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여야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와 같은 시책을 수립하면서 고전음악 관련 문화예술기관 및 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지 않은 것은 미비점 있는 문화예술 진흥시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고전음악은 이제 자신 스스로의 음악과 이를 유통하기 위한 공연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기초예술로서 고전음악을 지원하는 체계를 국가에게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흔히 고전음악 분야 종사자들은 “우리는 국악이나 무용과 똑같이 어려워요” 라고 말하지만 국악은 전통예술로서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지원체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무용과 고전음악을 똑같이 보는 것은 문화예술진흥법상 분류한 음악과 무용이라는 명확한 분류체계에서 분류는 그 지원 목표가 다름을 의미하기 때문에 동종으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우리 법은 명확히 문화예술에서 음악과 무용을 장르에서 구별하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문화복지는 여가의 질을 의미한다. 고전음악은 순수음악으로서 대중음악을 더욱 진흥시킬 수 있는 디딤돌일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하여 종사하는 사람들의 직업을 지켜줘야 대중음악의 진흥 등으로 연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스스로 음악에게 다가가고 다른 사람의 연주를 경청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소통의 가치가 높은 근간(기초)예술이라는 점에서 예술진흥의 사각지대로 점차 소멸되어 가는 예술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고전음악 업계의 2020년 상반기 매출 성적표는 27억원에 불과하였다. 오랜만에 듣게 된 국내 내로라하는 교향악단의 연주는 대부분 맥이 빠져 있고 작년 기량의 반도 미치지 못하는 연주의 수준을 들려주고 있었다.


우리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콩쿨에 입상한 연주자들을 해외 에이전시에 대부분 빼앗기고서도 여전히 클래식 예술경영에 있어 적절한 매칭과 기획이 부족하고 여러 가지 경영상 장애들을 그대로 소거하지 못해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국가가 고전음악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고전음악의 향기를 국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정책적 결단을 내려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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