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고발 사주' 의혹 대선정국 예측불허 충격파...공수처 강제수사 착수·제보자 공개 인터뷰 등 급물살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9-11 11: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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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김웅·손준성 압수수색..김 의원실서 11시간 극한대치
김웅 압수수색에 野 “명백한 야당 탄압”...與 “자초한 일”
윤석열 공수처 입건 조치에 “입건하라 하십시오”
대검, 선거법 위반 혐의에 집중…고강도 감찰 나설 듯
조성은 “내가 제보자...김웅이 ’대검에 고발장 내라‘고 했다”
보도 전 박지원 국정원장과 만나...박지원 “의혹 관련 언급 없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범여권 인사들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된지 일주일을 넘어서면서 예측불허의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공수처가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고 익명의 공익신고자가 직접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경과와 입장을 밝히는등 전개상황에 따라 대선 정국의 판도를 뒤흔들만한 메가톤급 뇌관으로 부상했다.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가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대검찰청의 진상조사도 수사·감찰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검사 5명을 포함한 23명을 보내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핵심 당사자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나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압수수색 대상은 김 의원의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지역구 사무실과 주거지, 손 검사의 대구고검 사무실과 주거지 등 5곳이다.

이번 사건은 윤석열 전 총장 재직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준성 검사가 지난해 총선을 앞둔 4월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들과 기자들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에 보도되며 불거졌다.

김 의원은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윤 전 총장과 손 검사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비밀누설·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에 공수처는 지난 8일 이 단체 김한메 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벌였다.

공수처는 고발된 4가지 혐의를 모두 적용해 9일 윤 전 총장과 손 검사를 입건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한 데 이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손 검사와 김 의원의 사무실·자택에 들이닥쳤다.

공수처 관계자는 "고발에 따른 입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대검은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 검사의 대구고검 압수수색은 이날 정오까지 3시간에 걸쳐 마무리됐지만, 김 의원의 압수수색은 난항을 겪었다.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공수처 수사팀이 국회 김 의원실에 도착했을 때 김 의원은 자리에 없는 상태였다. 직후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현장을 찾아 "과잉수사 아니냐"고 항의했다.

▲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나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국민의힘 측은 공수처가 영장을 보좌관에게만 제시했다는 점을 근거로 공수처의 집행이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고, 11시간의 극한대치 끝에 결국 공수처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9시 18분께 의원실을 떠났다.

공수처 관계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압수수색을) 중단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압수수색 중단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향후 재집행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김웅 의원 사무실에 대한 공수처의 압수수색에 대해 "야당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지지부진, 세월을 늦추기만 하다가 여당 측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전광석화처럼 기습남침한다"며 "심각한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며 "고발장이 접수되자마자 전광석화로 영장을 집행한 공수처 사례가 지금까지 있었나"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는 "불법성에 따라 영장의 효력은 상실했다"며 "만일 공수처가 추가 절차를 진행하려면 법원의 판단을 받아올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김웅 의원에 대한 공수처의 압수수색에 대해 당연한 귀결이라면서 김 의원의 수사 협조와 조속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소영 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자발적 해명으로 밝혀질 수 있던 진실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으로 귀결됐다"며 "국민의힘과 김 의원 자신이 자초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 물타기와 꼬리 자르기가 아닌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야 하고, 김 의원 역시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본인이 밝힐 수 있는 진실을 국민 앞에 꺼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수처 수사와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대검찰청의 진상조사도 수사·감찰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검 감찰부는 10일 "공수처 '고발 사주' 의혹 수사와 중첩되지 않는 범위에서 절차대로 진상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공수처 수사와 별도로 기존 조사는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대검이 공수처와 겹치지 않는 범위에서 강제수사를 여전히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가 수사로 전환되면 양 기관이 동시에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게 된다.

실제로 진상조사를 진행 중인 대검 감찰3과는 최근 선거수사나 포렌식 경험이 많은 검사 5명을 충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제수사 전환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공수처가 윤 전 총장까지 입건하며 전방위 수사를 개시한 만큼 대검으로서는 수사보다는 고강도 내부 감찰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공수처와 대검이 동시 수사에 나설 경우 야권으로부터 대선을 앞둔 '정치 수사'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공수처가 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단독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검은 "공수처가 요청하면 최대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라고 밝힌 조성은 씨가 10일 저녁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제보자가 맞다며 그간의 경과를 설명했다. ['JTBC 뉴스룸' 캡처]

이런 가운데 고발사주 의혹의 제보자로 유력하게 지목됐던 조성은 씨가 10일 조선일보와 JTBC에 "내가 제보자가 맞다"며 고발장 자료를 전달받은 과정과 자신의 입장 등을 밝혀 사건 국면은 또다른 단계로 접어든 느낌이다.

지난해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을 지냈던 조씨는 조선일보에 자신이 이번 의혹을 언론에 제보했고 동시에 공익신고자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의혹에 대한 윤 전 총장의 국회 기자회견을 보고 내가 공익신고자임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고발 사주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모두 부인하면서 뉴스버스가 보도한 고발장 초안 등을 출처나 작성자가 없는 괴문서라고 깎아내린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또한 검찰이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라고 한 것을 두고 "요건도 맞지 않는 사람을, 언론에 제보하고 다 공개한 사람을 느닷없이 공익제보자로 만들어주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0일 저녁 JTBC 뉴스룸은 사전 녹화로 진행된 약 17분 길이의 조씨 단독 인터뷰를 방송했다.
 

▲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라고 밝힌 조성은 씨가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자료가 있는 USB와 핸드폰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하고 포렌식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JTBC 뉴스룸 캡처]

조씨는 이 인터뷰에서 고발 사주 의혹의 언론제보 경위와 수사기관 제출 자료, 김웅 의원과 자료를 주고받은 방식,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 이유, 특정 캠프 연루 의혹, 제보자임을 밝힌 이유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씨는 우선 “일단은 제보의 부분에서는 제가 조금 달리 말씀을 드리겠지만 일단 대검찰청에 혹은 그 이후에 다른 수사기관에 제출한 본인이 맞다”고 제보자가 본인임을 밝혔다.

다만 뉴스버스에 제보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제보라기보단 사고였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조 씨는 “USB와 당시 사용하던 핸드폰, 그리고 최근까지 이미징 캡처 등에 사용했던 핸드폰 원본 3매를 각 수사기관에 직접 제출해 포렌식 절차에 참여했다”며 이날 그 원본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언론과 페이스북에 자신이 제보자가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던 데 대해서는 “이미 언론 보도되기 전에 수사기관에 (USB, 핸드폰 등) 제출을 먼저 했고, 그 다음에 수일이 걸리는 절차를 마치고 나서 제 입장이 정리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김웅 의원과 SNS 대화방을 통해 고발장 등의 자료를 주고 받았는지에 대해선, ”2020년 4월 3일날 거의 처음 기사 하나와 내용을 보낸 게 첫 대화의 시작“이었다며 ”(김웅 의원이)갑자기 100장에 가까운 이미지 파일을 일방적으로 전송했다"고 밝혔다.

조 씨는 SNS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에 대해서는, "너무 당연하게 (김웅 당시) 후보자 캠프 사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라고 밝힌 조성은 씨는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김웅 의원이 자료를 넘기면서 특별하게 했던 말이 있느냐'에 대해 묻자 "대검에 접수하고 중앙지검은 절대 안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JTBC 뉴스룸' 캡처]


조 씨는 '김웅 의원이 자료를 넘기면서 특별하게 했던 말이 있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꼭 대검찰청 민원실에 접수해야 하고, 중앙지검은 절대 안 된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조 씨는 특정 캠프와 연루됐다는 의혹 제기와 관련해서는 "(김웅 의원과 윤석열 총장의) 기자회견 내지는 어떤 언론보도를 보면서 굉장히 황당하고 모욕을 당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에 나오는 후보들이 다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이라고 덧붙였다.

압수수색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난 김웅 의원은 "총선 때 제가 어떤 자료를 전달했으면, 그 분(조 씨)에게 한 게 제 기억에 거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조 씨에게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대검에 하라고 말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저한테 제보한 사람의 요구사항도 같이 전달했다는, 그런 부분도 거짓이다, 참이다 라고 내가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은 10일 이른바 고발 사주를 지시한 증거가 나오면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금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예비후보 국민면접에서 "만약에 지시한 정황이나 증거가 나오면 사퇴해야 되지 않겠나"라는 면접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질문에 "안했는데 가정적으로 그렇게 답변하는 자체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 시그널 면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 전 총장은 '재직 당시 직속 하급자였던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문제의 고발장 초안을 준 사실이 확인된다면 관리 책임자로서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확인된다면 대검의 어느 직원이나 검사라고 하더라도 총장으로서 제대로 살피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께 사과할 수 있겠지만, 현재 진행중이니까"라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면접을 마친 뒤 '공수처의 입건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건하라 하십시오"라고 답변했다.

한편 TV조선은 뉴스버스가 고발 사주 의혹을 보도하기 3주 전인 지난달 11일 조 씨가 서울 시내 롯데호텔 식당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TV조선과 통화에서 조 씨와 만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고발 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된 대화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회동과 관련해 김웅 의원은 기자들에게 "추정으로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제보자가 누군지 알게 되면 매우 충격적인 이유들과 제보의 목적, 이런 것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꼭 여권의 누구라고 지금 다 얘기하긴 어렵다. 특히 지금은 대선 정국이라는 민감한 상황"이라며 "지금 공수처 수사가 들어오는 건 대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함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김웅 의원에 대한 공수처의 전날 압수수색과 관련, 11일 오전 서울남부지검에 김진욱 공수처장과 압수수색 수사진 5명 등 총 6명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불법 압수수색 등 2가지 혐의로, 국민의힘은 참고인 신분인 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당 명의의 고발장 제출에는 전주혜 원내대변인과 권오현 법률자문위원이 함께했다.


대선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이번 사건은 검찰이 제1야당으로 하여금 여권 정치인 등을 고발하게 했느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검찰의 정치 중립훼손, 검찰권 사유화 여부와 직결되는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으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관련 당사자나 야권 일각에서는 정치공작이라는 또 다른 의심도 여전히 보내고 있다.

결국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오든지 간에 대선정국에 예측불허의 폭발력을 불러올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만큼 자료와 정황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의심과 사실관계에 접근하는 증거 수사에 힘을 쏟는 수사 당국의 엄정중립이 요구되고 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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