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통화' 일부 방송 허용...대선판 뇌관 되나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01-15 12: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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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 일부 인용...수사·사생활·언론불만은 제외
방송 '공익 목적' 인정..."수사 부분은 진술거부권 등 침해 우려"
국힘 "대단히 유감...강력 대처"...민주 "국민상식에 부합"
"MBC 제작진, 사법부 결정 존중 방송금지 내용 보도 안할 것"

20대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이른바 ‘김건희 7시간 통화’를 둘러싼 방송 적격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의 일부 허용 결정으로 곧 전파를 탈 김씨의 ‘육성’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4일 법원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45분 분량 통화녹음 파일 중 수사·사생활·언론부문을 제외한 일부 방송을 허용했다.

이와 관련해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 제작진은 이날 김씨 통화녹음 내용 중 법원이 방송을 금지한 일부 발언을 향후 보도 내용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박병태 수석부장판사)는 14일 김씨가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 법원은 14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는 김씨 모습.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김씨가 대선후보인 윤 후보의 배우자로서 언론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받는 ‘공적 인물’이며 그의 사회적 이슈 내지 정치에 대한 견해는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고 허용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MBC의 방송이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개토론 등에 기여하는 내용이기에 단순히 사적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신청한 부분 중 수사 관련이나 사생활, 언론사나 사람들에 불만을 나타낸 부분 등과, 이미 MBC가 방송하지 않기로 한 사적 대화 부분 등을 제외한 다른 부분의 방송만 허용했다.

MBC는 16일 오후 8시 20분 시사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 김씨가 서울의소리 소속 이모씨와 지난해 통화한 7시간여 분량의 녹음 파일과 관련한 내용을 방송할 예정이다. 김씨 측은 이 내용의 방송을 금지해달라며 지난 13일 오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었다.

이날 재판부는 방송을 금지해야할 부분과 관련해 “(김씨 관련)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김씨의 발언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바, 향후 수사나 조사를 받을 경우 진술거부권 등이 침해될 우려가 커 보이는 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부분에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 내지 발언 등을 한 언론사 내지 사람들에 불만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다소 강한 어조로 발언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유권자의 적절한 투표권 행사 등에 필요한 정치적 견해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정치적 견해 등과 관련 없는 일상생활에서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나올 수 있는 내용에 불과한 것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이 부분은 방송 등의 금지가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금지 부분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김씨 관련 수사에 대한 그의 발언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정치적 발언과 신변 관련 발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법원이 김씨의 통화녹음 일부 방송을 허용한 것에 대해 “불법 녹취 파일을 일부라도 방송을 허용하는 결정이 나온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특히 선거를 앞두고 공영방송이 취재윤리를 위반하고 불순한 정치공작의 의도를 가진 불법 녹취 파일을 방송한다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언론의 기본을 망각한 선거 개입의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향후 방송 내용에 따라 법적 조치를 포함하여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법원이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통화내용을 방송 금지해달라는 청구를 사실상 기각했다”며 “국민 상식에 부합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법원은 김씨의 수사기관에서의 방어권을 인정하면서도 김씨의 발언을 방송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국민의힘은 MBC의 방송편성권을 침해하려 한 언론탄압에 대해서 분명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후보 부부와 국민의힘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공개되는 김씨의 발언 내용에 대한 국민적 판단 앞에 겸허하게 임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측은 법원의 결정이 나온 이후, 김씨가 기자와 통화한 내용 가운데 총 9개 발언에 대해 방송 금지를 신청했으며, 법원은 이 가운데 2개 발언만 방송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김씨가) 수개월 전 발언을 구체적으로 기억할 수 없어 (MBC) 장인수 기자가 반론 보도를 (위해) 요청한 3개 발언, 소위 쪽글로 유포된 6개 발언에 대해 예비적으로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 녹음 파일에 포함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법원 결정에 따르면 위 9개 발언 중 2개는 방송할 수 없고, 5개는 MBC에서 재판 과정에서 방송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나머지 2개는 법원이 허용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법원의 이날 “일부 인용” 결정과 관련해 “보도의 공익성을 인정한 판단”이라고 해석하면서 법원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스트레이트’ 제작진 입장을 전했다.

노조는 “‘스트레이트’가 준비 중이던 김건희 씨의 통화 녹취록 보도 가운데 일부 발언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은 모두 방송이 가능하다고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대선 후보의 배우자를 검증하는 MBC의 보도는 공익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풀이했다.

노조는 또 “재판부는 국민의힘과 김건희 씨가 끊임없이 주장해 온 ‘사적대화 몰래녹취 파일의 불법성’에 대해 법 위반이 아니며 취득 과정에도 불법성이 없었다고 정리했다”며 “김건희 씨가 언론의 검증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유력 대선 후보의 배우자로서 언론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공적 인물’에 해당한다고 봤다”고 전했다.

노조는 다만 "사법부의 판단에 아쉬운 점은 있다"며 “재판부가 방송에 내지 말라며 ‘일부 인용’한 내용 중에는 제작진이 판단하기에 김건희 씨의 세계관과 언론관을 검증할 수 있는 핵심적인 발언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작진은 여전히 해당 발언들이 국민과 유권자의 알 권리를 위해 반드시 보도가 필요한 내용이라고 보고 있지만, 겸허히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여 방송 내용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이날 법원 결정이 일단 나오긴 했지만 ‘김건희 7시간 통화’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김씨 측 대리인은 이날 심문에서 MBC가 방송을 강행할 경우 김씨의 명예와 인격권이 회복될 수 없다며 MBC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와 형사 고소를 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또 국민의힘 측은 이번 가처분 신청과 별개로 김씨 통화 상대방인 이씨와 서울의소리, 여권 성향 유튜브 채널인 열린공감TV 등에 대해서도 서울중앙지법에 녹음파일 공개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아울러 이씨를 형사 고발한 데 이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결정에 따라 MBC가 예정대로 방송할 경우 16일 저녁 김씨의 통화 발언이 전파를 타게 된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은 20대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김건희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쥴리 논란', '허위이력 논란' 등과 관련해 김씨의 통화 내용이 보도될 때마다 대선 정국이 출렁였던 터라, 이번에도 상당한 여파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방영을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내고, 더불어민주당은 ‘언론 재갈 물리기’라며 비난하며 거센 대립각을 이어간 것도 이런 민감한 셈법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김건희 변수’가 뇌관 구실을 해 또 한 번 대선판을 크게 뒤흔들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 정도로 그칠지, 여야 정치권은 방송을 앞두고 초긴장 모드에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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