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의 똘레랑스] 미술품 유통 지원법 제정의 불씨를 되살리자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기자 / 기사승인 : 2021-01-14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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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하여 미술계도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전국 500여개 화랑의 미술품, 고미술품 전문가들의 미술품 판매는 아는 몇몇 화랑과 통화만 해봐도 정말 숨만 쉬고 있는 분위기였고, 케이옥션과 서울경매 양축을 포함한 국내 경매사 8곳의 온오프라인 경매는 지난해에 비해 절반 가까이 매출이 감소했다.

일단 국내 경매사의 해외 법인들의 부진이 큰 문제가 되었는데, 홍콩 경매의 경우 아예 경매가 진행되지 못한 것이다.

그밖에도 미술시장의 양축인 투자시장과 감상시장 모두 코로나19로 인하여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감상시장이야 코로나19의 안개가 걷히면 홍보의 문제나 복합문화공간 등으로 거듭나서 불황을 타결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투자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는 고스란히 남는다.

미술시장의 어떤 것까지 미술품이고 미술품의 객관적 가치는 무엇이며 이 가치를 평가하는 많은 감정 인력에 대한 사회적 욕구라는 부분은 여전히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 [출처= 픽사베이]


먼저 미술품에 대해 조수를 쓰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었으나, 오직 사인만 하거나 지시만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창작자라고 보기 곤란하다는 현 저작권법 체계 위에 조영남 사건은 워낙 말을 아끼는 미술계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비록 저작권법이 아니라 형법상 사기죄 여부를 판단하는 사건이었지만, 사람들은 미술품 아이덴티티에 대해 근본적인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성실하게 공부해오던 미술학도들에게 상당한 고민을 남긴 판결이었다.

둘째, 미술품의 객관적 가치에 대해서는 현재 이것을 다루는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거의 단독 리드해 나가는 추세이다 보니(한국화랑협회,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등도 시가감정하지만 대외적 공신력은 좀 어려워보인다) 여전히 합리적인 복수의 가격 제안이 대중의 미술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이우환, 김환기 등 거장의 작품이야 세계적인 평가와 유사하므로 상관없지만 블루칩 인기작가의 작품도 유찰되는 예가 많을 뿐 아니라 제안된 가격 추정가 하한선에서 낙찰되고 있다는 것은 그러한 불신의 반증이고, 대부분 대중은 감상을 위한 중저가 작품만을 구매하는 것이다.

셋째, 미술품 가격에 대한 혼란은 대중이 미술품을 접근하고 관람하는 미술관의 컬렉션 부족으로도 이어져 국민 문화향유의 질이 떨어졌다.

무엇보다도 예술의 영역에 지나치게 공무원적인 요구를 하여 런던의 테이트 모던, 뉴욕의 모마, 파리의 퐁피두에 비하여 국내 국립미술관의 컬렉션 현실이 국민들의 미술품 이해 수준을 낮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작품수집업무지침사건(마르셀 뒤샹의 작품인 여행용 가방을 구입하는 중 복무상 의무 위반을 관장의 해지사유로 볼 것인지를 다툰 사건)을 보라.

미술품 감정에 대해 영국은 국가의 지원 없이도 소더비, 크리스티, 본햄스 등 경매회사 내 단독팀이 가치평가 기준을 연구하고 보험가입, 세금 등을 연구해 나가고 있고 이것을 국제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수준이다.

한편 미국은 미 의회가 인정해준 비영리기관가치평가재단의 표준가치평가실무기준을 전국 화랑이 사용하고 있고 도제식 방식으로 안목 감정을 전수해주고 있다.

어찌했든 시장가격 그 자체에 대해서는 국가가 관여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전문인력의 배출을 위한 법 지원은 분명히 할 수 있다.

미술품 감정 인력의 부족은 미술품 시장의 경쟁력 부족과 직결된다. 미술품 감정인력을 양성하여 위작을 판별하고 가치평가를 통해 시가를 제안하는 것은 한국미술품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하다.

어차피 유명하지 않은 사람의 작품을 위조하는 일은 드물겠지만 원본이란 보증서는 전시권이 공중송신권보다 여전히 가격이 높아야 하는 희소성을 주고 있으므로 원본의 위치와 내용 등의 아카이브 구축은 시장의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부분이다.

그러한 인력에 대해 공인경매사 제도가 되었든 대학 내 인력양성 학위과정을 개설하도록 하든 아카이브와 보존과학이 발달하는 현재 미술 사학자나 박물관 학예사 등만으로는 미술품 감정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미술품 유통지원법은 3차례나 국회에 제안되었으나 회기가 끝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폐지되었다.

미술품의 가치평가는 보험, 세금, 국립미술관 컬렉션 부족 등 다양한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 미술품 양도소득세가 시행되어 구매심리가 위축되어 있는 현실에서 미술품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부금 관련 세제지원도 손봐야 할 것이다.

현재 미술품이나 골동품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작고한 작가의 작품 중 10년 미만을 보유한 6천만원 이상 미술품 거래 차익 20%를 소득공제해준다. 그러나 소득공제도 점당 손금산입한도 500만원이지만 6천만원까지 해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정 기부는 개인 100% 법인 50%, 지정 기부는 개인 30% 법인 10% 소득공제혜택을 받지만 미술품 기부는 객관적 가격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대로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양도세 같은 경우 세금이 문제가 아니라 거래내역이 공개됨으로 인해 기업이 미술품 양도나 기부 등을 꺼리게 되어 미술품 구매에 상당히 소극적이 된 것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미술품 가격의 공신력이 있는 영국은 미술품을 기부하면 소득공제가 한도없이 적용되어 세금을 많이 내는 해에는 이런 기부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아카이브의 왕국’ 프랑스는 미술품 기부에 대해 개인은 66%, 법인은 60%를 세액 공제한다.

결국 미술품 가격에 대한 부족한 공신력은 가난한 작가들만 미술품을 미술관에 기증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문화상품에 대한 양도 차익에 대한 이해를 시장과 국세청이 다르게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상황이 어려움을 겪으며 온라인 미술 플랫폼의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이를 파고들어 버즈아트는 포스코기술투자,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의 투자를 받았고, 세계적으로 온라인 경매는 미술계 불황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당 미술품의 거래 아카이브 등 보존과학을 통한 진위보증 여부, 미술품의 객관적 가치를 설명할 전문가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10대 거장 중심 외에 미술품 거래는 기대하기 어렵고 미술비평의 영역도 계속 줄어들 것이다.

국가는 미술품 유통지원법상 교육인력 지원과 시장 안정을 위한 질서 확립을 중심으로 또다시 제정에 박차를 가하여 한국미술시장의 경쟁력을 위해 불씨를 당겨야 한다.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칼럼니스트 소개=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은 2009년 법학박사학위 취득 후 한국지적재산권법제연구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인텔리콘연구소, 참저작권센터 등에서 근무하였으며 2018년 2월 해인예술법연구소를 개소하여 예술업계와 기술업계의 어려운 점과 적절한 정책을 매칭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민간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문화재지킴이지도사, 성균관 창덕궁 지킴이, 박물관 해설사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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