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인터뷰] 발달장애 평생 교육원 '아트림' 대표 김경희 "1인 1학급의 주체는 바로 부모와 아이"

연보영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6 17: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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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성장 교육 "공동체라는 개념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야"

[메가경제신문= 연보영 기자] 발달장애 평생 교육원인 ‘아트림’이 위치한 곳은 부천 번화가 중 한 곳인 신중동역 7번 출구 바로 앞이다. 고가도로 바로 건너편에 고층 주상 복합 아파트 단지와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 있고, 지하철역 출구에서는 분 단위로 인파가 쏟아져 나온다. 

 

평범한 도시의 분주한 거리. 그러나 환절기 유행병과는 다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엄습한 2020년의 풍경은, 많은 이들에게 마치 궤도 이탈의 순간처럼 낯설고 괴롭고 두려운 시간이다. 익숙해서 예상 가능했던 일상의 계획은 뒤틀리며 궤도에서 어긋나간다. 


유아·학령기의 발달장애 아동이 이용하는 치료 센터들이 주로 중심가에 위치하는 것과 달리,성인 발달장애인들의 활동지는 주로 한적한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 터라, 아트림의 주변 풍경은 다소 낯선 느낌이었다.

 

▲ 발달장애 평생 교육원인 '아트림' 김경희 대표. 

평생 교육원 주식회사 ‘아트림’은 순수 그림 전시와 공모전 정보 공유, 기업의 경영 활동과 사회적 이슈를 연계시키는 마케팅을 펼치는 예술 플랫폼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사익과 사회가 추구하는 공익을 동시에 얻는 게 목표인 코즈 연계 마케팅(Cause Related Marketing)을 시도하는 곳이다. 전국의 발달장애 작가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이곳에서 범상한 필모그래피의 주인공인 김경희 대표와 만났다. 

 

발달장애인 권한솔 작가의 어머니인 그는 발달장애 평생 교육원 아트림의 대표이자, 지역 장애인 단체의 원로이사와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이다. 또 예술과 사업을 연계하여 장애인 후원의 기초를 닦는 여성 사업가이기도 하다.

아트림에서 만난 김 대표는 흰 스니커즈에 흰 레이스 원피스 차림이었다. 번화한 도심에 자리 잡은 아트림처럼, 그의 패션도 낯선 느낌으로 다가왔다. 발달장애의 세계는 이렇게 견고한 편견으로 이미지화되어 있음을 자각한 순간이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이런 낯섦과의 마주침으로 시작되었다.

 "엄마 날개가 꺾였네...누군가 던진 한마디. 장애가 내 문제임을 자각한 순간이었다"

 



- 인간, 여자, 사회인으로서의 김경희 이전에 발달장애인의 어머니, 장애인의 엄마 김경희부터 먼저 이야기한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요.

▲ 내게 ‘장애’는 생소한 개념이었고, 장애인은 한솔이 이전에는 낯선 존재에 불과했어요. 광화문에 살았던 저는 성인이 된 이후로도 실생활의 공간에서 장애인을 만난 적이 거의 없었어요. 장애는 ‘나의 문제’가 아니었던 거죠.


장애가 내 문제가 되었던 순간을 돌이켜 보면, 모든 장애인의 엄마가 경험하고 공감하리라 믿지만, 정말 ‘비현실적’이었어요. 한동안 실감하지 못하고 꿈을 꾸듯 초현실적인 시공에 놓인 느낌으로 시간 속에서 허우적대는 거죠.

- 아드님이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은 언제, 어떤 경위로 알게 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처음에 현실을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 내 아이가 ‘다르다’라고 비교적 일찍 알아챘던 건, 제가 유아 교육 사업을 하고 있어서였습니다. 운영하던 유치원과 교육센터에서 많은 아이를 보아 왔기에, 저는 아이들의 성장기 발달단계를 잘 알았던 것 같습니다.


아들은 달랐어요. 내 아이가 우주의 궤도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다는 느낌. 다른 모든 발달장애 엄마들이 그렇듯 나도 아이를 품에 안고 세상 속을 뛰기 시작했죠. 


우리 아이가 뭔가 다른 건 아니죠? 이런 확인을 받기 위한 몸부림이랄까. 그렇게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뛰는 제게, 전문가의 영역에 서 있던 누군가 무심히 말했어요. “엄마 날개가 꺾였네…….” 


이 광활한 우주에서, 나와는 전혀 접점이 없다고 생각해왔던 ‘장애’가 바로 나의 문제였던 거예요.

◆ "남들보다 좀 더 일렀던 고민. 바뀌기를 기다린 게 아니라, 바꾸려고 노력했다"




- 홀로 우주 궤도를 벗어나 있는 존재라는 표현이 흥미롭습니다. 다른 장애와는 달리 ‘사회적 약자’ 이전에, 인간 본연의 존재로서도 이질감이 두드러지는 발달장애인을 선명하게 보여주는데요. ‘날개가 꺾였다‘는 말을 들을 때 일종의 사회적 선고같은 느낌이 들었을 텐데요, 한 아이의 엄마, 독립된 여성, 사회인으로서, 당시의 김경희는 어떻게 반응하셨는지요.


▲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장애와의 예기치 못한 맞닥뜨림은 너무도 비현실적이었어요. 냉철하게 현실을 판단하고 미래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어요. 열심히 치료에 매달렸죠. 노력한 만큼 장애를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고, 믿어야만 견딜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현실과 부딪치며 아들의 장애는 점점 내 현실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제도권에서 벗어난 이후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였어요.

- 지금 시대를 기준으로 해도, 상당히 이른 자각으로 보입니다. 아들의 성인기 이후 미래에 대해 다른 분들보다 일찍 고민을 시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 당장 부딪힌 ‘내 문제’이기 때문이었어요. 장애아와 그의 부모에게 있어 현 제도권은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지금까지 많은 부분이 발전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각종 물리적 체계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장애 인식 개선 노력도 좋은 결실을 이루었다고 봅니다. 

 

한솔이의 어린 시절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습니다. 도움 반이 없었기에 지금처럼 맞춤 수업이 없었죠. 선생님들도 장애에 대한 기본 정보나 이해도가 지금보다 떨어지기도 했고요.
그 부족한 부분을 엄마가 모두 메워야 했습니다. 

 

▲ 김경희 대표와 함께 한 양진혁 작가(왼쪽), 박혜신 작가(오른쪽 두번째), 권한솔 작가(오른쪽).

- 고민이 되더라도 막상 맞닥뜨리고 나면 무엇부터 시작해야될지 막막했을 텐데요. 어떤 식으로 극복하고 접근하셨는지요.

▲ 이런 제도권의 미비는 교육 사업을 하고 있었던 제게 ’좌절’과 더불어 ‘대안’을 찾게 했습니다. 엄마의 손으로 직접 ‘개별화된 맞춤 교육 환경과 콘텐츠’를 마련해 아이에게 수행해야 했어요. 


학교가 바뀌려면 사회가 바뀌어야 하지만 사회가 바뀌기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없었어요. 느리긴 하나, 나의 부족한 아이도 커가고 있었으니까요. 기다리기보다는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아이의 성장기 고비 고비마다 치열하게 생각했고, 옳다고 결정 내렸던 생각을 따라 직접 부딪쳤어요. 그런 치열한 상황이 성인이 된 이후의 문제까지도 일찍 고민하게 만든 거죠.

- 아직 어린 발달장애아의 부모들도 ‘아트림’ 같은 평생 교육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젊은 발달장애 부모들은 아이의 성인기를 대비해, 직업교육, 보호작업장, 사회기관, 각종 시설, 공동체 등 많은 형태의 시스템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요. 미리 고민하고 준비하셨던 경험을 토대로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지요. 

▲ 개별화 맞춤 교육, 평생 교육, 평생직장, 사회와 연대 등 이런 부분에서 조금 더 일찍 고민하고 시도했던 건 사실이나, 저도 성공만 했던 건 아닙니다(웃음). 


누군가가 먼저 디뎠던 길을 따라갔던 건 아니었으니까요. 돌이켜 볼 때, 제도권의 도움을 크게 받지 못한 시기였고, 정보 나눔의 부재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장애라는 것 자체가 제겐 너무도 생소한 영역이었어요. 


성공으로만 쌓아온 경험은 아니에요. 그러나 제가 겪으면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 "부모가 제공하는 1인 1학급은 사회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 만들어주는 투자"


▲ 권한솔 작가.

- 조금 세분화해서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학령기 장애아동을 둔 부모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 학교라는 세계는, 일반 아이들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곳입니다. 왜냐면 사회 공동체의 기본이 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곳이 불완전하든, 부족하든, 부모는 학교 제도권 내에서 생긴 문제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학령기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의 중요도와는 별개로, 부모는 공교육의 한계 또한 냉철히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솔이가 초등학생일 때, 스트레스를 덜 받는 소수 집단의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김포공항 근처의 분교를 택했습니다. 뜻밖에 그곳에는 한부모 가정이 대부분이어서 문제행동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 아이들을 날마다 집으로 초대해서 최선을 다해 보살폈어요. 

 

▲ 양서연의 '한복 입은 아이'

- 사회적 환경이 성장기의 아동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들 하는데요. 공교육의 역할과 한계는 어디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분교 선택은, 제 아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한 일이기도 했지만, 결핍된 일반 아이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계기도 됐습니다. 

 

일반 아이들의 결핍은 조금만 신경을 써서 보살펴도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채워진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문제아’라는 수준의 결핍과 내 아들의 결핍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걸 절실히 느꼈지요. 


공교육이 우주 궤도에서 벗어난 우리 아이들을 온전히 채워줄 수는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1인의 교사가 6~7명의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기능과 손상에 있어 편차가 심합니다. 공교육만으로는 개별 맞춤 교육은 애초부터 힘들다고 봅니다.

 

엄마가 채울 수밖에 없습니다. 1인 1학급의 개념이지요.

 

▲ 박혜신 작가.
 
- 대부분의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들이 아이의 치료와 학습을 전적으로 케어하고 있습니다. 치료를 관리하고 일상을 제어하는 케어와는 조금 다른 개념인지요. 

▲ 양육보다는 교육에 좀 더 방점을 둔다고 할까요? 좀 더 나은 치료 선생님을 찾아서 연결하고, 학교나 센터로 아이를 데려다주고, 학교 선생님과 상담을 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부모니까요. 


그러나 제가 말하는 부모가 제공하는 1인 1학급의 의미는 ‘사회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투자하는’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성인이 되는 문제는 훌륭한 치료사들과 공교육 현장의 교사들 능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트림에서도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작가’로서의 활동보다는 ‘사회인’으로서의 적응과 생존입니다.

 "직업은 단순히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제적 생존만을 의미하지 않아"


▲ 권한솔의 '누나의 신발을 좋아하는 포뇨'.


- ‘사회인’으로서의 생존과 적응을 위한 교육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뜻이군요. 실행의 영역으로 들어가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 사회인으로서의 생존 및 적응과 연결되는 지점이 바로 ‘평생 교육 과정’입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앞으로 이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어떤 활동과 일을 하며 평생 남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아들을 단 한 번도 시설에 보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마다 각자 상황이 다르고, 아이들의 상태도 다르니, 각자의 선택에 옳고 그름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저는 일단 아이와 엄마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평생 교육’이라는 차원에서 부모가 집중해야 할 일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직업의 의미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직업’은 단순히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제적 생존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신체 발달과정이 끝난 후, 성인으로 살아가야 할 발달장애인에게 ‘공간, 과정, 일’을 제공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아직은 부모의 일입니다.


그래서 치료도 최선을 다해 계속되어야 합니다. 

 

▲ 양진혁 작가.


- 성장단계별로 치료의 방향도 다를 텐데요. 어떤 점에 중점을 두는 게 좋을지요.


▲ 사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많은 부모가 아이를 위해 다른 방향의 준비를 한다는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달장애인은 항상 퇴행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어릴 때는 꾸준한 치료로 정상으로 돌리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성인기의 교육은 퇴행을 막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아이들의 꾸준한 성장을 가져옵니다. 


치료와 평생 교육 준비는 서로 대립적 관계가 아니라, 연결되어 있습니다.

◆ "변화 없이 지속적인 보장이 가능한 환경...장애 당사자인 아이들이 중심돼야"


- 학령기가 끝나고 아이가 제도권에서 나간 이후로는 학교가 제공했던 것들을 부모가 전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국가책임제’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장애 부모로서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우선 고려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변화 없이 지속적인 보장이 가능한 환경’이었습니다. 즉, 환경 변화의 최소성이 담보되어야 했죠. 우리 자녀들에게는 ‘안정적인 삶’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집단이 작을수록 유리합니다. 자녀들이 안정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규모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 중심이 아닌, 장애 당사자인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요. 부모가 주도하는 소수의 공동체를 권하고 싶습니다.

◆ "공동체 개념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야...엄마는 쓸데없이 자신을 소진하지 않도록"


▲ 권한솔의 '할아버지 자동차'

-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인 형태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은데요. 몇 년간 ‘공동체’가 가장 적합한 성인 발달장애인의 생존 방식으로 받아들여져 전국적으로 붐을 일으켰고,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소규모 공동체들이 생겼지만 지속해서 유지된 경우는 아주 드물 정도로 실패한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 간의 문제도 있겠지만, 뜻을 같이했던 부모들의 문제로 해체가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우리는 공간을 ‘건물’로만 한정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공간은 번듯한 건축물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공간이란, ‘익숙한 공간’을 뜻합니다.


소수의 부모가 각자의 집을 돌아가며 제공하여 함께 활동하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공간이란 물리적인 건축물이 아니라, 심리적인 익숙함입니다. 


어릴 때부터 규칙적으로 모여 일정한 시간을 공유한 아이들에게 그 공간이야말로 어느 곳보다 안정적일 겁니다. 시간이 가면 의기투합해서 작은 공간을 마련할 수도 있어요. 처음부터 거창하게 특별한 장소를 마련할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발달장애아라도 성향이 다르고, 장애의 정도가 다릅니다. 서로 조화를 이루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이런 친구들과 함께 커 갈 수 있다면 말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서로 자연스럽게 맞는 공동체를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 발달장애아의 엄마들은 아이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당황스러울 때가 많은데요. 때로는 한계도 느끼고요. 조언해주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 제가 안타깝게 여기는 부분이, 발달장애아의 엄마들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한다는 겁니다. 특히, 정신적, 정서적인 면에서요.


어느 한쪽이 나쁘거나 올바르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단지, 서로 맞지 않은 관계겠지요. 


아이와는 별개로, 맞지 않은 성향과 기질의 어른들끼리 소모하는 부분이 너무도 많습니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맞는 성향의 동반자들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아이의 결핍만으로도 극한의 에너지를 쓰고 있습니다. 그 외, 자신을 괴롭히거나 고갈시키는 요소는 냉정하게 배제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남들보다 조금 이른 사후 준비...이후로도 계속될 아들의 시간을 위해"


▲ 양진혁의 '꿈꾸는 나무'.


- 고군분투의 세월을 보냈고, 그 결과로 성인기에 접어든 아들이 자신의 공간, 과정, 일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것을 이루었는데, 이제 어머니 김경희는 어떤 생각과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어머니 김경희가 아닌, 여성 사회인으로서의 김경희는 자신의 일과 인생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요.

▲ 지금은 사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름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왔습니다만, 제가 죽고 난 이후에도 계속되는 한솔이 삶 또한 엄마가 준비해야 하니까요. 발달장애인의 엄마가 받은 잔이지요. (웃음) 비극적인가요?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눈물의 양’이 있다고 합니다. 특별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제 자신, 특별히 불행한 삶과 불행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발달장애인의 엄마라는 자리는 너무도 낯선 경험이었지만, 하다 보니, 이 일이 즐거워졌어요. 후회도 있고, 아쉬움도 있던 시간이었지만, 예쁘고 착한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왔던 것에 만족합니다. 


저의 고군분투는 아직도 진행 중이에요. 한솔이의 시간은 이후로도 아주 오랫동안 이어질 테니까요.

"누구에게나 동일한 양의 눈물, 그리고 누구에게나 동일한 깊이의 아름다움...."

긴 인터뷰 시간이 끝났다. 아트림 내부에 걸린 수많은 작가들의 그림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자동차, 별, 나무, 고양이, 한복을 입은 소녀, 십자가, 들꽃...


인생 어딘가에 서 있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양의 눈물이 있고, 세상 어딘가에 서 있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깊이의 아름다움이 있다. 


다채로운 색채로 수놓아진 캔버스 속 정물과 풍경은, 빗물에 젖은 바깥 도시의 풍경보다 화사하다.

 

[사진= 아트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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