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이재용, 2년6개월 실형 ‘법정구속’…삼성 ‘비상경영’

최낙형 기자 / 기사승인 : 2021-01-18 16: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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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삼성 준법감시위, 실효성 충족 못해…양형에 참작 부적절"
최지성·장충기 등 전 임원들, 징역 2년6개월 선고받고 법정구속
삼성 3년 만에 다시 '총수 부재' 경영차질…계열사별 각개전투 체제

[메가경제=최낙형 기자]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3년 여 만에 다시 법정 구속됐다. 삼성은 또다시 ‘총수 부재’ 사태를 맞으며 경영차질이 우려되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건넸다가 돌려받은 말에 대해 몰수를 명령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영장이 발부돼 법정 구속됐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도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각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나마 승계 작업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해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에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 준법감시위는 일상적인 준법감시 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위법행위 유형에 대한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행동을 선제적으로 감시하는 활동까지 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재용 국정농단 재판 4년…사실상 마무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으로 뇌물 86억8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2019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판결의 취지를 따른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총 298억원의 뇌물을 건네고 213억원을 건네기로 약속했다고 보고 2017년 2월 구속기소 했다.

파기환송 전 1심은 전체 뇌물액 중 정씨 승마 지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원 등 총 89억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액수 중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해 36억원만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형량도 대폭 낮아져 이 부회장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 가운데 50억원가량은 유죄로 인정된다며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래픽=연합뉴스]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재구속되자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유감을 표명했다.

이 부회장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인재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그런 점을 고려해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부정한 재판부의 판단과 재상고 여부에 관련해서는 "판결을 검토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뉴삼성’ 지체되나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삼성은 또다시 '총수 부재' 사태를 맞게 됐다. 2018년 2월 이 재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3년 만이다.

코로나19, 미중 패권다툼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회사의 운명을 책임질 총수가 다시 구속되면서 삼성전자의 경영차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소식이 전해진 삼성은 2017년 총수 부재 상황을 떠올리며 충격에 휩싸였다. 앞으로 이 부회장이 없는 1년6개월 동안 회사 경영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 부회장의 수감에 따라 삼성은 ‘총수 부재’에 따른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삼성은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을 당시 총수 중심 경영 체제에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그래픽=연합뉴스]


2018년 2월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로 이 부회장과 계열사 CEO들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며 '뉴삼성'으로 발전을 꾀하던 시점에 또 다시 총수 부재라는, 삼성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했다.

일단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되면서 삼성은 한동안 계열사별 각개전투 체제로 위기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의 핵심 측근인 정현호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 TF가 총수 구속으로 어수선한 그룹 전반을 조율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사업지원 TF에 대한 일각의 시선이 곱지 않은 탓에, 적극적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규모 투자·M&A 등 의사결정 차질 우려

삼성과 재계에서는 컨트롤타워 조직도 없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또다시 구속되면서 그룹 전반에 걸친 핵심 사안을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일상적인 경영은 CEO선에서 가능하지만, 대규모 투자 결정 등 굵직한 의사 결정은 결국 총수의 영역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고 이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총수로서 홀로서기, 미래 신사업 확대 등 '뉴삼성'으로 변화에 주력하던 중 구속되며 그룹 전체의 동력 저하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 부회장은 4세 경영권 승계 포기와 무노조 경영 철회, 준법경영 강화, 신사업 추진 등을 골자로 뉴삼성 이행 계획을 밝혔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동력을 잃거나 지체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재계도 국내 1위 기업의 총수 부재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치열한 기술 경쟁 속에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로 인해 '초격차'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증설을 포함한 국내외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나 유망 기업 인수합병도 한동안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대신해 전문경영인들이 회사를 이끌겠지만, 실패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중대한 의사결정은 결국 오너가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사전에 계획된 투자 집행 외에 새로운 대규모 투자나 M&A는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삼성처럼 거대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회사는 총수 부재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 부회장이 수감됐던 2017년 역시 삼성이 반도체 호황으로 호실적을 이어간 만큼 오히려 삼성이 성숙한 모습으로 태어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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