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주년 앞두고 선장 바뀌는 '롯데온', 좌초 위기 딛고 순항 가능할까

이석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5 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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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쿠팡·네이버 극적 성장...라이벌 쓱닷컴에도 밀린 롯데온, 이커머스 시장 실기하나
이커머스發 유통업계 지각변동 시작...롯데,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이 샌드위치 신세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 유통채널의 초대 수장이 취임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물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롯데지주와 업계에 따르면,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대표)이 온라인몰 롯데온의 실적 부진에 책임 지고 이달 말 사임한다. 조 대표의 후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제 롯데온 대표 [서울=연합뉴스]


'롯데온(롯데ON)'은 지난해 4월 롯데그룹 유통계열사인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롯데닷컴, 하이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7개사로 분산돼 있던 온라인 채널을 통합한 온라인몰이다. 지난해 조 대표는 당시 11조 원이던 그룹 전체 온라인 매출을 오는 2023년까지 20조 원으로 성장시킨다는 야심찬 계획도 밝혔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성장 축을 옮기는 핵심 사업으로 지목하며 조 대표와 함께 돛을 올렸지만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선장이 바뀌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온이 쿠팡, 네이버, 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 이커머스 사업 강자들뿐 아니라 경쟁사인 신세계의 쓱닷컴(SSG.com)에 비해서도 성장 기반이 취약해 조 대표가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롯데온이 출범 준비를 하던 기간에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벌어지고, 출범 후에도 팬데믹 상황이 계속되자 이커머스 시장은 예기치 않게 급성장하는 계기를 맞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환경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건 역설적으로 신생업체(?)에 불과한 롯데온이 아니라 기존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워가던 쿠팡과 네이버였다.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뿐 아니라 라이벌인 쓱닷컴도 코로나19 특수로 비약적인 성장의 혜택을 맛볼 수 있었지만 롯데온의 몫이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연합뉴스]

 

롯데그룹이 현재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이토록 뒤처진 평가를 받는 상황에 대해 '만시지탄'이라고 부르기엔 안타깝다는 평가다.

아이러니하게도 롯데그룹은 2000년대를 열면서 기존 유통업체 중 가장 먼저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방향키를 잡았던 인물이 바로 신동빈 회장(당시 부회장)이다. 변화에 가장 보수적이고 혁신적 사고가 침투하기 어려웠던 기존 유통업계에서 신 회장의 통찰력이 일찌감치 발휘됐지만 결국 빛을 보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유통업계 라이벌인 신세계그룹이 후발주자인 쓱닷컴으로 턱끝까지 추격해 오고, 성장성 측면에서는 롯데온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자 신 회장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났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통업계 최강자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왔던 만큼 롯데그룹의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대전환기를 맞게 되면서 촉발된 유통업계 지각변동이 실기한 롯데를 샌드위치 상황에 놓이게 한 것이다.
 

▲ 롭스 사업부 통합 운영 [출처=롯데쇼핑 IR자료]

지난해 롯데그룹 유통계열사들은 롯데하이마트와 롯데홈쇼핑을 제외하고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오프라인 채널에 대한 광범위한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건전성 확보에 주력하기도 했다. 

백화점 사업부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조 6550억 원, 3280억 원을 기록하며 각각 15.2%, 36.9% 줄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로 돌아섰지만 점포를 12개 줄이면서 성장성이 꺾였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모든 직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이 시행된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롯데슈퍼도 적자 폭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지난해 점포를 70여 개나 줄이면서 구조조정에 나선 결과다.

 

▲ 자료=유안타증권

 

롯데온은 본격적으로 부동산 자산효율화, 조직 슬림화 등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는 동시에 온라인 채널에 모든 여력을 쏟아 투자를 집중하지 않으면 좌초 위기를 맞게 돼 그룹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은 롯데그룹에게 결코 녹록치 않다. 국내 이커머스 선두 업체인 쿠팡은 내달 뉴욕증시 상장으로 막대한 자금을 빨아들여 과감한 투자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 등 대기업과의 제휴로 이커머스 생태계 확장에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네이버와 성장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쓱닷컴 등 경쟁자들의 시장점유율 확보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롯데온이 대응에 실패하면 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조 대표의 후임자는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같이 공격적인 M&A에 나서거나 조직 내 전향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앞선 경쟁자들을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차기 선장 자리에 누가 앉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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