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의 똘레랑스] 현대미술에서 창작자는 누구인가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 기사승인 : 2021-01-07 16: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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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은 “관념과 실행의 분리”는 현대 미술의 한 특징이며 “조영남에게 문제 삼을 만한 부분으로 ① 작가의 터치가 느껴지지 않는 익명적, 기계적 부분을 넘어서 작가의 터치가 느껴지는 부분까지 대행을 시켰으며 ② 실행을 대행시키면서 그 사실을 밖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을 들었다”고 하면서 “전자는 미학적 비판이며 후자는 윤리적 비판이다.” “미술계 안에서 윤리적, 미학적 논쟁을 시작하는게 나의 제안이자 주장이었다”고 하였다.(2016.7.5. 오마이뉴스, 진중권 조영남은 사기꾼인가?)

이것은 ‘현대미술에 있어서 무엇이 미술인가?’ ‘작가는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조영남을 사기죄로 기소했고 저작권법 위반으로는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조영남과 대작 화가가 조수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업무상 저작물이 아니고 저작권은 대작 화가에게 발생하게 된다고 하였다. 조영남이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고지의무가 전제되어야 한다. 마치 자신이 그린 그림처럼 속여야 하는 것이다.
 

▲ 현대미술에서 창작과 표절, 저작권법의 경계는 어디일까? [사진= 픽사베이]

조영남은 대작화가를 만나기 전에는 주로 화투 등을 직접 잘라서 붙이는 콜라주 형태의 작품을 제작하는 일을 즐겼는데 구매자들이 콜라주 작품보다는 회화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대작화가를 시켜 회화 작품을 그리게 하였다.

즉 콜라주 작품을 페인팅 기법의 회화로 바꾼 것은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 2차적 저작물이란 원 저작물을 번역, 편곡, 변형, 각색, 영상제작 그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말하며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

2차적 저작물의 경우 원작자를 접촉하여 원작자의 허락을 얻으려 2차적 저작물을 만드는 것이 통상인데 허락이 없이 작성하면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가 된다.

이를 조영남 사건에 적용하면 대작화가든 누구든 조영남의 2차적저작물 작성권에 침해가 되는 것이다. 만일 대작화가가 조영남의 지시를 받고 화투 그림을 그려서 조영남에게 가져다 준 행위 외에 자신이 판매할 목적으로 판매하고자 하는 경우 이것 역시 원작자인 조영남의 허락 범위를 벗어난 것이므로 조영남에 대해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가 된다.

그러므로 결국 조영남이 판매하지 않았다면 이 관계에서는 대작화가가 직접 그림을 판매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저작권법적 관점을 제외하고 조영남이 진짜 작가일 수는 없는 것일까?저작권법이 18세기 제도임에 비하여 20세기, 21세기 현대 미술 기법은 이미 대량 작품 작성시 조수의 활용에 대해 관대하여 왔다. 현대 미술에 있어 아이디어, 표현 중 표현만 중시하는 우리나라 저작권법이 진정 작가로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이것은 현재 작가정신에 맞는 것일까 하는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대미술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이 사람에게 사유를 전달하는 도구로서의 미술, 개념 미술이다. 그러므로 소재의 선택, 의미 부여로 자신의 의사를 작가는 전달한다.

창작은 창작의 고통에 대한 대가(노동이론)와 공공복리를 증진하는데 기여하는 부분(인센티브 이론)에 의해 인류가 촉진시켜야 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그러므로 조영남이 대작화가에게 한 지시, 화투를 소재로 적절히 배치하여 만들어낸 회화에 있어 적절히 배치하여 이러한 느낌으로 회화를 만들라는 지시가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내용일까 아닐까를 먼저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창작자들이 두려워하는 표절 작가라는 주홍글씨로 조영남을 단죄하는 것은 어떠한가?

저작권법은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 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37조 제1항 제1호).

한편 성명표시권을 침해하여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36조 제2항 제1호).

성명표시권이란 저작물의 원본이나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를 의미한다.

어찌했든 오마쥬나 패러디가 아니므로 조영남은 표절 작가이고 타인의 공을 빼앗은 자로서 미술과 미학계의 단죄를 받는 것이 부합한가? 생각해 볼 문제이다.

특히 소비를 위주로 하는 현대미술 사조인 개념미술 속에서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등 미술단체가 미술계의 대작이 관행이라는 조영남의 항변은 부적절하다며 고소하였는데 이는 대작 관행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작이 과연 문제가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작가주의를 중심으로 다같이 논의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미술시장의 위축이나 법원에서의 칼 자르듯이 가부를 밝히는 것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표절이나 대작 문제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로 사안을 조금 축소하여 실질적인 피해가 있는 경우에만 사법적 해결을 기하면 그뿐이지 예술가에게까지 예술표현 방식에 있어 지나친 윤리를 강요하고 사법적인 의견에 귀를 기울이라고 하여 그들의 생각을 헤집어 놓는 것은 우리가 창작, 예술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적절하지 못하다.

미학의 창시자 바움가르텐은 “논리적인 인식의 대상은 진리요, 심미적인 인식의 대상은 미다. 미는 감성에 의해 인식되는 완전한 것이고 진리는 이성에 의해 지각되는 완전한 것이다. 그리고 선은 도덕적 의지에 의해 달성되는 완전한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행위로서 예술이 진정 제대로 대접받게 하기 위해서는 미 그 자체의 목적은 사람에게 쾌감을 주어 욕구를 야기시키는 데에 있는 것이며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미감이라는 감각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미의 발현은 자연의 모방에서 시작되듯이 누군가의 모방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영남은 모방을 한 자라고 보기보다는 모방을 당한 자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작업지시에 따른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바움가르텐은 미적인 추구 뒤에 진과 선의 경지는 예술가가 가야 할 단계라고 보며, 아무런 잡음 없는 예술의 목적은 도덕적 완성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사법적 판단에서 결론을 내어 예술 그 자체가 예술인가를 의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누가 추리소설을 거꾸로 읽는가. 미학론에 관한 많은 글을 쓴 실러에 의하면 예술가의 행위는 매순간 아름다움을 추구하다가 창작으로 이어지는 바, 이것은 유희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것을 보잘 것 없다고 판단해 버릴 것이 아니라 미 이외에 다른 목적을 갖지 않는 인생 그 자체의 미를 발현시키려는 의미로 자기 인생을 내어놓았을 때 작가주의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인류에게 그토록 소중한 예술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너무 일반적인 시각으로 정치뉴스를 읽듯이 예술가의 삶을 폄하한 장본인은 아니었을까?

조영남 사건에서 조영남씨는 유죄, 무죄, 무죄라는 판결을 오가며 힘들었겠지만 어디까지나 예술은 단순한 화투라는 기획이 아니라 부단한 미술교육을 통해 그 내면에서 오는 성실함과 끝없는 개인전, 그 안에서 이루어낸 표현에 대한 경외심이라는 노동의 가치에서 온 것인데 비록 사기죄는 아니라고 하였지만 우리 미술계에 투자와 감상에 있어 작가주의를 다시 토론해야 할 사건 앞에 우리 모두 너무 조용한 것이 아쉽다.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칼럼니스트 소개=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은 2009년 법학박사학위 취득 후 한국지적재산권법제연구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인텔리콘연구소, 참저작권센터 등에서 근무하였으며 2018년 2월 해인예술법연구소를 개소하여 예술업계와 기술업계의 어려운 점과 적절한 정책을 매칭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민간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문화재지킴이지도사, 성균관 창덕궁 지킴이, 박물관 해설사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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