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호의 과학단상]⑳ 연구비에 영향을 받는 연구 결론

김송호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07-20 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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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는 양자역학을 활용해서 ‘완전한 객관은 없다’는 주제로 설명을 했다. 양자역학 자체가 워낙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지난 번 칼럼에서 주장했던 ‘완전한 객관은 없다’는 결론에 대해 아직까지도 의문을 품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그보다는 좀 더 상식적인 수준에서 과학적인 결과가 반드시 객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려고 한다.

과거에도 그러긴 했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연구에 많은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를 하는 데 연구비가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어디로부터인가 연구비를 타내야 하는데, 연구비를 주는 기관에 거스르는 연구결과를 내기가 힘들게 되는 모순이 생긴다. 연구비를 주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그 기관의 목적에 맞는 연구결과를 기대하고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물론 연구 결과를 완전히 연구비를 준 기관의 뜻에 맞춰서 조작할 수는 없겠지만, 연구 결과를 연구비를 대준 기관의 뜻에 맞춰서 해석하게 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포도가 항산화 작용이 있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성분은 포도의 껍질 안쪽에 주로 존재하고 있어서 껍질째 포도를 먹지 않으면 좋은 성분을 섭취할 수 없게 된다. 포도 껍질 안쪽에 존재하는 이로운 성분을 섭취하는 좋은 방법으로는 포도주를 담아서 먹는 것이다. 포도주는 포도 껍질째 담그기 때문에 알코올이 포도 껍질 안에 있는 이로운 성분을 녹여내서 포도주 안에 그 이로운 성분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포도주가 몸에 좋다는 것은 이처럼 포도 껍질 안에 있는 이로운 성분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포도주가 알코올 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포도주도 많이 마시면 알코올 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이 일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차이가 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보면 포도주가 몸에 좋은 범위는 하루에 포도주 한 잔 정도다. 그 이상 많이 마시면 이로운 성분을 섭취해서 얻는 이득보다는 알코올 과잉으로 인한 손해가 더 크다.

그런데 이런 연구를 포도주 회사의 연구비를 받아서 했다면 어떻게 결과를 낼 것으로 생각하는가? 아마도 하루에 포도주 한 잔이 적당하다는 단서는 조그맣게 표현하고 포도주가 이로운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포도주 회사는 단서 조항은 빼고 포도주가 이롭다는 사실만 부각해서 홍보에 적극 활용할 것은 당연한 일일 테고 말이다. 이 경우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는 과연 객관적 사실을 제대로 알린 것일까?

다른 예로 담배가 몸에 해로운가 하는 문제를 연구한 경우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하자.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는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로 이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실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통계역학적으로 조사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지 담배가 몸에 직접적으로(?) 해롭다는 것을 과학적인 근거로 증명하는 것은 어렵다.

예를 들어 동물 실험에서 담배가 해롭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사람에게도 적용이 되느냐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통계역학 조사를 통해 실제로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아낼 수 있을지 몰라도 건강에 미치는 인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만을 완벽하게 구분해 내기는 쉽지 않다.

결국 담배가 어느 정도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완벽한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는 힘들다. 이 경우에 담배회사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연구자는 연구 결과로 “담배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완벽하게 결론지을 수는 없다”고 결론을 맺게 된다. 담배를 피워서 폐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면 담배회사는 담배를 피우고도 폐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도 많고, 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도 폐암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제까지 양자역학과 같은 어려운 이론을 통하지 않고도 연구결과가 연구비라는 외부적인 여건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물론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이 외에도 많다.

예를 들어 사회적 환경과 이익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과학 이론이 정당화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완전한 객관적인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는 점은 꼭 명심할 필요가 있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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