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3분기 계절성 깨고 사상 최대 수출 경신…‘환율·용기 병목’ 딛고 ODM·부자재 우위 시대 진입

박성태 기자 / 기사승인 : 2026-10-14 07:01:03
하나증권 “9월 수출 12억 1300만 달러 돌파…4분기 글로벌 홀리데이 발주 폭증”
코스맥스·한국콜마 등 톱 ODM 풀 캐파 가동…납기 단축 경쟁서 ‘연간 발주’ 전환
일시적 환율 하락 딛고 견조한 펀더멘털 입증…생산 라인 증설 및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K뷰티 산업이 전통적인 ‘상고하저’ 계절성을 깨뜨리고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갈아치우며 구조적 성장기에 진입했다. 원화 강세에 따른 일시적 환율 하락과 전방위적인 용기 공급 부족이라는 악재를 뚫고 글로벌 오프라인 채널 확장에 힘입어 4분기 실적 확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나증권은 14일 발표한 화장품 산업 심층 분석 보고서(박종대 연구원, 양정석 연구원)를 통해 “3분기 실적의 일시적 변동 요인은 환율 하락과 용기 부족이었으며, 이를 제외하면 주요 업체들의 펀더멘털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고 진단했다.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9월 사상 첫 12억 달러 돌파…유럽·중남미·중국 전방위 수출 질주
 

관세청 통계(HS코드 3304 기준)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0% 증가한 12억 1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 사상 처음으로 12억 달러 고지를 돌파한 수치다. 전년도 높은 기저 부담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장 전반에서 고른 성장세를 유지했다.


지역별로는 최대 시장인 미국 수출이 2억 4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1% 늘어났으며, 유럽 9개국 합산 수출액은 2억 2300만 달러로 103% 급증했다. 

 

특히 네덜란드 수출이 6700만 달러로 676% 급증하며 영국(5200만 달러, 181% 증가)을 제치고 유럽 내 최대 수출 관문으로 부상했다. 이는 에이피알 등 국내 주요 브랜드의 현지 물류 허브 가동 효과가 본격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 수출 역시 1억 8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 증가해 5개월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며 바닥 통과를 확정 지었다. 여기에 신흥 시장인 브라질(1200만 달러, 247% 증가)과 멕시코(900만 달러, 29% 증가) 등 중남미 권역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 ‘환율·용기 대란’ 딛고 선방…4분기로 이연된 실적 기대감
 

3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업계의 발목을 잡았던 변수는 환율 하락과 튜브 용기 품귀 현상이었다. 

 

북미와 유럽 매출 비중이 높은 브랜드사들의 경우 달러 결제에 따른 원화 환산 매출이 일부 줄어들었으나, 현지 유통 수수료(FBA) 및 마케팅비 등 외화 지출 비중이 높아 실질적인 마진 훼손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다만 현지 자금 유보가 적고 결제 대금을 원화로 환전해야 하는 유통 벤더 실리콘투의 경우 영업이익 훼손 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또 다른 병목이었던 ‘튜브 용기 부족’은 K뷰티 밸류체인 전반의 생산 이연을 불렀다. 자외선 차단제 등 튜브 제형 제품의 주문이 폭주한 반면, 국내 생산 설비가 한계에 달하면서 달바글로벌과 코스메카코리아, 한국콜마 등의 일부 주문량이 4분기로 넘어갔다. 튜브 용기는 열에 민감해 품질 이슈 탓에 중국산 대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국내 1위 튜브 제조사인 부국티엔씨(펌텍코리아 자회사)가 캐파를 30% 증설해 전면 풀가동에 돌입하면서 공급난은 상당 부분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 톱2 ODM ‘풀 캐파’…단납기에서 ‘연간 발주’ 시대로 전환
 

제조 밸류체인에서는 완연한 ‘ODM 우위 시대’가 열렸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상위 제조사들은 연말까지 생산 라인이 완전히 가득 차 신규 고객사의 주문을 받지 못하는 ‘풀 캐파(Full Capa)’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수주가 하위 중소형 제조업체로 확산되는 낙수효과가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메이저 오프라인 유통 채널 입점이 가속화되면서 주문 관행도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이 최근 한국콜마에 국내 캐파의 20%에 육박하는 2억 개 규모의 물량을 일괄 발주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타겟, 코스트코, 얼타뷰티 등 글로벌 리테일러들은 매대 결품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 6개월에서 1년 단위의 사전 물량 확정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중대형 브랜드사들이 납기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상위 ODM 업체에 연간 발주를 단행하면서, ODM 기업들의 실적 안정성과 사업 가시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 주요 화장품 기업별 사업 동향 및 3분기 현황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들의 3분기 사업 흐름을 살펴보면, 글로벌 수요 확대와 채널 다변화를 중심으로 견고한 펀더멘털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1위 ODM 기업인 코스맥스는 국내외 인디 브랜드의 수출 호조와 글로벌 다국적 기업(MNC)의 수주 확대에 힘입어 전통적인 3분기 비수기 계절성을 정면으로 극복했다. 국내 본사는 고수익성 기초 화장품 비중 확대와 하이드로겔 마스크 공정 효율화를 바탕으로 분기 최대 이익 달성을 바라보고 있으며, 미국 법인의 영업이익 흑자 안착과 중국 상해 및 광저우 법인의 안정적인 외형 성장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상반기 가파른 성장에 따른 기저 부담과 업계 전반의 튜브 용기 수급 병목, 생산 설비 한계 속에서도 국내 사업이 화장품 수출 지표와 강한 동행성을 나타내며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랑콤을 비롯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고마진 기능성 크림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제품 믹스 개선에 따른 수익성 방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브랜드사 중에서는 에이피알의 글로벌 영토 확장이 두드러졌다. 미국과 유럽 매출 비중이 60%를 웃돌아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하락 영향이 일부 발생했으나,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한 폭발적인 수요가 이를 상쇄했다. 7월부터 조기 반영된 블랙프라이데이 물량 증가와 함께 네덜란드 신규 물류법인 가동, 영국 부츠(Boots) 직납 전환 등 유럽 오프라인 거점 확보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유통 플랫폼 실리콘투는 매출의 60% 이상이 북미와 유럽에 집중돼 환율 변동에 따른 단기 손익 변동성이 나타났으나, 얼타뷰티(Ulta Beauty)와 TJ맥스 등 현지 대형 유통 채널로의 공급 물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관세 절감을 위한 브라질 현지 법인 설립과 일본 법인 출범 준비 등 신규 거점 확장을 통해 중남미와 아시아 시장으로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달바글로벌은 용기 공급 부족으로 인한 자외선 차단제 납품 이연과 환율 하락 변수 속에서도 B2B 공급 비중 확대와 마케팅 비용 효율화 작업을 통해 우수한 마진율을 방어했다. 미국 코스트코 650개 전 매장 입점을 비롯해 얼타뷰티 취급 품목 확대, 유럽 주요 드럭스토어 입점을 차례로 진행하며 4분기 반등 채비를 갖췄다.
 

전통 대기업들의 체질 개선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면세 회복과 라네즈의 해외 면세점 입점 확대로 국내 실적이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에스트라와 일리윤 등 더마 브랜드가 고신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글로벌 헤어케어 카테고리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며 멀티 브랜드 중심의 사업 구조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미국 에이본 매각에 따른 일회성 비용 부담 속에서도 생활용품 신제품 흥행과 탈모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의 북미 세포라 420개점 입점 효과가 화장품 부문의 변동성을 보완했다. 중국 시장에서는 고비용 왕홍 라이브 방송 비중을 축소하고 오프라인 플래그십 매장을 강화하는 등 마케팅 효율화에 주력하고 있다.
 

부자재 분야에서는 펌텍코리아가 호실적을 달성했다. 글로벌 수출 호황에 따른 전방위적인 용기 품귀 사태 속에서 펌프와 튜브 사업이 동반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 5월과 6월 단행된 단가 인상 효과가 반영된 데다, 4공장 증설에 이어 4분기 6공장 가동을 통한 사출 공정 내재화로 원가 절감과 생산 캐파 확충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 “4분기 글로벌 쇼핑 시즌 도래…K뷰티 구조적 성장세 지속”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과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으로 주춤했던 화장품 업계가 4분기 연말 쇼핑 시즌을 맞아 재차 강한 성장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과 11월은 전년도 수출 기저가 낮은 데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아마존 홀리데이 시즌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재고 확충 수요가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은 “글로벌 K뷰티 수요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 중남미, 아시아 전역으로 유통 채널과 제품군을 넓혀가며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생산 인프라를 탄탄히 구축한 제조 밸류체인과 글로벌 현지 매대를 선점한 브랜드사들을 중심으로 한 실적 모멘텀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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